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에 30년 가까이 존재해왔던 ‘한국차문화협회 천안지부’가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꿰찬 것은 사단법인 ‘원유전통예절문화협회’다.
“정말 오랫동안 함께 해왔던 이름을 버리기는 너무 아쉽지만 더 나은 도약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전재분 회장은 몇년동안 준비하며 별러왔던 숙제이기도 했다고 한다. 회원들은 더 빨리 버렸어야 했다고 말한다. 성장을 위한 성장통이라고 내다봤다. 망설이고 정에 이끌리다 보면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 회원들의 권유에 고개막 끄덕이던 전 회장. 하지만 27년간 몸담으며 초창기 멤버로 활동해온 세월은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같이 모시던 이귀례 이사장이 지난 봄 타계하면서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는 일임을 다짐했다. 한국차문화협회가 좀 더 좋은 모습일때 나오고도 싶었지만 모든 일이 ‘때’가 있는 것. 함께 하고자 하는 회원들에게 더 기다리라 하기엔 제 욕심일 뿐인 것이다.
열정, 배움, 창의… 초심으로
‘한국차문화협회 천안지부’에서 ‘(사)원유전통예절문화협회’로 바꾼 것은 단순히 이름변경의 문제가 아니다.
“차문화협회는 그들 고유의 방식과 규정이 있습니다. 당연히 협회에 소속돼 있는 지부나 사람들로서는 잘 따라야 하는 의무가 주어져 있고, 거기엔 우리의 색깔을 띠는 것이 엄격히 제한돼 있는 것이죠. 천안지부가 그 틀 속에 안주하고 있기로는 너무 커졌습니다.”
번데기가 나비가 되듯이, 고치를 탈피하고자 하는 천안지부 사람들의 단단한 소망이 영글어 있었다.
이제 사단법인을 두고 자유스러운 상태가 된 원유전통예절문화협회.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그들의 얼굴에 즐거운 긴장감이 역력하다.
“먼저 차별화된 강사를 모실 수 있게 됩니다. 좀 더 창의적인 교육과 문화를 형성하는데 맞춤강사를 둘 수 있는 것은 절대적입니다. 사범자격증도 기존에 3년 걸리던 것을 2년으로 줄이려고 합니다. 기간은 짧은 대신 내용을 알차게 꾸려나가야죠. 또한 내년 봄부터는 국제차문화예절지도사도 배출해낼 것입니다.”
전재분 회장은 협회로 인해 조신했던 생각들을 이젠 자유롭게 시도하고 뱉아내겠다고 한다. 차문화라 해서 한복만 고집할 이유도 없고, 무릎꿇는 방식 외에도 서서 하거나 테이블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입례, 반입례도 필요하다. 무릎꿇는게 어렵거나 아픈 사람들에게도 즐겁게 차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숲을 통과해야 한다면 기존에는 단 한가지 길만 고집했죠. 그 길이 문제가 발생하면 다같이 고생하고 뜻을 이루지 못하는 식입니다. 그런데 숲은 크고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숲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문제가 돼선 안됩니다.”
차문화 예절에 춤과 함께 하는 것이 무슨 문제란 말인가. 옛말에 인습은 타파하된 전통은 계승·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자꾸 나이 먹기 전에 조금만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고, 우리 아이들도 원하는 바입니다. 이젠 고정관념을 깨고 시대가 주는 편리함과 방식을 덧대는 것도 역사고 전통을 계승해가는 것이라 봅니다.”
그는 중국이나 일본의 차문화를 모방하는 수준에 머물것이 아니라 한국의 차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차인들의 몫임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홍차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뢰소차’ 등을 알리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뢰소차는 번개 뢰에 웃음 소자를 씁니다. 싹이 추위에 몸을 움크리고 있는데 번개가 꽝 치면 놀라서 잎을 터뜨린다는 뜻을 담고 있죠. 이제 우리 것을 찾아내고 다듬어 한국의 차문화를 풍성하게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