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브리핑실이 결국 거친 욕설과 폭력사태로 변질돼가고 있다.
지난 8일 일부 의원들이 ‘브리핑실 운영관련 기자회견’을 한 후, 갈등관계를 빚고 있는 기자들간 참았던 감정이 폭발했다.
한 기자가 욕설로 시작한 사태는 몸싸움으로 이어지며 브리핑실을 10여분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급기야 “어느 기자가 술먹고 한전에 가서 술값 계산하게 하고 돈까지 받아갔냐”는 폭로전으로까지 확대됐고, 서로 상대방을 지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실여부를 떠나 일부 사이비 언론(인)의 민낯을 드러내는 일. 기자들이 몰려다니며 각 기관의 간부급들에게 “술 좀 사라” 해서 얻어먹고 다니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매일반이다.
시행정도 수많은 혈세가 ‘언론모시기’에 쓰여지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 언론눈치를 보는 의회는 기껏해야 “왜 일부 언론에게만 쓰냐”며 형평성을 지적하는 수준에 그칠 뿐인 현실에서, 못된 언론의 횡포는 시민사회단체까지 침묵하게 만들고 있다.
브리핑실이 기자실처럼 운영되면서 발생하는 폐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기에 행정과 정치인들이 ‘이해관계’를 갖고 편드는 양상이 벌어지면서 더욱 진흙탕 싸움으로 확대되는 현실이다.
브리핑실의 갈등과 폐단을 없애고 상생절충안을 마련하겠다며 적극적 의지를 보였던 시행정도 이번 사태를 접하고 깊은 고심에 빠졌다. 전체언론을 대상으로 재조정해 브리핑실을 일부 기자실화하는 검토방안은 갈등의 골이 깊은 기자들을 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하는 것. 자칫 더 큰 갈등과 대립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과 시행정이 오히려 기자실을 부활시키는 우를 범하는 행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폐단은 보지 않고…
천안브리핑실의 갈등은 그동안 서서히 쌓여왔다. 18년 전만 해도 천안에 활동하는 기자들이 많지 않았던 시절, 천안시청에는 떡하니 ‘기자실’이 있었다. 하지만 시행정을 감시하는 기자들이 오히려 광고비나 밥값 등 행정이 제공하는 각종 편의를 누리고 있으니 정론직필은 먼 이야기였다.
10년 전쯤 시대가 바뀌면서 기자실은 없어졌으나, 브리핑실에 얹혀 기자실처럼 생활하려는 의도는 시행정의 동조로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 시청 출입기자들만 200명 가까운 현실. 기득권을 놓지 못하는 그들과, 폐단을 지적하는 새로운 신진언론들의 관계는 더 이상 우호적일 수가 없게 됐다. 이같은 대립에 뒷짐진 행정과 달리 천안시의회가 중재에 나서면서 더욱 거세졌다.
주명식 의장과 주일원 건설도시위원장이 브리핑실 활성화 개정조례발의에 나섰으나 의원들은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 편드는 양상으로 불거졌다. 4일 당시 총무환경위원회(위원장 전종한) 심사는 자정을 넘어가는 진통 끝에 개정안은 본회의로 넘어갔고, 조례안 부결을 원하는 의원들의 반발로 본회의가 개회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2007년 진천군은 ‘브리핑룸이 기자실로 변질됐다’며 공무원노조 진천군지부가 성명을 내고 폐쇄를 요구하고 나선 바 있다. 당진군 또한 브리핑실에 칸막이용 책상들이 배치되자 당진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성명서를 내고 본래 취지에 맞는 개방형 브리핑실로 개편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후 여러진통을 거쳐 지방일간지 기자들이 상주하는 일도 없어졌고 사무용책상을 점유하는 일도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천안시도 비슷한 유형의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상반되는 의원들 '의도는 어디에'
지난 8일에는 인치견·유영오·김영수 의원이 상임위 심사를 문제삼아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이들은 ‘위원장의 회의지연과 함께, 기자회견이 있을때만 개방을 원칙으로 하고 사용승인신청서도 시장에게 제출한다’는 개정조례안은 민주주의를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조례안이 시민 알권리 침해까지 야기한다며 조례안에 대한 의장의 폐기 표명, 전종한 위원장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구본영 천안시장의 브리핑실 운영에 대한 명확한 의지표명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전종한 위원장이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해명글을 실었다.
6시간이나 고의적으로 지연시켜 회의를 파행시켰다는 말에 대해서는 ‘실제 진행된 면면은 그렇지 않다’고 했으며, 민주적 절차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주장에는 ‘책상을 내려치는 등 오히려 폭력적 분위기 조성이나 날치기통과 해프닝 등이 파행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모 일간지에서 자신이 공식사과했다거나 정회시간에 숨어있었다는 기사내용은 명백한 오보이며 편향된 시각이라고 질타했다.
의회직원의 생일파티로 회의가 지연됐다는 주장 또한 관련조례안이 상정되기 전 정회시간에 3~4분 정도 보낸 것으로 악의적인 오보글이라고 반박했다.
주명식 의장은 “브리핑실의 폐단은 누구나 아는 일”이라며 “이를 의회가 나서 중재하고 더 나은 언론환경이 되도록 다함께 노력하자는데 왜 반대하며 발목잡는지 모르겠다”고 섭섭함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