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쌍용3동은 여느 지역과 다른 풍경을 보인다. “싹둑~, 싹둑.” 어둠이 깔려 사방이 희끄무레한 속에서 누군가 분주한 모습. 그가 지나간 자리엔 나무 사이에 매달아 놓은 불법현수막이 바닥에 쌓여있다. 아침 출근시간 전에도 불법현수막을 수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지역에는 그같은 사람이 여럿 있다.
쌍용3동에 거주하는 공무원들이 ‘우리동네가꾸미’를 만들었다. 이들의 목적은 적어도 쌍용3동 내 불법현수막을 깨끗이 처리해 미관을 확보하는 일. 주로 출근 전과, 퇴근 후 거리는 이들의 독무대다.
윤태호 행정지원과장과 김남대 홍보기획팀장은 이 일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최근에는 분양광고를 내거는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하면서 이들의 역할이 커지게 됐다. 개별적으로 활동해온 공무원들이 모임을 결성한 건 지난 5월. 첫 모임에는 15명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고, 현재는 10명 정도가 열심을 내고 있다.
2012년 4월 천안시는 불법현수막 제거를 위해 전체공무원에게 가위를 지급했다. 항상 소지하고 다니면서 보이는 대로 떼어내라는 것이다. 가위를 지급하고서 그간 불법현수막 수거비율보다 4배가 증가했다. 한동안 공무원들의 ‘가위질’로 거리는 깨끗해졌다.
최근 분양 관련한 불법현수막들로 다시 거리가 지저분해지고 무질서해진 모습을 보면서 쌍용3동 거주 공무원들도 자발적이면서 조직적으로 현수막 제거에 나선 것이다.
이들의 활동을 알고있는 쌍용3동 주민센터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동네가꾸미 활약상을 전했다. ‘평일 출·퇴근때 칼이나 가위를 갖고 거주아파트 주변지역 중심으로 불법현수막 제거에 나서고 있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새벽이나 외출시간을 이용해 불법현수막을 정비했다. 이들이 3개월동안 제거한 불법현수막은 1500개 이상.’
쌍용3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성길씨는 이같은 사실을 알리며 “같은 동네에서 시선이 있을텐데 아랑곳 하지 않고 밤낮 시간을 내어 불법현수막을 제거하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 싶다”며 “우리에게도 모범이 되고 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하지만 우리동네가꾸미측은 이같이 알려지는 게 부담스럽나 보다. 김남대 홍보기획팀장은 “이렇게나마 내가 사는 지역을 위해 보탬이 된다면 즐거운 일”이라며 “아직 시작한 지도 얼마 안됐고 개개인들이 좋아서 하는 일인데 이렇게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럽긴 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