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 애기똥풀, 감, 대추, 양파껍질… 이들에게 공통점이란 것이 있을까?
남들의 눈에는 그저 꽃과 풀과 과일과 채소일 뿐. 그러나 김경애(54)씨는 이들이 ‘천연의 색’을 가진 신분임을 알아챈다.
“이들 뿐이겠습니까. 모든 식물들은 저마다 자신의 색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로부터 예쁜 색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천안의 대표적인 천연염색가인 경애씨는 천연염색에 빠져들게 된 동기가 독특하다. 천연염색은 천에 천연염료로 물을 들인 것을 말하는데 ‘먹을 걸 가지고도 염색을 한다’는데 매력을 느낀 것이다. 저마다 웃음코드가 있듯이 그는 ‘맛’이 ‘멋’으로 전환되는 것이 무척 신기했던 것이다. 마법에 걸린 듯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무섭게 빠져드는 그. 20년간 열심히 운영해온 유치원은 어느 순간 그를 방전시키고,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했다. ‘충전이 필요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야.’
“일상에 지친 몸을 충전시키기는 데는 해외여행이 제 격이라지만 저는 여행이나 스포츠, 레져 쪽은 원래부터 관심 밖이에요. 당연히 그런 것들로 충전되진 않습니다.”
여행 대신 지끈을 배우고 네킨아트, 종이접기, 뜨개질, 꽃꽂이 등을 자유롭게 배우는데 열정을 쏟던 그. 특히 천연염색의 마력은 마치 상사병에 걸린 듯 심신을 뜨겁게 달궜다.
“염색 산수화까지 한답니다”
천연염색으로 작업한 산수화.
5년 전인 2010년쯤 본격적인 천연염색의 길로 들어섰다. 바쁜 일 다 제껴두고 시간만 되면 대구로 내려가 천연염색을 배웠다. 배움에 임하는 자세는 저마다 제각각. 늦게 배운 도둑이 밤새는 줄 모른다고, 경애씨의 몰입도는 무서울 정도. 어느 정도 기본이 돼있던 그의 성장과정은 급행열차를 탄 듯 목적지에 빠르게 접근해갔다. 일취월장한 그의 말 “염색은 하기나름”이란다.
염색으로 흔치 않는 ‘산수화’를 선보일 수 있는 실력자로 우뚝 선 그에게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서 몰려든 수강생이 30여 명쯤 된다. 공방을 연 것은 5년도 더 됐지만 직산 작업실이 비좁게 느껴지자 4개월 전 지금의 수신면 해정리(22-18) 3000㎡ 널찍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곱고 은은하다는 뜻의 ‘고은’ 천연염색공방 문패를 달고 수강생교육과 체험교실, 상품개발에 전념하겠다는 그. 천안이 가진 향토적 특징을 찾아 다양한 천연염색 디자인에 응용해보는 것이 경애씨의 1차적 목표. 주변에서 지역적 이야기가 나오기만 하면 바짝 귀를 기울이며 소재거리가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천연염색에 대한 한가지 팁을 드릴까요? 염색을 잘 먹게 하려면, 또한 염색한 것이 잘 빠지지 않게 하려면 바로 ‘풀기’를 싹 빼주는 것이 비결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뭐니뭐니 해도 제대로 삶아야 하는 겁니다. 천연염색 상태가 희끄무레한 것은 바로 삶는데 문제가 있는 거라 보면 됩니다.”
그녀의 꿈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자기와 같이 천연염색의 멋진 칼라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좋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고, 잘 가르치며, 체험해 보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천연염색을 소개하는데 있다.
“천연염색에 대해 알고싶은 분이나 배우고싶은 분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문의/ 010-4401-2122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