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하늘님께 간절하게 비옵니다. 갈급한 백성들에게 단비를 흡족하게 내려주시옵소서.
농업이 절대적이었던 농경사회에서는 농사에 가장 중요한 물의 원천인 비가 적당하게 내려지게 비는 기우제(祈雨祭)와 기청제(祈晴祭) 민속행사가 전해 온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늘님 천신(天神)이 우주만물을 통괄하신다고 믿기에 하늘님께 빌고 물의 신(神)이라 믿는 용신(龍神)에 정성껏 빌었다.
전국에서 기우제단이 13곳 중에 천안은 취암산(鷲岩山)으로 전해온다. 기록에는 천안군에 사직동(社稷洞 ) 사직단터, 용곡동(龍谷洞) 용소(龍沼)(못), 청수동 용마산(龍馬山), 태조산(太祖山) 아래 용제봉(龍祭峰) 선애골, 직산군에는 성산(城山)단, 용안치(龍鞍峙), 목천군에는 취암산, 흑성산, 중구봉(重九峰), 작성산, 은석산이 기우제 터로 전한다.
천안군에 기우제단이 있었는데 사직동에 있던 사직단은 나라(郡)에서 베푸는 기우제단이었으며, 용소(연못)에서 올리는 백성들의 기우제는 용제라 하였다.
옛날에는 나라에서도 지방에서도 관민들이 여러 형태로 기우제를 지냈다. 제사에서 부르는 대상 강신(降神)은 天神, 地神, 名山大川神, 풍운뇌우신(風雲雷雨神) 城隍(성황)서낭神, 土地神, 山神, 洞神, 龍神, 水神이다.
위로는 나라(王)부터 아래로 군현(郡縣)의 장 또는 농사짓는 백성들까지 모여 지냈다. 나라 기우제는 임금이 뙤약 햇빛 밑에서 자기 허물을 빌면서 비 내려지기를 빌었고 마을원님들은 고을에서 목욕재계하고 비를 내려 달라고 비는 관례가 전해온다.
기우제는 일반적으로 산위에서나 강(江)천(川)지(地)소(沼)연(淵)보(洑) 등에서 지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전통에 따라 관은 사직단에서 기우제를 지냈으며 용소에서도 제의를 올렸다.
사직단에서의 기우제는 단에서의 기우제였으나 용소에 있어서 기우제는 못가에서 지냈다.
그리고, 또한 심한 한재(旱災)일 때는 어느 산이고 높은 곳에 올라가서 기우제를 지내는데 이때는 보리밀의 짚을 태워서 하늘에 검은 연기를 뿜게 하고 제의를 올린다.
기우제를 지낼 때는 관제의 경우 사직단엔 수령(군수.현감)이 제관이 되지만 민제의 경우엔 그 고장에서 부정이 없고 생기 복덕한 사람을 선별하여 제주가 된다. 기우제때 제물은 돼지머리, 떡, 술이 오르며 제순은 없고 산신제와 같다.
산위에서 지내는 기우제도 천신을 위한 제사이며 물가에서 지내는 기우제도 천신을 위해서 기원하는 기우제다. 기우제에 있어서 민제의 경우 대체로 축문을 읽지 않았다.
제(祭) 사(祀) 향(享)에서는 하늘님께 소원하여 바라는 사연을 글로써 읽는 기우제 축문이 있다.
축문 내용을 살펴보면 축문 머리에는 유세차(維歲次) 서문(序文)에 연월일을 쓴다.
그리고 “삼가 백성들이 하늘님께 소원을 빌고저 목욕 재계(齋戒)하고 명산에 올라가 하늘님과 명산의 신령님께 제를 올려 경배합니다. 사또가 주관하는 이 땅과 이 땅에 사는 백성들이 농사로 생계하는데 큰 가믐이 들어 백성들의 걱정이 크고 곡물과 땅은 모두 타 드러가니 이는 오로지 하늘님의 손안에 든 일이니 마치 물고기가 물 마름 같고 기러기가 바라듯이 신령님께 비옵나니 우리를 긍휼이 여기사 하늘님께 고하여 비를 흡족히 내려주게 하시여 싹이 트고 곡식이 잘 여물게 해주시옵소서. 술과 짐승을 잡아 제물을 마련하여 올리오니 간략한 정성이오니 받아주시옵소서 삼가 받들어 올립니다.”
전답에 씨를 뿌리고 곡식을 거둬들이는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살았던 민중들은 일생동안 비가 오기를 기다렸고 눈이 내리기를 기다리며 살았다.
한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그만치 산천이 축축해서 곡식 씨앗을 뿌리기에 좋았고 한여름에 내리는 비는 정말 단비로서 곡식을 무럭무럭 자라게 했다. 비를 기다리는 민중들은 그래서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하늘을 우러르며 원망하기도 하고 산에 올라가서 밀짚과 보리 짚을 쌓아놓고 불을 지르면 검은 연기가 하늘로 솟을 때 그 연기가 천신에가 맞닿게 되어 비를 내리게 한다 했다.
그래도 영영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부정한 것이 가장 많이 붙어있는 기(箕)를 들고 강이나 못에 나가 물에 씻으며 「용왕님 용왕님 더러운 기를 씻을 물도 없습니다. 더러운 물을 먹지 마시고 비를 내리게 하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용왕님 용왕님」
기(箕)를 냇물이나 둠벙에 넣고 닦으면 비가 내린다고 했다. 더구나 외아들을 둔 집의 부모들이 모여서 강가나 못 저수지에 나와서 기로 물을 퍼내고 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을 퍼내기 기우법이라 하는데 일명 세기기우(洗箕祈雨)라고도 한다.
물을 퍼낸다던가 기를 강물이나 못에서 닦으면 비 오기를 축원하는 기우법은 확실히 깨끗하지 못한 부정(不淨)을 정화(淨化)하는 기우의 일종이다.
천안지방은 오랫동안 삼남의 사람들이 지나는 길몫이라 다양한 민속신앙들이 남아 있어 전해오고 있다.
예부터 오늘에 이르기 까지 하늘님의 창조섭리를 믿어왔고 하늘님을 경외해 온 백성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삼가 하늘님께 간절하게 비옵니다. 더 갈급한 북한 동포들에게도 단비를 흡족하게 내려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