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쌍용도서관은 아침부터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곳이다. 도서관의 규모가 아주 크다거나 또는 맛깔스럽게 생긴 것도 아닌데 인기가 높은 곳이 됐다.
아마도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많다는 것이, 그래서 가깝게 이용하기 쉽다는 것이 강점은 아닐까.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세가지 부류로 나뉜다. 책을 읽는 사람과 빌려가는 사람, 그리고 책과는 별개로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주부 김정원(44·불당동)씨도 2012년 4월부터는 이들 속에서 ‘더 책’이라는 독서동아리를 만들어 하나의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더 책’은 그간 독후감을 썼던 것들을 다듬고 간추려 조만간 문집도 내려 한다. 자신들의 글을 내보이는 것은 부끄럽고 많이 서툴지만, 동아리활동 3년을 담은 문집은 스스로에게도 정리가 되고 더 좋은 목표로 항해할 다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년의 성과 ‘문집내기 도전’
<기막힌 이야기, 기막힌 글쓰기>에서 저자 최수묵씨는 “현대인에게 글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했다. 요즘 시대는 트위터를 하거나 블로그를 하려 해도 글을 써야만 가능하다. 글은 더 이상 문학을 지향하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글을 잘 쓰면 결국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글을 통해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보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까지 마음껏 표출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몇시간만에 ‘글쓰기의 비결’을 터득하는 길은 없다. 글의 종류가 워낙 다양한 데다 쓰는 기법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고, 부단하게 연습하는 방법만이 있을 뿐이다.
정원씨도 저자의 말에 십분 공감한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얼마나 매력있는 일인가.
“책을 좋아하게 된 것은 어렸을 때부터 독서광이었다거나 그래서 그렇진 않았어요. 어느때 책은 저에게 ‘우울증 치료제’ 같은 것이었죠.”
정말 그랬다. 2005년도쯤 연년생 아이를 키우면서 갑자기 우울증이 왔다. 아니 그동안 서서히 쌓이다 폭발했는지도 몰랐다.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를 잃다보니 모든 것에서 의욕도 툭, 툭 떨어졌다. 사람 만나는 것도 싫고, 심지어 사랑스런 아이들도 귀찮아졌다.
“어쩌면 우연히, 꼭 누군가 섭리해놓은 것처럼, 마을도서관에 갔다가 ‘사서코드’가 눈에 띄었어요. 지푸라기 잡는 식으로, 한번 매달려보고 싶었죠.”
결국 도서관에서 조그만 일들을 맡게 되면서 우울증이 고비를 넘겼다. 잊혀지는 존재에서 쓸모있는 존재로 인식전환되면서 고뿔처럼 우울증도 점차 사라져간 것이다. 그렇게 창원의 작은 도서관은 그녀에게 있어 세계의 한가운데였고 삶의 정원이었다.
2012년 천안 불당동으로 이사한 뒤 바로 뛰어간 곳이 가까운 쌍용도서관이었다. 이제는 치료가 목적이 아닌 ‘화합과 소통’의 수단으로써 말이다.
“천안에 오기 전 1년 정도 독서모임도 했거든요. 도서관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소로, 바로 회원들을 끌어모았죠.”
고기가 많은 곳에서 고기잡는 정교한 비결은 굳이 필요없는 법. 한명, 또한명, 의기투합하면서 어렵지 않게 ‘더 책’이란 독서동아리를 태동시켰고 3년이 넘은 지금 10명의 회원들이 매주 금요일 10시에 쌍용도서관 한켠에서 만남을 갖는다.
‘토론은 치열하게.’
누가 그렇게 하자고 한 건 아니지만, 2주에 한권씩 책을 선정하고 읽으면서 때때로 격렬한 토론이 오갔다. 자기 생각이 깊어지고, 의문점이 많아지고, 자기표현이 능숙해지면서 토론수준도 자연스럽게 높아져간 것이다.
“다행히 우리 회원들은 저마다 장점들이 있어요. 이야기꾼이 있는가 하면 주제를 잘 이끌어내는 친구도 있고, 신랄하게 표현하는 친구도 있죠. 역사에 박식한 친구는 그쪽 방면으로 이해의 고리를 풀어내 도움을 주기도 하구요.”
100% 주부회원으로 젊게는 39세에서 많게는 52세로 그 폭이 열세살 터울밖에 안나는 독서동아리. 더 젊은 회원, 더 연륜많은 회원도 들어와준다면 ‘더 책’을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회원들에게 말했습니다. 회장 자리는 안놓겠다고, 난 종신(회장)이다고. 왜냐구요? 어떤 모임이든 회를 끌고가는 사람에 따라 모임성격도 규정됩니다. 물론 농담같은 말이지만, ‘더 책’의 지금상황이 좋으니 앞으로도 쭈~욱 가길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