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자문 교수들의 열의와 진지함이 엿보인다.
‘패스트(fast)’는 지나는 의미, 행복을 담보한 정착 이미지 필요
지난 21일(수) 관내 대학교수로 구성된 천안시의 ‘씽크탱크’가 모였다. 총 54명으로 구성된 시정자문교수단(단장 오열근) 전체회의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정도. 5개 분과로 나눠 각 부문별 자문회의가 이뤄지지만 각자 바쁜 일정으로 전체 소집은 쉽지 않은 일.
지난해 6월 발족된 제2기 시정자문교수단은 이날 36명이 참석해 지역의 현안과제로 대두된 50만 인구진입, 고속철 개통에 따른 발전전략, 시 브랜드 제정건에 대해 활발한 토의가 진행됐다.
‘시장 눈치보기’는 옛말. 교수들은 쓴소리·단소리를 기탄없이 뱉어냈고, 오전 10시에 시작된 회의는 오후 12시30분쯤이 돼서야 정리됐다.
50만 인구진입 달성전략
시는 올해 ‘50만 인구 진입’(3월말 현재 46만 3614명)을 제1과제로 추진중이다.
30만 인구에 적합한 관리기능을 50만까지 유지시킨 현 제도의 부당성을 들며 예산, 교통, 환경, 복지, 대민서비스 등 어느 하나 만족을 주지 못하고 있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50만을 올해 안에 넘겨야 내년부터 발전혜택이 돌아온다. 50만을 넘기면 도세 재정보전금이 27%에서 47%(금년 기준 158억원 증액), 도 사무 중 18개 분야 42종 권한이양, 구청설치 가능과 미설치시 1국3과가 증설되며 교육청 2국4과, 소방서 2개소 및 소방파출소 12개소, 경찰서 1개소 등 ‘무한한’ 혜택이 주어진다. 하지만 올해 안에 50만을 넘기지 못하면 이같은 지원은 내후년에나 가능한 일, 여기에 시의 조급함이 배어있다.
교수들은 ‘유입동기’ 필요성에 공감하며 물질적, 또는 환경여건 등의 정신적 부분으로 전략 아이템을 밝혔다.
김종희 선문대 교수는 “학생들에게는 관내 기업체 소개”를, 이영애 단국대 교수는 “대학 기숙사 학생을 목표로, 그들의 불편인 우편물의 정확한 전달체계 등에 해결책 마련과 대학내 비치파라솔을 설치하고 천안사랑캠페인을 벌이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교수는 시의 인센티브와 관련, “야우리 할인이나 쓰레기 무료봉투도 좋지만 좀 더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 제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용무 천안대 교수는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쫓아오길 바라기 보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앞장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지방연고 학생이 오히려 서울에서 통학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는데 일부 교수들이 공감, 환경여건의 차이 때문임을 짚었다. 김상락 단국대 교수는 “학생들이 지역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 것은 문화적, 생활적 인프라 구축이 미흡해서”라고 밝혔다. 송복희 한기대 교수는 이같은 현상에 “장래취업과 감성적 생활에 기인한다. 젊은이들이 아라리오에 모이는 이유가 뭘까를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문화인프라는 인구유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생활터전과 밀접한 것으로 박인숙 상명대 교수는 ‘건강과 문화’를, 이정희 백석대 교수는 ‘교육문화’를 제시했다. 또 이상호 상명대 교수는 ‘관광인프라’ 구축을 들었다.
이들과는 달리 50만 진입이 그렇게 중요한가에 대한 의문점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50만 진입에 열을 올리기 보다 살맛나는 도시로 가꾸는데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춘식 천안대 교수는 “50만도 주민도 중요하지만 이용객들에게 편리, 쾌적, 매력을 던져주는 도시가 되는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허 욱 백석대 교수는 “50만에 집착하면 그 가치가 폄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상락 단국대 교수도 “올해 50만 못넘기면 위기가 닥칠 것처럼 불안감을 주는데, 좀 기다림도 좋겠다. 당장의 급함에 연연하기 보다 살고 있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모든 여건을 개선하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냐”고 역설했다.
고속철 개통 발전전략
고속철 개통은 시 발전에 큰 호기를 안겨줬지만 오히려 빠져나가는 상권도 발생, 기대반 우려반인 현실이다. 성무용 시장은 “그래도 부정적 측면보다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다”며 이를 통해 질적·양적 발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현재 고속철은 개통됐지만 천안아산역사를 구심점으로 천안·아산의 양지자체간 갈등이 발전에 발목을 잡고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역사를 중심으로 한 교통체계가 미흡해 시민이용에 불편함이 크다.
이장훈 호서대 교수는 “천안아산역의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연계교통에 대한 인지 등이 낮은데서 기인한다. 천안역과 천안아산역 구분도 필요하고, 교통(시간) 예측이 가능하도록 홍보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천안·아산의 양지자체간 갈등에 대해 권경득 선문대 교수는 “시민단체들을 최대한 활용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을 얘기하는 이도 있었다. 채경석 호서대 교수는 천안·아산 경계의 고속철을 중심으로 신도시가 생기면 양 지자체간 통합 모색도 바람직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에 성무용 천안시장은 “통합은 조심스런 문제다. 천안에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아산시의 경우 통합은 또다른 불만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다만 연담도시로 공동발전 기능을 갖는 게 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송용선 천안공업대 교수는 “교통이 발달할수록 빠져나가는 것이 ‘교통중력의 법칙’이다. 결국 천안발전은 내부적으로 삶의 질을 윤택하게 만드는데 힘 써야 한다”고 말했다.
시 브랜드 제정
서울시(하이), 부산시(다이나믹), 수원시(해피)가 최근 도시브랜드를 내고 차별화 도시를 선언했다. 미국 뉴욕(아이 러브 뉴욕)은 지난 1970년에, 일본 동경(예스)은 2002년도에 제정해 사용하고 있다.
도시브랜드란 그 지역의 자연환경, 역사, 문화, 매력 등을 함축한 결합체로 도시이미지를 명확히 인식시켜주는 수단이다.
천안시도 1천3백50명의 공무원과 3백52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패스트(빠른)’가 나이스(좋은), 호프(희망), 허브(중심)를 압도적으로 제쳐놓고 있다. 시는 4∼5월 의견청취, 6∼7월 선정심의위 심의 및 시정조정위원회 확정을 통해 7월 이후 브랜드 마크를 제작, 정식 브랜드로 선포하고 사용하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정자문교수단은 대체로 개선여지가 많다는데 목소리를 같이했다.
채경석 호서대 교수는 “빠르다는 의미의 패스트(Fast)는 도시에 정착해 살고 싶은 이미지보다 지나가는, 거쳐가는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 김춘식 천안대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재검토’를, 김상락 단국대 교수도 “꼭 영문 표기해야 하는 이유도 그렇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원송대 연암대 교수를 비롯해 상당수의 교수들도 재검토에 무게를 실었다.
박인숙 상명대 교수는 “천안이 ‘하늘아래 편안한 동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니 브랜드도 이같은 뜻에 어울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 욱 백석대 교수는 “브랜드의 사용가치가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으로 전문가들에게 의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