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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이 절로… “옛날 맛을 팔아요”

이군자(70·풍세면)/ 솜씨좋은 시골할머니… 고추장·된장·간장 등 직접 농사져 저렴하게 판매

등록일 2015년12월1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할머니, 계세요?”

이른바 고추장할머니라고 불리는 풍세면 이군자(70) 할머니. 2년 전보다 더욱 건강해보이고 밝다.

명랑·쾌활해지신 이유는 뭘까. 당시는 오랜 지병으로 앓아눕던 남편을 여윈 때였으니, 그것 때문일까. 아님 아들래미 부부가 집에 들어와 함께 산다고 부산을 떨고있는 상황을 즐기는 것인가.

줄 건 없고, 멀리서 오셨으니 커피나 한잔 타드리께.”

구수한 말에 투박한 잔, 한가득 넘치는 커피에 인정이 묻어난다.

거실은 예나 지금이나 온갖 농산물로 가득 차 창고와 다름없다. 어떤 푸대에선 고추가 삐죽 나와있고, 또다른 푸대 바닥에는 몇몇 콩들이 공기알처럼 퍼져있다.

할머니가 손수 그많은 농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것은 모두 판매하기 위해서다.
 

그간 고추장은 많이 파셨을까.

그냥 팔고있어. 서울에서도 찾고, 수원에서도 들리지. 직접 가져가는 사람도 있고, 택배로 붙여주기도 하구, 항상 그럭저럭 해.”

말씀은 그리해도 고객이 많은가 보다.

할머니를 알게 된 건 시내 큰 식당 주인이 소문난 고추장할머니가 있다는 소개에 의해서다. 그 식당도 단골로 대놓고 쓰고있는 곳. 고추장뿐 아니라 재래식 간장에 된장, 청국장, 그리고 손두부까지 가리는게 없다.

 

말도 마세요. 된장이면 된장, 고추장이면 고추장, 간장에 청국장을 재래식으로 담그는데 어찌나 맛이 좋은지요.”

식당주인의 말처럼, 할머니는 한때 대학 식품학과와 손잡고 상품개발까지 했던 전력을 갖고 있었다.

항아리가 더 늘었어요. 대문 안에 항아리 더 쌓아놓을 곳이 없네요.”

이리저리 놓여있는 항아리를 보며 보물이라고 애지중지 하지만, 실상 수많은 항아리에 이름표 하나 붙여놓지 않고 항상 헤맨다. 이것 저것 열어보곤 고추장인지 된장인지를 보고, 또한 얼마나 오래 묵은 건지를 짐작한다. 그래도 싱글벙글, 좋기만 하다는 할머니.

이것 봐봐. 고추장이 겉에는 색이 다 죽었잖아. 이렇게, 주걱으로 자꾸 뒤집어줘야 돼. 봐봐, 색이 빨갛게 예뻐지잖아. 게다가 여기 요 물 있잖아. 이게 진짜 맛있는건데, 사람들은 잘 모르고 그냥 위에서 퍼담아. 잘 섞어주면 얼마나 맛있는데.”
 

할머니는 이런 저런 요령을 알려주며 맛을 보여준다. 그런 와중에도 한쪽에선 청국장 끊이는 냄새가 구수하다. 어릴 적 많이 맡아보던 바로 그 냄새다.

팔아준다며 물건을 놓아달라는 곳들이 있는데, 그러질 않여. 부담주는 거가 되잖여. 그리구 별로 돈생각도 없어. 내 것이 맛있다 해서 그런 거지, 이 나이에 많이 팔면 고생만 더 하는 거잖여.”

그간 양손 모두 수술했고 눈수술에 허리수술도 3, 8년 전에는 암수술도 받았던 할머니. 이제 아들래미도 들어와 산다니, 좀 부딪치는 것들은 있을 지라도 사람 사는 집 같아 질 것이다.

애들은 애들 먹고 산다니, 난 내가 벌어먹고 살면 돼니 충분혀지. 단골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옛날 집에서 해먹던 고추장, 된장, 간장, 뭐 이런 것들 먹고싶다면 그냥 어디서든 날 찾아주면 좋지. 집에서 무료하게 있기 싫어 이리저리 몸 움직이는 거니까. 서로 좋은 거여.”

문의/ 010-3953-7437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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