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기로 보통 서너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유럽인들이 많다는 사실.
가깝게 인접한 나라들이 영어, 불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등을 쓰기 때문이다. 왕래도 잦다 보니 조금만 관심 가지면 어렵지 않게 복수의 외국어를 사용할 줄 알게 된다.
그같은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일단 인접한 나라가 일본과 중국이 각자의 언어를 갖고 있다. 한자를 공통으로 써오다 보니 ‘한자’만 알아도 어느 정도 통하게 된다.
예전이야 먹고살기 힘들어 마을을 벗어나기조차 힘겨웠지만, 요즘은 서민들도 힘들지 않게 해외여행을 즐기는 시대. 중국이나 일본은 이제 이웃집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니 중국어나 일본어를 배울 기회는 더욱 많아질 수밖에….
천안 불당동에 사는 김영주(44)씨. 그녀는 한때 백석문화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기도 했고, 지금은 나사렛대 평생교육원에서 외래교수(강사)로 있다.
“요즘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이 많나요?”
그녀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는다. “아니요. 많진 않아요.”
‘중국어나 일본어 배우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어디서 오류가 발생한 걸까. “제가 아는 선에서는요.” 아, 그렇군. 가르치는 곳이 많다 보니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특히 일본 대지진(2011년 3월11일 일본 혼슈의 북동쪽 해안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강진. 이로인해 2만450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후 급격히 줄었던 거 같아요.”
그녀는 당시 대지진이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쳐오던 그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가져왔던 기억을 회상했다.
앞으로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 걱정하진 않는다. 해외여행이 일반화되면서 일본을 찾는 한국인들이 많아지고, 일본의 매력적인 도서·만화·애니메이션으로 인해 일본어를 배우려는 계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보다는 배울 수 있는 기회와 방식이 다양해졌어요. 좋은 교재와 교육동영상이 시중에 많이 공급됐고요, 평생교육원을 비롯해 여성회관, 사설학원, 문화센터 등 가르치는 곳도 많아졌죠. 배우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어렵지 않아요.”
게다가 일본어 배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도 거의 없다.
일단 한글과 같이 어순이 같고, 문법도 크게 어렵지 않다. 다만 일본어에 한자가 많아 한자단어 외우기가 난관이랄 수 있지만, 반면 한자공부가 충실히 된 사람에게는 오히려 쉽게 배울 수 있는 이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영주씨가 가르치는 나사렛대 평생교육원의 경우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 9시30분부터 12시까지 수업이 있다.
배움의 열기는 주로 주부들이 중심이 된다. 이들은 일본을 여행해본 경험을 갖고 있거나 일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
한국인도 이젠 해외여행을 떼지어 다니는 ‘관광’에서 벗어나 ‘여행’의 참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참고로 관광과 여행의 차이점은 극명하게 갈라진다.
관광통역가이드에 보면, ‘관광’은 사람을 보고 만나기 보다는 풍경과 그곳의 문화에 중점을 둔 짧은 여행인 반면, ‘여행’은 그 속의 문화를 현실적으로 체험하고 느끼며 마음 깊숙히 즐길 수 있는 여행으로 체류기간이 비교적 길다.
“일본을 관광으로 다녀온 분들은 많이들 아쉬워하기도 하죠.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겉핥기 식이 돼버려요. 만일 일본어를 할 줄 안다면 혼자든 몇몇이든 여행으로 떠날 수도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