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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 꽃이 너무너무 좋아요”

지적장애2급 건택이의 새로운 도전… 개인전시회에서 사진실력 뽐내

등록일 2015년06월15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엄마와 아들은 오늘도 함께 한다.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에 다정함이 가득하다. 가끔 아들은 엄마의 눈속에서 자신을 향한 메시지를 찾아낸다. 입속에서 뱉어진 말이 아닌, 마음에서 나온 말들. 그리고 아들은 눈으로 화답한다. ‘재밌게 살께요. 행복하게 살아갈 거예요. 엄마가 걱정하는 그런 건 기우일 뿐이에요. 지금도 얼마나 신나는데요.’
 

나이 스물한살의 이건택. 원하면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고, 비행기도 스스로 탈 수 있지만 약간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스스로와 약간의 도움 사이에 끼어있는 ‘아주 작은’ 차이. 건택이가 21살이 되기까지 그 차이를 메꿔주고 있는 건 바로 엄마, 이숙이씨다.

사회는 건택이에게 ‘지적장애 2급’을 부여해줬다. 엄마는 곱지않은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어느날 떼어낼 수 있는 꼬리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엄마의 역할을 다시 설정했다. 아이가 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됐을때 아이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때가 되면 엄마가 아닌 사회(시스템)가 보호자가 되주길….

엄마는 사진을 배우고 있었다. 아이도 엄마를 따라 흉내내는 일이 많아졌다. “너도 카메라 사줄까?” 한시도 가만 있지 않는 아이가 카메라만 메면 사진찍는 일에 몰두했다.
 

건택이 엄마, 이숙이씨는 “이번 근택이로 끝나는게 아니라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거, 이들의 여가활동을 천안시도 관심갖고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말한다.

가볍게 생각했던 엄마는 결국 알게 됐다. ‘건택이는 사진찍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구나.’ 다음부터 엄마는 사진찍는 취미생활에 건택이와 함께 했다.

처음에는 무얼 찍었는지조차 앵글에 나타나지 않아도 “너 참 잘 찍는구나” 하며 즐겁게 찍고 가르치는 사이, 어느덧 건택이의 사진실력은 부쩍 늘었다. 적어도 흔들림 없는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고 보다 적절한 구도를 찾아내기도 했다. 엄마는 건택이에게 좋은 취미(직업)가 아닐까 소망하기 시작했다.
 

“작품 많이 팔렸어요.” 이만하면 인기작가?
 

“제가 개인전시회를 열었어요.”

물론 지적장애 2급의 건택이가 이런 말을 하진 못한다. 그러나 6월10일부터 13일까지 천안 신부동 충청남도학생교육문화원 2층에 문을 연 ‘이건택전시회’에서 그의 눈빛은 분명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초대장은 엄마가 건택이의 마음속 말을 엿보아 대신 전했다.
 

“보고 싶었습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장애인이라는 이름표가 나를 더 이상 세상으로부터 가둬둘 수 없습니다. 꽃을 보았습니다. 자연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꿈을 찍었습니다. 카메라는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가 돼주었습니다. 이제 나는 꿈을 찍는 사진사가 되었습니다. 내가 보고 꿈꾸는 세상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붐비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시회는 꾸준히 사람들이 오갔다. 6월11일 정오쯤 전시회장. 서너명이 작품구경도 하고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건택이를 대신해 엄마, 이숙이씨가 언론 상대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러는 중에 건택이는 꼬마김밥이 맛있는지 연신 입으로 가져갔다. 잠깐씩 핸드폰으로 친구들 사진을 보며 웃기도 하고, 카메라를 들고 전시장 안에 놓여있는 꽃이나 자신의 작품 속 꽃을 찍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유난히 꽃을 좋아하나 보았다. 작품 대부분이 ‘꽃들’이다. 성환에서 축산을 하는 부모의 아들임을 나타내듯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사진도 예쁘게 작품으로 찍혀있다. 소의 눈망울이 하나같이 초롱초롱, 건택이의 순수한 눈빛을 닮아있다.

대부분의 작품 밑에는 손톱만한 빨간 스티커가 붙여있다. 각각 해당작품을 사가겠다고 ‘찜’해놓은 것이다. “그냥 액자값만 받았어요. 작품이 썩 좋진 않은데도 사주시는 성의에 너무 감사해요.”
 

엄마 이숙이씨는 개인전시회가 처음부터 의도된 바는 아니었다고 설명해준다. “원래는 함께 하는 거였는데, 메르스 때문에 어긋났다”며 “그럼 건택이 작품으로만이라도 전시회를 조촐히 가져보자는 생각을 뒤늦게 갖고 바삐 준비했다”고 했다.

건택이 작품전에 함께 사진촬영해 왔던 엄마것도 함께 걸렸다면 어땠을까. 엄마와 아들이 함께 하는 사진작품전. “다음에 기회된다면 고려해볼까요.” 오직 아들을 위한 일에만 매달려 있는 엄마의 웃음소리가 작은 공간에 메아리되어 울린다.

천안인애학교를 졸업한 건택이는 2013년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거쳐 화훼, 바리스타 등을 배웠고 2014년 커피전문점에 취업해 근무하기도 했다. 지난 4월30일 장애인의 날 미니전시회를 가져 호응이 좋았던 바 이번 개인전을 열게 된 것이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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