김남일 53·천안시 차암1통장
천안시가 추진하는 도시기본계획 일부 변경안을 놓고 차암·성성동의 해당 3개 마을 주민들의 근심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마을 전체가 공업지역으로 변경되면 이주를 통해 이곳을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기대다. 그동안 공업지역에 인접해 각종 소음과 분진, 대기오염 등의 생활불편을 겪어온 주민들. 그래서 ‘이곳은 이제 살 곳이 못되는구나. 빨리 떠나야지’하는 절박함도 묻어 있었다. 이제 때가 온 것이다.
하지만 수백년을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는데 ‘너무 가난하게’ 떠날 수도 없는 처지. 요즘같이 땅이나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판에 몇 푼 안 되는 보상비용은 차라리 떠나지 말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같은 주민들의 근심과 기대 속에 수레터(차암1통) 마을의 김남일 통장은 요즘 마을을 대표하는 책임감으로 몇 배의 고민 속에 빠져있다.
“5백년 전통의 강릉김씨 후손이 살고 있는 터전입니다. 살기좋은 곳이 언제부턴가 공업단지들이 조성되고 고물상들이 몰려들며 ‘못살 곳’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이제는 떠나는 것만이 살 길입니다. 하지만 낯선 땅이라도 정착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가장 큰 문제죠.”
김 통장은 지난달 24일(목) 20여명의 마을 대표자들과 심사숙고 끝에 3가지 요구안을 마련했다. 우선 공업지역이 아닌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하게 해달라는 것. 공업지역으로 변경되는 것이 옳지만 나중에 좀 더 나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주대책도 마을 주민들이 모여살 수 있는 공동주택이나 집단이주 방식으로 처리해 달라는 것. 개별 보상 후 어쩔 수 없이 각자 사정에 맞게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부표’ 같은 떠돌이 신세는 막자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있다면 부담스런 양도세의 면제다.
“듣기로는 이번 조치가 삼성의 협소한 부지 문제 해소를 위한 배려 아닌가 하는 말도 있던데요. 그렇다면 시가 중재하는 역할에서 좀 더 주민을 위해 힘쓸 수도 있다는 생각이에요. 시든 삼성이든 도움 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