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 김경희에요. 잘 지내셨죠.”
반가운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민화작가인 김경희(55)씨는 “원래 3월중 개관하려던 것을 1월28일(목) 오후 1시로 앞당기게 됐다”며 ‘도계민화박물관’의 탄생을 알렸다. ‘도계(萄甄)’는 포도송이같이 후학양성에 풍성하라는 뜻을 가진 그의 ‘호’를 땄다.
동남구 정골1길 73-9에 자리잡은 600㎡ 남짓의 작은 사설민화박물관. 주차시설이 따로 없어 길가에 세워야 하지만, 박물관까지의 거리가 가까워 큰 불편은 없다.
이틀 뒤인 20일 민화박물관이 자리잡은 구성동(천안시 동남구 정골1길 73-9)로 찾아들어갔다. 죽전원 들어가는 마을길에서 왼편 언덕에 위치한 민화박물관은 내려다보는 풍광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수백년된 민화도 여럿
김경희 관장은 수시로 기획전시를 통해 민화작품을 바꿔주고, 민화 외 작품전시 등 다양한 운영방식을 통해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충남도에 사설박물관은 30여개가 등록돼 있지만, 민화박물관은 이곳 ‘도계’가 유일하다.
문학관을 비롯해 전시실과 교육실로 구분된 도계민화박물관(관장 김경희) 규모는 대략 600㎡. 협소하지만 15호에서 20호 정도의 그림 20~30점이 전시될 수 있고 작업실과 체험 위주의 교육이 가능하다.
도계에 전시되거나 수장고에 들어앉은 민화작품은 대략 200여 점. 전시된 것들 중 오래된 것은 4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작자미상이 많고, 오래 되다보니 보존상태가 좋은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섞여 있다.
‘민화’는 일반적으로 민속에 얽힌 관습적인 그림이나 오랜 역사를 통해 사회의 요구에 따라 같은 주제를 되풀이해 그린 생활화를 말한다.
민화를 정의하는데 있어 조자용(趙子庸)은 “계층이나 신분의 구별 없이 모든 한국 민족들이 그린 그림”이라 해석했고, 김호연(金鎬然)은 “민족의 미의식과 정감이 표현된 민족화”로, 이우환(李禹煥)은 “평민·서민의 습관화된 대중적인 그림”으로 정의했다.
김경희 작가는 “세상에서 복 받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벽사진경(辟邪進慶)의 염원, 신앙과 생활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마음을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나타낸 전통사회의 산물”이라고 소개했다.
암벽화의 동물 그림, 고구려 벽화의 사신도(四神圖), 신선도, 해·구름·바위·산·영지(靈芝) 등의 장생도(長生圖), 수렵도, 백제의 산수문전(山水文塼)의 산수도 등은 한국민화의 연원을 밝힐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김 관장은 “여기서 40명 남짓한 제자들과 함께 민화를 널리 알리고 보급하는데 노력을 다하고, 몇 년 후 여건이 되면 더 큰 공간으로 이전해 멋진 민화박물관의 꿈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민화박물관은 민화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예술작품을 기획전시하고, 민화를 비롯한 예술전파에 중심이 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대학 평생교육원 강의와 방과후수업, 제자양성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 관장은 최근 제4회 대한민국 명인미술대전 서예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전통공예협회 천안·아산지부의 지부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