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탄생일인 음력 4월 8일은 불가(佛家)의 가장 큰 명절로, 욕불일(浴佛日)이라 하며 민간에서는 초파일이라고 한다. 욕불일이라 부르는 것은 이날 탄생불을 불단에 모셔 놓고, 그 불상에 물을 쏟아붓는 관불회(灌佛회)를 열기 때문이다.
이날은 절을 찾아가 재(齋)를 올리고 저녁에는 연등(燃燈)에 불을 붙여 절뿐 아니라 온 집안과 마을에 달아 놓는다. 그리고 등을 들고 수많은 신자들이 줄지어 거리를 도는 제등행렬이 이어진다. 연등풍속은 신라의 팔관회(八關會)에서 시작되었으며,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내려오는 동안 전국으로 퍼져 오늘날에 이어지고 있다. 가정에서는 가족수대로 등을 만들어 그 안에 촛불을 밝힌다. 등은 등간(燈竿)을 세우고 그 끄트머리에 꿩 꼬리를 꽂기도 하며 물들인 비단으로 기를 만들어 다는데 이것을 호기(呼旗)라고 한다. 또 나뭇가지나 추녀 끝에 줄을 매고 등을 달아 놓기도 한다.
등의 종류는 매우 많다. 불교의 상징인 연꽃을 본떠서 만든 연등을 비롯해 마늘·수박 모양을 따른 등, 학·잉어·자라 같은 동물형상의 등, 병·항아리·배·북 같은 기물 모양의 등, 칠성(七星)이나 수(壽)자 같은 글자 모양의 등이 있어 모양과 빛깔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채롭다. 재료로는 종이 말고도 붉고 푸른 비단을 썼으며, 글씨나 그림을 그려 더욱 화려하게 장식하기도 하였다.
큰 절에서는 이날 승려와 신도들이 모여 탑돌이를 한다. 탑을 돌면서 일신의 왕생극락은 물론 나라의 평안함을 빌어 태평성대를 누리고자 하였으며 더불어 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하였다.
보통 4월 초파일에 절이나 옛날 서당에서 흔히 하던 놀이로 낙화(落火)놀이가 있다. 줄불놀이라고도 하며, 불꽃놀이의 일종이다.
재료는 참나무 껍질을 벗겨 말린 뒤 태워서 가루를 내거나 뽕나무 뿌리의 숯을 곱게 빻은 뒤 소금을 섞는데, 사금파리를 가루로 만들어 섞는 수도 있다. 이것을 한지에 펴놓고 말린 쑥이나 종이 심지를 넣어 둥글게 말은 뒤 마디마디를 묶는다. 그러면 부지직 소리를 내며 타다 말고 타다말고 하여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만든 불 놀이감을 긴 줄에 주렁주렁 매달아 높은 장대나 줄에 걸어서 밤중에 불을 붙이면 불꽃이 타면서 튀는 모습이 여간 아름다운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