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가 문을 연 7월1일(수), 동화작가 소중애 선생의 '원화전시회'가 오픈전시회로 내걸렸다.
천안역 부근 구도심의 한복판, 천안역과 주변에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곳에 제대로 된 ‘볼거리’만 있다면 다시 예전의 화려한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천안우체국 맞은편 ‘김석화산부인과’ 건물이 새롭게 리모델링되고 있다. 김석화 원장 아들인 김영천(41)씨가 새로운 문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른바 ‘갤러리와 카페’. “일반적인 건 아닙니다. 장난감이나 인형, 레고 등이 함께 전시되고 판매되는 형태죠.”
김영천씨는 자신의 얼굴을 ‘캐릭터이미지’로 대신 쓰겠다고 했다. “신비주의? 뭐, 그렇게 봐도 좋아요. 제가 원래 남 앞에 잘 안나서는 타입이거든요.”
그가 살아온 내력을 들여다보니 ‘오타쿠’란 단어가 떠오른다.
오타쿠란 원래 일본말로 ‘집’이지만 무언가에 편집증적으로 달라붙는 사람이다. 집착하는 수준이 마니아를 능가한다. 마니아가 단순히 무언가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오타쿠는 그것들을 연구하고 집착하며 맹목적 숭배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는 ‘피규어’로 표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일본어의 잘못된 한글표기다. 일본은 주로 작은 인형을 피겨라고 부르고, 영어권에서는 인간, 신, 동물을 묘사한 조각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늘날 피겨는 주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 인형을 말한다.
‘429갤러리’. 천안역 옆에 120㎡짜리 갤러리를 여는 것이지만, 그는 천안의 중심에 새로운 형태의 문화를 만들겠다는 자부심이 크다. 김석화산부인과 4층건물은 통째로 문화의 산실을 만드는데 더없이 적합한 장소며 공간이다.
“지금은 3층을 갤러리로, 2층을 인형을 비롯한 액세서리 카페로 추진하고 있지만 1층 옷가게가 빠지는 내년쯤엔 60㎡ 남짓한 2층까지 소갤러리화하고 카페는 1층으로 내릴까 합니다. 4층 또한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같은 역할을 감당할 겁니다.”
카페는 서울에서 관련 샵을 운영했던 지인으로, 그의 뜻을 공유해 함께 하기로 한 류장우(49)씨가 기꺼이 맡았고, 향후 캐릭터 제작에까지 이르는 가게로 운영될 예정이다.
김석화산부인과 건물 옥상에서 북서쪽으로 바라본 시내전경이 탁 틔워있다. 인간적인 문화가 숨쉬기에 전망이 트인 옥상은 얼마나 좋은 장소인가. 그의 머릿속엔 갤러리와 카페, 그리고 옥상이 조화를 이루는 그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말 중요한 꿈을 보여줄까요?”
그가 ‘보물’이라도 있는 양 안내한 옥상. 그곳에서 바라본 시내전경은 또다른 맛.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다 보니 사방이 확 트인 경치를 제공하고 있다. “나중의 일이지만 옥상을 제대로 개발해보고 싶습니다. 활용도가 아주 높은 곳이라 봅니다.”
그는 ‘돈 때문에’ 시작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천안역을 중심으로 한 이곳 거리가 예전엔 얼마나 화려했었는지, 지금도 잘만 가꾸면 서울 홍대거리가 부럽지 않은 곳이 되리란 걸 꿈꾼다.
갤러리 이름을 ‘429갤러리’로 지은 것도 갤러리의 구(지번)주소가 42-9번지라는 이유. ‘김석화산부인과’ 하면 “아, 거기” 하며 통하는 것도 버리기 싫다. 톡톡 튀는 문화, 하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가 뿌리내리고 있는 삶이 함께 숨쉬고 있는 것.
지역의 수많은 작가들이 마땅한 갤러리를 찾지 못해 전시회를 갖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는 영철씨는 429갤러리가 작가들과 시민들의 소통장소로, 또한 새로운 문화트랜드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는 천안역 광장에 천안역사인물인 유관순 열사나 홍대용 선생, 김시민 장군 등의 조각상이 세워지는 걸 원치 않는다. 좀 더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좀 더 특단의 사고가 필요하다고 내다본다.
천안출신의 만화가 신문수씨가 연재해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로봇찌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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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신나카타역 앞에 세워진 '철인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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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오다이바에 로봇건담이 18m 실물사이즈로, 또한 고베에 거대한 철인28호가 세워져 있습니다. 한 대형업체에서는 누구든 비용만 대면 마징거Z 격납고를 만들어줄 수 있는 설계도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캐릭터사업을 통해 유명관광지로 만들 수 있다 봅니다. 천안만 해도 천안출신만화가 신문수씨가 있고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로봇찌빠’나 ‘도깨비감투’가 있잖아요. 로봇찌빠를 천안의 관문이나 천안역 앞에 크게 세우는 것도 멋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