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신부동 대림 한숲·한들 아파트가 모처럼 소란스러웠다.
“건너편 도솔문화광장 공사장 부지에 그간 안보이던 건축폐기물이 쌓여있어요.” 주민들의 제보를 받은 아파트단지 대표자들이 부산해졌다. 현장에 나가보고 시행정에 확인조사를 의뢰했다. 23일 오전에는 임경순 신안37통장과 인치견 시의원이 현장에서 다시한번 꼼꼼히 살폈다.
건축폐기물은 차량 서너대분이 포장으로 덮여있었고, 반차분 정도는 걸러진 폐기물이 일부는 쌓여있고 일부는 바닥에 깔려있었다. “원래는 보이지 않던 폐기물이에요. 이곳 공사현장에서 나올 폐기물도 아니고요.” 임 통장은 불법폐기물이 밖에서 들어와 몰래 매립되는 것이라 의심했고 이 의원은 그같은 의심에 동조했다.
결국 동남구청 위생청소과 단속팀이 출동했다. 현장관계자도 만나 폐기물 출처를 확인하고 서류까지 들춰본 후 “현장에서 나온 폐기물이며, 적법한 처리과정에 있다”는 결론을 냈다.
헤프닝으로 끝났지만 이틀간의 긴박했던 상황들은 불법에 대응하는 ‘성숙한 주민의식’의 발로였다.
지하주차장 폐기물이 불법으로 둔갑
23일 오전, 임경순 신안37통장과 인치견 지역구시의원이 현장을 찾아 문제의 건축폐기물이 어느 경로로 이곳에 쌓여있는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도솔문화광장 조성사업이 진행되는 신부동 124번지 일원. 현장을 책임지는 김진곤(경동엔지니어링) 사업단장은 동남구청 위생청소과 단속팀의 질문에 성실히 해명했다.
“주민들이 본 입구 폐기물은 원래 덮여있던 포장을 치워서 오해가 생긴 것”이라 했다. 폐기물에 선별작업을 한 것 또한 재활용해 쓸 수 있는 적법한 작업이다. 현장폐기물이 아니지 않느냐는 의심에는 “현장 내 지하주차장 시설물을 철거하면서 발생한 폐기물이며, 공사 초기에는 밤이나 새벽에 몰래 버리고 가는 차량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하주차장 시설물에 대해서는 서류를 보여주며 근거를 제시했다.
동남구청 불법폐기물 단속반이 현장을 찾았다.
여러 각도에서 상황을 분석한 단속팀은 ‘헤프닝’으로 결론지었다. 다만 폐기물 현장이 깨끗하게 정리돼 있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공사관계자와 함께 현장을 찾아 문제점을 지적, 완벽한 처리조치를 주문했다.
아파트 고층에서 내다본 현장. 어느날 건축폐기물이 쌓여있는 것을 발견한 몇몇 주민들이 신고하면서 발생한 이번 소동은 이틀만에 ‘오해가 빚은 문제’로 풀렸다. ‘헤프닝’으로 끝났지만 불법행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신고정신이 빛을 발했다.
한편 이곳 도솔광장은 2006년 3월에 시작, 2016년 12월까지를 사업기간으로 정하고 잔디광장, 시민의숲, 경관육교, 지하주차장 등 600억원대 공사를 추진해왔다.
지난해에는 다목적공연장 건축설계를 공모, ㈜유성엔지니어링건축사가 제출한 작품을 당선작으로 확정한 바 있다. 다목적 공연장은 지하1층, 지상3층으로 규모로 영화, 영상, 연극, 전시 등을 할 수 있는 문화 및 집회시설이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카페테리아, 작은도서관, 서점, 관리사무소, 세미나실 등이 추진된다.
그러나 2014년 7월 구본영 천안시장이 취임하면서 도솔광장 사업이 대폭 축소됐다.
도솔광장사업 단장과 공사관계자를 만나 의심되는 불법폐기물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일단 현장에서 발생한 폐기물로 판단, 주변정리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것으로 단속업무처리를 종결했다.
당시 구본영 인수위는 시의 열악한 재정을 고려해 사업비 603억원을 전액 시비로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했지만 14%의 공정이 진척된 도솔광장사업을 취소한다면 토지매수자들로부터 민사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에 ‘광장’이라는 주용도보다 전면 녹지로 설계변경 후 향후 활용대안을 검토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고, 구 시장은 이같은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도솔광장은 취지와 달리 다목적공연장이나 체육시설 등이 배제된 채 시민의 숲과 광장으로 역할을 하게 됐다. 시는 여건이 바뀌면 설계공모대로 공연장 건축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