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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아산지역의 유일한 차밭?- “차잎 좀 덖겠습니다~”

아산 음봉면 ‘신수다원’… 이두영·김순복 퇴임노부부의 즐거운 차밭경영

등록일 2020년07월2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네비게이션(네비)을 찍고 아산쪽으로 난 큰 길을 달린다. 갑자기 네비가 혼란스럽다. 길도 없는 길을 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한참을 달리다 샛길로 빠져서야 네비가 제대로 된 길을 안내한다. 그렇게 몇 킬로미터쯤 돌고, 좁은 산길로 오른 뒤에야 목적지에 다다랐다. 아산 음봉면 신수낚시터와 맞닿은 곳.

‘설마 여기에 다원이 있다는 말인가?’
 



천안이나 아산지역에 다원이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今時初聞). 차는 따듯한 남쪽지방에서만 자라는 줄 알고 있었는데….

알려지기로 차는 9세기 전반에 왕명으로 지리산에서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는 경상도와 전라도로 확대됐고, 조선 초기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작설차의 생산지가 모두 경상도와 전라도였다. 그래도 지금껏 대표적인 차 재배지는 지리산 하동이다.


“안녕하세요” 인사하니 “반갑습니다” 하고 되돌아온다.

이두영(72)·김순복(68) 부부가 운영하는 차밭.

아내분이 ‘신수다원’ 대표명함을 내밀고, 이어 남편은 ‘부석다원’의 대표명함을 들이민다. 그리고는 왜 차밭을 일구게 됐는가와, 두 개의 차밭을 갖게 됐는가를 이야기한다.

“서산시의 산과 밭이 섞여있는 곳을 경매로 샀는데 무엇을 심을까 궁리하다 차밭은 어떨까 생각했죠. 남쪽을 여행하다 보니 차밭이 인상적이었어요. 2011년쯤엔가 청양 다원(온직다원)에서도, 보성에서도 차씨를 구해 심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잘 자라더군요.”

이미 중부지역도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가는 우리나라 기후특성을 반영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차나무 잎을 따서 덖어 차를 만들어 내는 일은 봄부터 가을까지 가능하다. 그래도 제일 좋은 차잎은 4~5월경.
 

부부는 이곳 신수리에도 처음 은행나무를 심어 가꿨던 것을 포기(?)하고 ‘신수리 은행농장’을 차밭으로 만들었다. 마침 은행재배는 피부가려움증을 유발하고 있어 고민하던 참이었다.

5000㎡ 정도 되는 서산의 차밭은 면 소재지 이름을 딴 ‘부석다원’으로 짓고, 이곳은 리 소재지 명칭인 ‘신수다원’으로 이름지었다. 부부가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가진 셈이다.

“이러니 처음부터 어떤 계기로 차밭을 가꾸고 차를 좋아하였냐 하면 꾸밀 이야기가 없네요. 다만 후손들이 함께 모여 차를 덖고 차향을 맡고 차를 마시는 화목한 시간들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들에게 차밭은 수익사업을 하는 수단이 아니다.

둘 다 교직에서 은퇴한, ‘교육자의 삶’을 살아왔다. 돈이야 욕심부리면 항상 부족한 것, 그러다 행복을 놓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이미 집도 있고 차밭도 두 개나 있다. 경제적으로 궁핍하지도 않은데다, 1남1녀 또한 결혼해 잘 살고 있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이 부부의 욕심이다.
 

연구와 열정 속에 전체의 반 정도가 살아남았으니 '절반의 성공'.

물리를 전공해 중학교 학생들을 가르쳤던 남편은 매일 농사일에 바쁘다.

그냥 농사만 짓는다면야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없을 것인데 유기농거름도 직접 만들고, 연꽃연못이라든가 금송·백송, 춘란 등 다양한 나무와 꽃을 연구하고 가꾼다. 새벽에 나간 사람이 늦은 밤에야 들어오는 까닭이다. 세상시름 다 잊고 폭 빠져 사는 농사연구원인 게다.

그게 약간은 불만이었던 아내. 2015년 퇴직했지만 국화분재부터 그림, 북스타트 등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던 그녀가 아무 생각없이 차교육을 받다가 ‘말차’에 푹 빠졌다.

이후로 차인들과 어울리다보니 남편의 차밭이 자랑이 되었고, 본격적인 다도교육자의 길로 들어섰다.

