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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치유능력에 힘이 불끈

천안 청수동 우미린아파트 옆 영산홍이 살아났다

등록일 2024년04월0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세상에나~, 네가 살아났구나’
 

아침에 버스를 타려고 나왔더니 청수동 우미린 아파트 후문 길가에 영산홍 새잎이 뾰족뾰족 나오고 있다. 드물게 꽃봉오리도 보인다.

지난 가을에 잎은 거의 없이 가지마다 벌레가 가득 붙어있었다. 내년에 싹이나 틔울까 염려했는데 너끈하게 이겨냈다고 자랑이라도 하는 듯 가지마다 싹이 나고 꽃도 품었다. 

기후 때문이었는지 작년에는 유난하게 벌레가 창궐했다. 천안 남부대로가의 나무며 집 근처 청당2공원과 청수동 아파트의 벚나무와 영산홍의 잎도 대부분 빈 가지만 남았다. 가을에 잎을 떨어뜨릴 것도 거의 없을 정도였다. 벌레가 몇 마리 정도면 잡겠다고 나서겠지만 도시 여기저기에 비슷한 현상이었다. 한번은 성정동 가구거리에서 버스를 타고 막 자리에 앉았더니 서있던 분이 내 가방에 벌레가 붙었다며 털어주었다. 벚나무 가로수 아래에 서서 버스를 기다릴 때 떨어진 것이다. 


자연의 회복능력에 감탄이 나온다. 두 아파트 사이에 심어놓은 벚나무는 천국으로 가는 터널이 아닌가 하게 꽃이 흐드러졌다. 잎이나 갉아먹는 벌레, 너 따위는 뿌리 깊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지난 가을 벌레만 가득 달고 있던 나무는 눈보라치는 겨울에도 쉬지 않고 힘을 키웠나 보다. 


활짝 핀 목련과 개나라와 벚꽃을 보며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일터로 향하느라 도로를 질주하는 이들을 본다.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다시 일어서느라 끙끙거리는 이를 생각한다. 병원에서 치료받는 이들과 죽는 게 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생각한다.   

사는 것이 팍팍하다 싶으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 걸어보자. 볼펜 끝만큼 작은 꽃잎을 피우고 바람에 흔들리는 꽃마리도 보고, 양지바른 산모롱이에서 노란 잎에 기름을 바른 듯 웃고 있는 양지꽃도 보고, 가는 줄기를 흔들며 눈 맞추는 보라색 제비꽃도 보자. 포장한 도로를 뚫고 나오는 억새의 새싹도 보자.

해뜨기 전부터 높은 음으로 노래하고 알을 낳은 후 살 집을 짓느라 나뭇가지를 분주하게 오가는 새들의 움직임도 보고, 향을 가득 내놓는 아카시아꽃 아래서 얼굴도 들어보자. 무논에서 짝을 찾느라 시끄러운 논길도 걸어보자. 세상엔 사람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물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보일 것이다.  

봄날의 영산홍이 주는 희망을 보니 헤르만 헤세의 ‘봄의 말’ 중 글이 생각난다. 봄엔 봄이 하는 말을 듣고 여름엔 여름이 하는 말을 들어보자. 인간만 희망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닌 것을. 


‘봄이 속삭인다. 꽃피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삶을 두려워하지 마라’ 

김다원 리포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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