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전통업소는 호두과자를 제조하는 ‘태극당’.
첫 천안명인은 박원호(전통창호제작)씨와 박향숙(미용직종)씨.
45년간 목재 소재의 전통창살과 공예품을 제작하고 있는 박원호씨.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하면 달인이 될 수 있다. ‘달인’이란 곧 실력자를 의미한다. 달인의 경지에 오르면 존중받는 사회, 직업의 귀천은 더 이상 장애가 될 수 없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장인정신이 발달했다. 그를 부러워한 사이 우리사회도 전통과 명인을 키워가고 있다.
천안시가 장인정신으로 전통을 이어가는 업소와 숙련기술을 보유한 명인을 발굴·육성하기 위한 출발을 알렸다. 5일 ‘2015 전통업소·천안명인’의 주인공을 선정했다.
천안의 전통업소로 선정된 태극당(대표 이옥·52세)은 지난 1957년부터 2대째를 이어온 호두과자 전문제과업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개점 이래 59년동안 체인점 없이 동남구 대흥로 한 장소에서 업소를 지켜오고 있다.
또 천안명인에 선정된 박원호씨(60세·신방동)는 45년동안 목재 소재의 전통창살과 공예품을 제작하고 있다. 전통문양의 창살을 개발해 전통찻상, 병풍 등 다양한 상품개발과 연구에 매진해 왔으며, 지난 2009년 제9회 전국 목구조 기술경기대회 대상(노동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향숙씨(50세·성남면)는 이·미용 기능장으로 뷰티스쿨을 운영하며 이·미용 기술을 전수하고 있으며, 특히 미용나눔봉사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지난 1992년부터 23년동안 미용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박씨는 미용산업의 선구자가 돼 이미용분야의 최고영예인 기능장을 획득하고 세계이미용대회 2회 입상과 대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시는 이번에 선정된 천안시 전통업소 및 천안명인에 대해 오는 9월 직원월례모임에서 지정서 및 지정패를 건네줄 계획이다.
일부 운영방식은 ‘보완돼야’
그런데 말이다. 전통업소든 천안명인이든 천안시가 1년에 2곳(2명)까지만 선정하겠다는 발상은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점이 든다. 천안 관내를 이 잡듯 뒤져서라도 전통업소와 명인을 찾아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이 주된 취지여야 하는 사업이다.
천안시는 지난해 8월 관내 30년 이상 된 전통업소를 조사한 결과 36개소가 걸러졌다고 했다. 그들만 1년에 두곳씩 선정해도 18년이란 세월이 흐른다.
시도 이에 대한 고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전국을 벤치마킹해보니 모든 업소를 조사하고 심의해 한꺼번에 모든 업체를 지정하는 방식도 있지만 1년에 두군데씩 지정해 ‘명품화’를 유도하는 것이 더 끌렸다는 것이다.
시 방식대로 1년에 한두군데씩 선정해서 폭발적 관심과 희귀성에 근거한 명품화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인가. 기껏 언론이나 시정소식지에 한두번 언급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까. 매년 천안시가 모범업소를 중심으로 ‘맛집’을 선정하는 관심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천안시는 선정방식도 소극적인 방식을 택했다. 전통업소 또는 천안명인으로 심사를 받고자 희망하는 사람은 누구나 직접 자신(업소)에 대한 정보를 서면으로 정리해 제출해야 한다. 자기홍보를 논리적으로 작성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언감생신의 도전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시는 이번 첫 선정심사를 놓고 읍면동 추천까지 받았지만 전통업소 한군데만 서면접수됐고, 심사를 통과했다. 조례상으로 1년에 두군데까지 선정할 수 있도록 돼있지만 첫해부터 보기좋게 빈곤한 참여율을 보인 것이다. 적어도 시가 조사한 36개소에서 관심을 보이기만 했어도 반쪽행사를 치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 지역경제과 박 순 팀장은 그같은 문제점이 있음을 알고 “좀 더 위원들과 상의하고 토의해 두가지 문제점을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전했다.
한편 ‘천안전통업소’는 동일업종에서 30년 이상 전통을 계승하며 운영하고 있는 소상공인으로 공예, 음식점, 정미소, 이·미용, 주류제조 등의 업종이 대상이 된다. ‘천안명인’은 동일분야 및 직종에 15년 이상 종사하고 ▷숙련기술을 통해 해당산업에 이바지한 사람 ▷자신만의 독특한 기술을 체계적으로 정립하여 보유한 사람 ▷기술수준 및 품성이 동일분야에 귀감이 되는 사람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로 기술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람 ▷국제·전국규모 대회에서 수상한 사람 등을 대상으로 발굴·선정한다.
최용인 지역경제과장은 “오랫동안 전통과 가업을 이어가는 소상공인의 자긍심과 지역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통업소 및 천안명인을 선정하게 됐다”며, “이번 선정으로 자긍심을 갖고 관련 업종에 더욱 매진해 최고의 전문가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