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 62·문성동
지난 5일(토) 천안초등학교 운동장. 정오의 햇빛은 사람들을 그늘 밑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달리 어른들이 학교에 들어서자 학생들의 눈에 호기심이 어렸다. 한 명, 혹은 두 명씩 간헐적으로 찾아와 한 교실로 들어갔다가 몇 분 후 다시 빠져나가는 모습이 몹시 궁금한 듯.
이날은 보궐선거가 있었던 날. 천안 도의원 제2선거구의 하나인 문성동은 일부 주민들의 투표장소로 천안초등학교를 선택했다.
선거일, 사람들은 대부분 이른 아침을 이용해 투표한다는 경험에 비춰 이날 천안초(문성동 제1투표소)를 찾은 이들은 오전 12시가 다 돼도 7%대의 투표율을 보이고 있었다. 선거 도우미로 나선 사람들도 이처럼 한산할 지는 몰랐던 듯, 투표 마감(오후 8시)까지 무료함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난감한 표정이다. 한쪽에서는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수군거렸다.
환경미화원인 이태호(62·문성동)씨도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이날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는 신성한 국민의 의무요, 권리입니다. 당연히 국민된 도리를 해야지요.”
그의 투표 명분은 누구보다 분명했다. 잔여임기를 채우는 보궐선거다 또는 경제여파로 죽겠는데 투표할 여유가 있느냐는 주변의 불참논리도 그에게는 한낱 변명일 뿐이었다. “하루를 해도 주민의 대표 아닙니까. 또 지금껏 경제가 좋게만 흘렀습니까. 전쟁으로 황폐화된 60년대도 넘겼던 우린데…지금 사람들은 배불러서 그래요.”
이씨도 한때 ‘남 사는 정도’는 됐었단다. 하지만 사업에 실패하고 그 여파로 최근 혼자 생활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래도 목구멍에 풀칠은 합디다. 청소도 하고, 빈병도 주웠더니 제법 돈이 된다 이겁니다. 몸이 고달프다고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은 먼저 그 정신이 문젭니다.”
이씨는 빈병 줍는 것을 건강도 챙기고 좋은 일(재활용)도 하고 돈도 버는 ‘일석삼조’의 건강한 직업(일)임을 강조했다.
선거 이야기로 돌아온 그는 “난 정치인들이 두 가지만 지켜줬으면 좋겠어요. 먼저 부정부패하지 말 것. 그리고 도덕성을 갖출 것을 원해요. 정치인들의 사리사욕이 결국 나라를 망치는 것 아닙니까. 참 또 하나 있네요. 작은 일에 충성하라는 것. 몸소 주위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준법질서를 지키는 것에서 봉사가 시작되는 거예요. 그것도 못하면서 어찌 나랏일 봉사를 한다고 합니까.”
배운 것이 없다고 강조하는 이태호씨지만 정치인과 유권자에게 던지는 순박·단호한 말 속에서 개개인이 ‘자신’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