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이하 천시협)의 천안시의회 ‘1년 의정평가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천시협은 1년동안의 속기록에 의지해 발언건수, 질문건수, 발의건수, 출석률을 분석하고 홈페이지, 블로그, 간담회 등에서의 활동여부를 파악해 의원 개개인에게 점수를 매겼다. 주명식 의장과 도중에 들어온 김행금(비례대표) 의원을 제외한 20명의 의원들. 점수에 의한 상위순위는 김선태·인치견·이종담·황천순·주일원 의원이며, 하위의원은 전종한·엄소영·이준용·서경원·김각현 의원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평가결과를 갖고 좋은 점수를 받은 의원들과 그렇지 못한 의원들 사이에 자랑과 불만이 생겼다. 최고점수를 받은 김선태 의원이 62.57점에 그치는 등 시의원 전체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정작 의원들은 상대적인 우수여부를 따지며 제각각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옳다 그르다 ‘주거니 받거니’
그런 와중에 천안시의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의정 설문평가가 다소 문제있다고 주장했다.
의회는 견제·감시대상인 공무원들에게 평가를 맡긴 점, 전체 1898명중 450명이 설문에 응했으며 어떤 문항은 167명 정도가 응답해 대표성이 낮은 점, 일부 공무원들은 평가할 만큼 의원들을 잘 알지 못한다는 점 등을 들어 “조사의 객관성과 신빙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1월9일 천시협은 시의회의 이같은 지적에 “시의회의 문제제기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의회가 자성하고 자숙할 것을 촉구했다.
공무원들이 평가하는 것을 문제삼는 것은 의회가 오만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며, 의회가 먼저 공무원들 앞에 당당한 전문성과 공익성, 도덕성을 갖추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질타했다. 또한 전체공무원중 23.7%에 해당하는 450명의 유효한 응답을 분석한 것으로, 유효샘플수가 부족하다면 다시 의회와 공동으로 전수조사할 것을 제안했다.
전문성을 묻는 물음에 249명만 의원을 명기한 것은, 반대로 그 외 명기하지 못한 공무원들이 ‘없음’이란 답을 내놓았기 때문으로, 이는 부끄러운 천안시의회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천시협은 거듭 천안시민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자성하고 자숙할 것을 촉구했다.
천시협 “보완·개선해 좋은 평가시스템 만들터”
물론 의정평가를 꼼꼼히 살펴보면 곳곳에서 부실함이 눈에 띈다.
의정활동은 속기록으로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정책제안에 뛰어난 의원이 낮은 점수를 받은 것도 결과적으로 속기록에만 의존한 평가의 한계이며, 지역에서 묵묵히 민원인들을 상대하며 지역발전에 힘쓰고 있는 의원들의 활동역량도 포함되지 못했다. 발의건수나 질문건수가 많다 해서 가산점을 주는 것도 정확한 셈법은 아니다. 평의원과 달리 의장단(의장·부의장·각 상임위원장)의 별도활동도 평가시스템에 들어가야 하며, 중요한 현안문제에 의원들의 소신과 역량이 어떤 식으로 표출되는지도 주의깊게 평가돼야 한다.
어느 의원은 “천시협이 사전에 메일을 보내 작성해달라 했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이 응답해주지 못했는데, 그런 것들이 고지식하게 반영됐더라”며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거기에는 블로그 운영이라든가 토론회 참석여부 등을 묻는 내용으로, 답변못했다 해서 일을 안한 건 아니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실제 기타의정활동(15점)에 반영된 것을 보면 답변 못한 의원들이 대부분 4점에 그쳤으나 답변에 응한 세명의 의원들은 9점~11점 정도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성·시정질의 적절성·공익성을 물었던 공무원 평가에도 김영수·전종한·인치견 등 인지도 높은 다선의원들이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은, 반대로 초선의원들에겐 불리한 점이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의정평가에 관여한 천시협 관계자들은 이같은 일부 지적에 평가의 한계성이 분명히 있으며, 전국 어디에도 평가표준안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부족함 등 여러 여건에서 부실함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정병인(경실련) 사무국장은 “그럼에도 많은 노력을 통해 대체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냈다”고 자평했으며, 윤권종(경실련) 정책위원장은 “보완할 것과 개선할 점을 찾아 가급적 매년 의원평가를 통해 좀더 의원들이 긴장하고 긍정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