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명동거리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이날부터 3일간 ‘2015 천안판페스티벌’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예술행사로는 흥타령춤축제 다음으로 큰 행사. 시예산만 2억700만원이 투입되는, 도내에서도 흔치 않은 행사규모를 자랑한다.
‘구도심(명동거리)의 경제활성화’와 ‘지역예술제’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쳐왔던 열두번째 판페스티벌, 올해 천안예총은 벤치마킹 차원에서 창동상가도 다녀오고 발전방안을 위한 심포지엄도 여는 등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재도약에 나섰다.
구본영 천안시장이 노래 한곡.
협회마다 다양한 프로그램 전개
15일 오후 7시 개막식은 특별한 의전 없이 100인의 시민들과 축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즉석에서 합창공연을 펼치는 ‘100인의 시민합창’을 펼쳤다. 다음날인 16일 오전 10시경. 명동거리는 한산한 가운데 간간히 관계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올해부터는 좀 더 집중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오후 1시부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한 때문이다.
중심프로그램은 올해도 예년과 비슷했다. 미술협회는 거리미술전, 동호인단체미술전, 학생미술실기대회, 도시공간설치미술을 선보였고 사진작가협회는 사진작가협회전, 찰칵 추억만들기, 천안 옛모습사진전, 사진촬영즐기기를 진행했다. 16일 가장 볼만한 무대로는 저녁시간대 연극협회가 자체제작한 연극 ‘충무공 김시민 바람타고 오누나’였다. 오렌지씨네스타 무대가 천안인물의 영웅담으로 만개했다. 이외에도 국악협회는 우리가락 ‘두드림’을, 연예인협회는 삼거리가요제와 청춘 끼페스티벌을 펼쳤고, 무용협회는 청소년 댄스페스티벌, 춤 거리로 나서다를 연출했다. 음악협회는 거리합창제를, 문인협회는 시화전을 통해 다양한 예술장르를 선보였다.
둘째날인 16일 오렌지씨네스타 앞에서는 오후 1시부터 판프린지를 통해 다양한 시민들이 자신들의 끼를 노래, 악기연주, 춤 등으로 표출했고, 셋째날은 르씨엘 건물 앞 무대에서 판프린축제 마지막날인 17일(일)은 민촌백일장, 동화구연대회, 시낭송퍼포먼스를 열고 오렌지씨네스타 주무대에서는 통기타콘서트와 윈드앙상블로 음악한마당 잔치를 벌였다.
명동거리는 축제기간 부대행사로 거리음악가, 몽땅아트프리마켓, 유리·도자·목공예·판화체험, 묵향-좋은글 써주기, 초상화 및 캐리커쳐, 스태츄 마임, 041편집샵, 도자기아트마켓, 페이스페인팅, 청소년공작단, 풍선아트, 코스프레 플래시몹, 거리극퍼포먼스 등을 열었으며 간단한 먹거리장터를 개설하기도 했다.
17일 폐막식은 무용협회의 청소년 댄스경연대회 결선 이후, 기획위원회가 주관하는 폐막공연을 끝으로 3일동안 이어졌던 판페스티벌은 모두 막을 내렸다.
예술은 있으나 경제활성화는 ‘의문’
천안예총은 이번 판페스티벌을 관람중심에서 가족단위 체험중심 프로그램으로, 또한 구도심활성화에 기여하는 예술의 공적영역 확대에 관심을 두고 기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도 아랑곳 없이 올해도 판페스티벌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참여는 여전히 인색했다.
오렌지씨네스타의 CGV는 주말, 공연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골목상권은 죽었으나 그곳만은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하다. 이런 이유로 천안예총은 판페스티벌의 중심무대를 오렌지씨네스타 앞에 둬왔다. 문제는 무대 앞 광장이 넓지 않다는 것. 관계자를 포함해 많이 모여야 150명 안팎의 관객이 무대를 향하고 있었고, 그마저도 사람이 없을때는 50명도 채 안되는 풍경이 눈에 띄었다. 민촌백일장이나 학생미술실기대회때나마 북적거림이 느껴졌다.
예전처럼 비도 안왔고 차가운 바람도 없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몇 년 사이 가장 화창한 날씨. 예년보다는 나은 듯 보였지만 ‘관객흡인력’이 고장난 명동거리 예술제에 대한 변화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한 시의원은 판페스티벌에 대해 “차라리 명동거리활성화 전략 따로, 지역예술제는 다른 장소에서 좀 더 예술제답게 끌고가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새겨볼 일이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