“차는 올해 처음 직접 만들어봤어요. 이제 국화분재 해오던 것도 덮고, 이야기할머니도 내년까지만 할 거예요. 그리고 차를 배워야겠어요. 차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는 것이 재미있고 즐거워요. 이곳을 차 체험장과 교육장으로 활용하려면 많이 알아야지요. 그래서 차와 관련한 디지털 대학을 다녀볼려구요.”

곱고 여린 표정 속에 다부진 교육자로서의 근성이 배어나온다.  
 

2018년 1,2월의 한파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때.

차나무는 처음부터 이들 부부에게 좋은 인연을 선물했다.

“차밭을 가꾸면서 어려움도 있었는데, 2017년 12월부터 시작된 한파가 그것이었죠. 차밭이 절단나는가 싶어 마음이 타들어갔는데 다행이었죠. 이미 몇 년의 성장내성이 생겨서 버텨내더라구요.”

이두영 원장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한파에 대해 공부해보니 ‘7년 주기’로 찾아온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 차나무를 심었을 때 한파를 맞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끔찍했다. 한파로 인해 타격을 입었다면 재배를 포기했을 테고, 지금의 차밭은 없었을 거다.

“주변에 차밭을 시도하다 ‘다 죽었다’며 그만 둔 사람들이 있어요. 한파의 주기를 생각 못하고 심어서일 겁니다. 우린 부석차밭도, 이곳 신수차밭도 운이 좋았지요.”
 


그의 꿈인 대엽종이 차 밭 한 켠에서 잘 자라고 있다.


김순복 원장이 직접 덖은 차를 맛나게 마신 후, 이두영 원장이 차밭을 구경하자며 안내한다.

차밭은 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무와 꽃들을 심고 가꾸고 있었다. 이리저리 구경하다 차밭 한 켠으로 데려간 이 원장은 저쪽의 색다른 차나무를 가리키며 “저 것이 대엽종입니다. 제 꿈이지요.” 한다. 대엽종?

보성차밭이라든가 남쪽에서 재배하는 차밭은 모두(거의) 잎이 작은 소엽종이다. 대엽종은 일종의 돌연변이종으로, 이 원장은 이들 돌연변이종만 모아 일정분량의 차밭을 가꾸고 있었다.

“3년쯤 지나면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이곳만의 대엽종 차를 마실 수 있을 겁니다. 다른 데에 없는…, 이것이 제가 바라는 신수다원의 소망이죠.”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는 눈길처럼 원장부부의 애정이 차밭에 가득하다.

연못도 보여주었는데, 연꽃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그의 차밭과 연접한 동천저수지(신수낚시터)에도 연꽃을 심었지만, 연못 속의 연꽃은 또다른 풍취를 자아낸다. 그중 하나를 가리키며 이번에는 김순복 원장이 고운 목소리로 설명한다.

“저기 연꽃을 보면 무언가 씌워있죠. 바로 차잎을 꽃심에 넣고 씌워놓은 거예요.”
 

그녀의 말에 의하면, 청나라 건융때 심복이란 사람의 자서전에 이런 이야기가 쓰여있다.

그의 아내가 내주는 차의 향이 독특하고 은은해 도통 자신의 솜씨로는 따를 수가 없었다. 이후 아내가 떠난 후 그리워하다 알게 된 사실은, 아내는 저녁즈음 연꽃의 꽃송이가 오므릴 때 차잎을 넣은 주머니를 꽃심에 넣었다가 다음날 아침 꽃봉오리가 열릴 때 꺼내 차를 다린 거였다.

말단관리였던 남편의 수입으로는 향기로운 차를 끓일 수 없어 고안해낸 지혜였다.

“앞으로 여기에서 차(차밭) 체험과 교육 등을 할 거예요. 차인들과 차를 배우거나 알고싶은 분들에게 유익한 사랑방이 되려고요. 물론 연꽃향이 스며든 차도 마셔볼 수 있지요.”
 

차 밭 아래에 자리잡은 2층건물은 차를 덖고 쉬고 교육하는 장소로 넉넉하다. 김철수 선생의 강의 모습.


“어쨌든 당신, 남편 하나 잘 뒀어”, “차 우리는 솜씨가 대단해” 하며 아내를 연신 칭찬하는 이두영 원장.

연인 못지 않은 노부부의 사랑은 젊은이들과는 ‘다른 색깔’로 전해진다.

차 향이 깊게 스며든 사랑이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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