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거봉포도.
당도 높고 때깔 좋은 시설재배 포도.
안전한 먹거리 위한 유기농 포도.
그렇다면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최고품질의 포도를 생산해내기 위한 3박자를 모두 갖췄으니 말이다. 천안만 해도 포도농가가 1200가구. 이중 3박자를 갖춘 곳은 흔치 않다.
7월30일 성거 모전1리 14-3에 위치한 ‘봉도월포도원’을 찾았다. 박용하(50)씨와 그의 아내 김현자(46)씨의 미소가 환하다.
“먼길에 고생은 안되셨나요?”
여름의 정점, 가만히 서있어도 등줄기는 강물이어라.
‘전국유일’이라는 말이 솔깃해 찾은 봉도월.
“보통 거봉포도를 시설재배하는 사람들은 많지요. 하지만 유기농재배까지 하는 집은 천안에서 서너집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비닐하우스 안에 불을 지펴 온도를 높이는 가온방식은 제 집이 유일해요. 천안 뿐 아니라 전국을 봐도 그래요.”
지난해까지 한국포도연구회장을 역임하고 올해는 한국포도회유통사업단장을 맡고 있으니 그 말은 사실일 듯.
가온방식은 출하시기를 한달 앞당기지만 유기농재배는 잎과 줄기를 튼튼히 하며 크는 통에 오히려 한달이 늦다. 시쳇말로 ‘쌤쌤’이 된다.
“농사를 지어보니 참 신묘합니다. 병든 나무는 빨리 씨를 퍼뜨리려고 과일이 빨리 익습니다. 반면 건강한 나무는 제때 과실을 익게 합니다. 급할 게 없는 거죠. 그렇다면 과연 어느 과일이 맛있을까요?”
유기농으로 한달이 늦어질걸 가온방식으로 다른 시설재배의 출하시기를 맞췄으니, 출하는 같되 맛은 훨씬 좋다는 그의 지론인 게다.
최상의 포도 “여느 것들과 다릅니다”
그의 포도원은 한해 10톤을 생산한다. 이중 5톤은 친환경학교급식으로, 1톤은 상류층에 납품한다. 나머지 3톤은 직판, 그리고 1톤은 포도즙이나 술 등 가공용으로 처리한다. 직판가격은 항상 일정. 2㎏들이 3만원, 4㎏들이 5만원이며, 배달도 가능하다.
92년 하나뿐인 형이 부모를 모시고 가다 심각한 교통사고를 냈다. 그때가 서울처녀인 아내와 결혼한 직후였는데 어쩔 수 없이 형의 포도농사를 대신 지는 방법밖에 없었다.
서울에서 잘 다니던 회사는 일단 1년 휴직계를 내는 것으로 응급처방했지만 장모에게는 한동안 ‘도둑놈’ 또는 ‘사기꾼’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렇게 내려온 시골. 포도농사는 문외한이고, 벌레만 봐도 기겁하는 아내는 팔자에도 없는 시골생활에 유배라도 온 듯 몇 년을 부적응자로 살았다.
“20여년이 흐른 지금이니까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이죠, 그때는 참 대책없는 나이였고 삶이였죠.”
교통사고로 인한 사태가 해결되는데 꼬박 2년이 걸렸다. 그간 포도농사에 정이라도 든 걸까.
“이제 서울로 올라갈까 했는데 아무래도 농사가 너무 재밌더군요. 애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눌러앉아 버렸죠.”
주변땅을 임대해 포도농사에 전념하다 보니 어느새 6만㎡까지 재배하게 됐고, 그의 아내도 점차 환경에 익숙해지고 즐기게 됐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 한칠레FTA가 타결되면서 포도농가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결국 그의 재배량은 1만㎡까지 감소했지만 ‘유기농 가온시설재배’라는 최고품질의 포도농원이라는 자부심은 잃지 않았다.
“유기농 재배의 슬픈 전설을 아시나요?”
농자재값은 일반재배에 드는 비용보다 30%~40% 더 든다. 일반재배보다 약값은 두배인데 방재율은 60%, 결국 4배가 더 드는 셈.
반면에 판매가격은 10%에서 20% 더 비싸게 쳐줄 뿐이다.
“일반재배일 경우 900㎡당 1.5톤을 수확합니다. 이같은 계산법을 동원하면 제 포도원은 15톤 가량을 생산해야 하지만, 유기농이다 보니 10톤밖에 안나옵니다. 이런 이유로 천안 1500농가중 유기농재배가 겨우 4농가뿐이 안되는 거죠.”
박용하씨가 미련하게 유기농을 고집하는 이유?
“하하, 처음 시작할 때 무슨 맘을 먹었냐면요. 임신한 제 아내가 매일 4㎏의 포도를 먹더군요. 그래서 좀 더 건강한 포도를 먹이자 생각해서 유기농을 시작했죠. 발상은 거기서부터죠. 그러다보니 제 유기농포도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먹이고 싶더군요.”
포도원 ‘봉·도·월’은 봉우리봉, 길도, 달월의 한자뜻을 갖고 있다. 봉도-최고의 도를 지향하지만, 월(일·월·화·수~)-첫번째가 아닌, 항상 나아가는 포도원이라는 말이다. 박용하씨가 직접 지었다.
그는 유기농재배 ‘노하우’를 공개했다.
“크게는 두가지에요. 남들은 나무 밑에서 물을 주는데, 저는 공중에서 줍니다. 물을 싫어하는 벌레를 잡는데는 특효랍니다. 또 천안농업기술센터 박상돈 팀장이 개발한 ‘SSA-1(흙과 돌을 열처리해 항균력을 갖게 한 신물질)’을 쓰고 있어요. 이는 균을 없애는데 특효죠. 4년 사용해보니 잎이 두꺼워지고 마디가 단단해져 나무 자체가 건강해졌어요.”
실제 농업기술센터에서 올해 7개농가에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대학전공교수도 학생들과 자주 찾아 그같은 효과를 연구·검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