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발표한 반영운 교수는 천안 도시재생사업의 현재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했다. “정말 답답하고 먹먹하다. 좀 더 진일보하고 혁신적인 것이 있어야 한다. 당장은 이해당사자간 갈등이 있을 수 있어도 ‘용광로’ 하나 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천안 원도심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6일 오후 3시 천안시청 대회의실에서 있었다.
주최·주관은 (사)천안시개발위원회와 천안시의회. 개발위원회 회장도 맡고 있는 안상국 의회부의장은 “오늘 도시재생에 대한 연구와 현장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모셨다”며 관련 사례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되길 희망했으며, 구본영 천안시장은 “오늘 토론회가 도시재생 사업진행의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좋은 의견들이 많이 제시되기를 바란다”고 축사했다.
주제발표는 ‘도시재생을 통한 원도심 활성화방안’이란 제목으로 반영운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나섰다. 김성헌 공주대교수 진행 아래 정진훈(국토교통부 도시재생금융지원팀장), 인치견(시의원), 이용길(천안시 도시재생과장), 김륜희(한국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강윤정(천안NGO센터장), 허 전(개발위원회 이사)이 토론자로 무대에 올랐다.
반영운 교수 “주민협조는 절대적”
도시재생에 대한 주제발표는 지극히 원론적인 이론에 충실했다. 이는 그동안 도시재생에 관한 각종 세미나나 토론회와 같이 기본적인 지식을 쌓는 입문서의 역할에 그쳤다. 이런 이유로 좀 더 도시재생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고자 했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어떤 이는 “우리가 배우러 온 것은 아니잖냐”며 “우리의 궁금증을 묻고 풀어주는 시간으로 알차게 진행해 달라”고 호소해 방청객들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도시재생에 관해 주제발표하고 있는 반영운 교수.
반영운 교수에 따르면 그간 도시개발 중심에서 경제구조의 변화에 따라 요즘은 도시관리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재생활성화법도 두면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런 흐름속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관(官)’이 아닌 ‘민(民)’에 있다는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주민 스스로 발전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이를 관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주민이 어떤 의식과 의지를 가졌느냐는데 성패가 달렸다고도 볼 수 있다.
반 교수는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 ‘공공성’을 강조했다. 참여방식을 다양화하고, 공동체 역량을 강화하며, 이해관계자간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도시발전이란 배가 순조로운 항해를 할 수 있다.
그동안 물질의 풍요를 누리기 위해 사람이 희생됐다면, 이젠 어느 정도 풍요로운 생활이 가능해진 만큼 ‘사람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돌려야 한다. 차중심이 아닌 보행자중심, 건물중심이 아닌 녹색이 어우러진 도시를 꿈꿔야 한다. 최근 시도된 ‘걷고싶은 거리’ 조성은 그런 맥락이다.
가치를 지닌 역사문화지역을 보전하고 도시정체성을 확립하며, 쾌적한 정주환경을 위한 녹지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바로 민·관이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도시재생은 크게 두가지 절차를 밟는다. 먼저 전략계획을 세우고 다음으로 활성화계획을 세운다. 전략계획은 기초조사를 시작으로 권역을 설정하고 해당지역의 현황과 잠재력 파악한다. 이후 권역별 기본방향을 세우고 기본구상을 후 권역별 활성화지역으로 지정하게 된다. 천안시는 지금 권역별 현황 및 잠재력을 파악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략계획이 끝나면 활성화계획으로 들어간다. 천안원도심의 경우 빈공간 채우기, 젊은층 끌어들이기, 다문화 끌어안기, 문화콘텐츠 끌어오기를 목표로 삼고 있다.
반 교수는 “빈 공간(점포 등) 채우기는 건물주(토지주)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데, 천안 명동골목 주변은 월세가 높고 활성화에 대한 관심과 협력이 높지 않아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반면 “천안에 다문화가정이 많은 것은 원도심의 활력주체로 끌어안기에 좋은 전략일 수 있다”고 했다. 반 교수는 “도시재생선도사업은 문화에 코드를 맞춘 일부사업일 뿐 원도심 일대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핵심사업이 필요하다”며 ‘천안역사’를 지목했다. 천안역사를 중심으로 동·서로 확대한 다양한 개발콘텐츠를 끌어넣어 개발할 수 있다면 천안원도심의 용광로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토론자들 “원도심활성화, 관건은 천안역사”
도시재생선도사업은 4년 기한으로 추진되지만 그 결과는 빠르면 10년이나 늦으면 20년 또는 30년도 걸리는 사업으로, 전문가들은 조급해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제발표 후 토론으로 이어졌다. 토론에 나선 토론자들은 각자 주어진 5분보다 훨씬 긴 시간을 사용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김륜희 한국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아쉽기는 1년 반동안 사업을 해왔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갈 길이 먼 것 같다”며 “도시재생사업은 예전의 전성기때로 돌아갈 수 있는게 아닌데도 기대들을 많이 하신다. 이로 인해 임대료 등이 상승하고 사업하려는 사람이 빠져나가는 상황으로, 건물주(토지주)들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발전적 노력에 합의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재생사업 하면 뭐가 남냐고 묻는데 ‘마을·사람·일자리’가 남는다며,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원도심활성화 의원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인치견 시의원이 나섰다. 그는 원도심활성화에 대한 핵심의제로 동남구청사 부지 개발, 천안역사 신축, 명동거리 활성화, 재래시장 활성화, 원도심주차난 해소, 재개발재건축 선택·집중, 도시재생기능 역할충실, 도시주거사업정비 확충을 들었다.
강윤정 천안NGO센터장은 “일방적인 시혜사업이 아닌 만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며 “중요한 건 주민참여형으로 진행돼야 하며, 보다 많은 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천안시개발위원회 이사로 참여한 허 전 감정평가사는 “도시재생선도사업만 가지고 원도심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언발에 오줌누기”라며 좀 더 큰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도사업에 재개발재건축과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병행해야 하며, 천안삼거리 등 길거리문화의 천안특징을 살려 재생사업에 넣자고 했다. 부산처럼 천안역을 지하로 집어넣으면 역을 중심으로 한 동·서발전의 구심축이 생기며, 자연적으로 구도심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진훈 국토교통부 도시재생금융지원팀장은 “기존 도시사업이 그린벨트를 풀고 LH가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었다면, 현재 도시재생사업은 비주택사업방식으로 민간사업자들의 투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더뎌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정말 부탁드리는데 쇠퇴한 지역 모두를 만족시킬 개발은 없으므로,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해와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자들의 발언이 끝나자 방청객 질문이 쏟아졌다.
도시기금 확충, 재개발재건축 지역 국·공유지 저가(무료)매입 협조, 천안역사 조속신축, 원도심주차난 해소방안 등이 질문으로 올라왔다. 이용길 천안시도시재생과장은 “국·공유지 매입은 천안시도 해당법에 따라 사용료를 내거나 한다”며 행정지원의 어려움을 밝혔고, “도시기금은 현재 21억원에서 내년 47억원을 예산편성에 올린 상황”임을 설명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