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이 사람 몸에 좋은 건 다 아는 사실이다. 혈액순환, 골다공증, 변비, 피부미용, 다이어트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번거롭다. 얼마나 좋은지 ‘흙속의 진주’라는 별명까지 붙였을까.
효능은 산삼만큼 좋다는데 누구나 쉽게 캘 수 있는 것이 칡이다 보니 제값을 못받는다. 그렇다고 칡의 고귀한 가치까지 푸대접하는 것은 무식함을 넘어 몰상식한 일. 칡만 잘 복용해도 건강의 30%는 너끈히 잡아주고 유지해줄 거라는 장담이 허풍처럼 들리질 않는다.
이렇게 큰 칡은 처음 캐봤다는 안동훈씨. 인터넷에서 비슷한 것도 보지 못했다는 안씨는 원숭이해가 시작된 정월, 기분좋은 월척을 낚았다고 싱글벙글.<010-8508-0679>
지난 3일(일) 어마어마한 칡이 약초꾼 안동훈(쌍용동·약선산야초)씨에 의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생업으로 하는 사람이 “생전 처음 캐봤슈” 하며 칡을 보여주는데, 사람만한 크기의 칡은 듣다보다 처음. 그보다 긴 것들은 많이 봐왔지만 몸통이 웬만한 장정과 같다니….
“공주 매문리에 있는 야산에서 캤는데요, 발견 당시 땅 위로 나와있는 머리부분이 커 숫칡이겠거니 생각했죠. 그런 건 겉만 크고 화려하지 막상 캐보면 막대기 같은 것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캐면 캘수록 몸통이 굵어지며 암칡의 모양새가 나왔다. 참고로 숫칡은 가늘고 질기며 쓴맛이 나 상품성이 적은데 반해 암칡은 영양소가 풍부하고 수분과 전분이 많아 즙을 내기가 좋으며 굵고 단맛이 난다.
게다가 겨울칡은 봄부터 흡수한 영양분이 모두 뿌리로 저장되는 계절 아닌가. 없어서 못판다는 겨울칡에 암칡이라니, 절로 ‘신봤다’는 말이 새어나왔다.
발견한 시각은 오전 11시30분. 함께 간 사람까지 동원해 파고, 또파고…, 삽질로 웬만한 묘지 하나 파내는 듯한 작업에 땀은 비오듯, 입에서는 단내가 풀풀 났다.
그렇게 캐고 난 시각은 어느덧 오후 3시. 기진맥진 했어도 로또맞은 듯한 뿌듯한 기분에 콧노래가 절로 났다. 월척을 올린 사람이 그러하듯 칡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둘이서 수십미터를 낑낑대며 떼어메고서야 차량 앞에 간신히 도착했다.
“작년에는 45년쯤 묵은 산삼을 평생 처음 캐보더니, 새해벽두에 기분좋게 한 건 했습니다. 요렇게 굵은 암칡도 처음 캐본 거니…, 아마 이 정도의 칡을 캐본 사람이 없을 겁니다. 무척 희귀한 크기이거든요.”
흙속의 진주. 땅 속에 박혀있는 칡의 위용이 대단하다.
칡 이야기가 나왔으니, 참고삼아 칡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해 살펴보자.
동의보감에는 칡이 ‘주독을 풀어주고 입안이 마르거나 갈등이 나는 것을 막아준다’고 했다.
일단 혈액순환에 좋으며,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석류의 628배나 들어있어 골다공증 등 여성 갱년기에 좋다. 숙취해소에도 으뜸이며 칡즙에 들어있는 카데킨 성분이 간 기능을 강화시켜 준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개선에 효과만점이며, 사포닌이란 성분이 들어있어 혈당조절에도 효과가 있다. 폴리페놀 성분에 따른 중금속 배출효과를 비롯해 피부미용, 여드름과 아토피, 피로회복에도 좋다.
열량이 적고 지방이 거의 없어 다이어트에 도움되며, 해열작용과 두통에 효과가 있어서 감기를 낳게 하는데도 특효약이다.
좋은 점이 많다고 해서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다.
차가운 성질이 있어 몸이 냉한 사람이나 기력이 없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 위장이 약한 사람은 복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임산부나 임신을 계획중인 분들도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몸이 찬 사람이 먹을려면 생강처럼 따뜻한 음식과 함께 해야 한다. 또한 칡에는 여성호르몬이 많아 성장기 소녀들에게 성조숙증을 나타낼 수 있어 조심해야 하며 칡즙만 먹을 때는 갈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물과 함께 먹어주는 것이 좋다.
안씨는 어마어마한 암칡 외에도 이틀동안 400㎏ 가까운 칡을 캐내었다. “겨울철에는 뭐니뭐니 해도 칡이 알짜배기예요. 웬만한 보약 저리가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