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동안 뜸했던 지인이 연락을 해왔다. 만나보니 ‘관급공사’를 입찰한 업체로부터 일을 맡게 되었는데, 업체는 한참 지났어도 못받았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문의해보니 시는 업체에게 대금을 지불한지 꽤 지났음을 알게 됐다. 경기진작을 위해 조기집행해온 행정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상황에서, 시가 하청업체들에게까지 제때 대금지불이 가능한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할 필요성을 논한 바 있다.
천안시가 ‘클린페이(Clean PAY)’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시가 발주하는 공사와 관련해 근로자의 임금과 하청업체의 하도급비·자재비·장비비 등의 대금체불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대금지급전자시스템으로, 올해 상반기 시범운영기간을 거쳐 하반기부터 본격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클린페이 시스템’의 도입배경은 당연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와 중소업체를 보호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천안시가 발주공사에 지급한 공사대금이 도급업체로부터 하도급업체와 근로자, 기계장비 대여업자 등에게 지급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각종 대금이 실제 권리자에게 지급되는지를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천안시와 공사계약을 체결한 원도급업체는 하도급대금과 노무비·자재비·기계장비비 등에 대한 각 비목별 대금 수령과 지급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고정 전용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시는 이 전용계좌에 해당 대금을 직접 입금하고 하도급업체·근로자·기계장비대여업자 등 실권리자에게 제때 지급되는지를 확인하면서 원도급업체의 대금체불 등 부당행위를 통제하게 된다. 또한 대금지급 과정에서 하도급업체나 근로자에게도 SMS 문자로 실시간 통보하기 때문에 관급공사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각종 대금체불을 원천 차단하게 된다.
이와 같은 대금지급전자시스템 ‘클린페이’가 운영되면 고질적 병폐인 체불시비가 없어지게 되며, 천안시는 대금체불과 세금체납 없는 성실한 업체를 시공사로 선정하게 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시 회계과 전창영씨는 “지금까지 관급공사의 하도급대금 등의 지급사항을 확인하는 데에 미비한 점이 많았지만 대금지급전자시스템을 도입하면 실시간 확인이 가능해 각종 대금지급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다”며 “관급공사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도 이러한 제도가 확산돼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2013년인가 제도도입을 구상한 적 있으나 그때는 검증이 안된 상황이라 좀 더 지켜봤다"며 "일단 공사기간이 30일 이상 되는 모든 업체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클린페이 시스템’은 2012년 ‘노무비구분관리제 및 지급확인제’ 시행에 따라 조달청 하도급시스템과 같이 개발된 시스템으로, 현재 서울시·수원시·제주도 등 일부 자치단체의 시범운영을 통해 검증된 시스템이다. 충남도내에선 천안시가 처음으로 도입해 시행하게 됐다.
<김학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