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교육현장에서는 1학기를 마감하며 2학기를 이끌어나갈 학생임원선거가 치러졌다.
선거관리위원회로 기표대와 투표함을 대여해 가는 학교의 방문이 잦은 덕에 각급 학교의 학생회 임원선거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학급의 2학기를 이끌어갈 기초학급단위 임원선거에서부터 학교 학생전체를 대표하는 학생회장선거까지 아이들은 1학기를 선거로 마감하는 분위기였다.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중인 필자의 자녀와 선생님을 통해 초등학교 교육현장의 선거과정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웃지못할 상황에 안타깝기도 하고, 제법 의젓하고 깊은 생각으로 공약을 세우고 선거를 치러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초등학교에서는 4학년 사회교과서에서 선거에 대해 처음으로 다뤄진다. 선거의 4원칙, 기본적인 절차,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선거를 하는 이유를 배우며 간접민주정치,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을 배우기 시작한다.
이렇게 교과서에서 배우는 선거를 직접 체험하기 시작하는 것이 바로 초등학교 학생임원선거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부모들에 의해, 학생 스스로, 또는 교사에 의해 민주주의의 기초를 익혀가는 어린이들의 중요한 민주정치훈련을 망쳐버리는 사례들이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일부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학생임원을 진학을 위한 스펙쌓기 과정 정도로만 생각하기도 한다. 때문에, 정작 선거에 입후보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인 학생들을 위한 학교발전이라는 목적의식 없이 선거에 나서다보니 어른들의 선거에서 흔히 보이는 포퓰리즘 공약들을 내세우는가하면 학부모들이 지갑을 열어 금품선거를 조장하는 등 과열되고 혼탁한 기성세대의 나쁜 선거사례를 답습하는 초등학교 선거이야기까지도 들려오기도 한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학교 임원선거를 대하는 잘못된 접근방식 못지않게, 학교에서 선거를 주관하고 총괄하는 책임자의 위치에 있는 교사의 비민주적인 선거절차진행에 아이들이 공정선거를 통한 민주시민교육의 기회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선거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라고 할 수 있는 공정선거와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 사회 전반의 가벼운 인식이 교육현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선거과정에서 후보자는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권리를 가지며, 유권자는 외부의 압력없이 자기의 의사에 따라 후보자의 자질, 정견 등 합리적 요소를 고려하여 투표하며, 선거를 관리하는 책임자는 적법한 절차와 방법으로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선거결과에도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내가 던지는 한표의 결과를 처음 체험하게 되는 초등교육현장은 올바른 선거문화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어야 하는 중요한 첫 출발대이다.
작은 선거에서부터 민주시민의 자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 무엇을 상상하든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교육, 아이들이 민주주의 꿈나무로 커나갈 수 있는 출발대가 바로 초등교육이라는 점을 학부모도 교육현장의 교사들도 다시한번 깊이 새겨 볼 일이다.
교과서로, 글로만 배우는 민주정치가 아닌 체감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민주정치교육의 현장이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