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성환 매주리에서 비단향꽃무(Matthiola incana)를 재배한지 15년이 된 지승근(63)씨.
처음 몇 년, 실패와 좌절도 맛봤지만 결국 그의 열정과 노력은 도매시장에서 ‘최고급 가격’의 영예를 얻게 됐다. 은근한 향 때문에 웨딩부케로 많이 사용되는 비단향꽃무.
그가 키운 꽃은 유독 향기와 색깔이 진하며 다른 농가에 비해 싱싱하기 때문이다. 식재료를 맛나게 보이려고 유해한 색소를 첨가하는 방식은 아닐까 의심도 잠깐, 그는 그만의 독특한 재배비법을 공개했다.
“사람들은 제가 키운 꽃이 향기도 진하고 싱싱하다며, 마법이라도 부렸는가 합니다. 부리긴 부렸지요. 제 꽃은 영하 5도에도 얼어죽지 않습니다. 어릴때부터 자연(기후)에 내맡겨 왔으니까요. 생각해보세요. 민물장어와 양식장어와의 차이같은 겁니다.”
‘독특하다’고 하니 뭔가 대단한 비결이 있나보다 했지만, 듣고보니 아주 간단한 이치다.
주변에서 성공한 화훼농가인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는 손사래를 친다. 은근히 ‘화훼농사’보다 ‘자식농사’를 잘한 사람으로 불리기 원하는 듯. 비단향꽃무 이야기에 쉴새없이 말하던 그가, 5남매에 대한 관심으로 넘어가자 눈빛이 달라진다.
자녀들 향한 승근씨의 외침 “얘들아, 잘하렴”
지푸르나(33), 지수산나(32), 지혜진(28), 지의환(27). 이들은 성환사람 지승근씨의 네 자녀들이자 ‘J콰르텟’의 멤버들이다.
맏딸 푸르나가 바이올린을, 둘째 수산나가 첼로를 전공하자 그 모습이 좋아보였는지 셋째 혜진은 피아노를, 막내 의환은 비올라와 지휘를 배웠다.
신기한 건 수십·수백 악기중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악기를 배웠는데 그게 바로 피아노4중주에 해당되는 악기들이었다니…, 감나무 밑에 누웠더니 높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감이 하필 입속으로 떨어진 격이랄까.
일반적인 부모 입장에서 보면 자녀들이 각각 변호사나 의사, 요리사, 음악가 등 다양한 직업군을 갖길 원할 것이다. 승돈씨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자녀들이 심사숙고 선택한 마당에 이를 존중해주는 것이 부모여야 한다며 흔쾌히 인정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일반대학 곱절 드는 음악공부라지만 애들이 배우겠다는데 별 수 있나요.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한 결정이었지만 경제적으로 잘 버텼고, 지나고 나니 또한 잘 한 일 같이 느껴집니다.”
막내까지 대학을 졸업하자 네 자녀가 모여 그동안 벼르고만 있던 ‘가족앙상블’을 만들었다.
“성환에서 나고 자랐으니, 고향을 위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를 생각해봤죠. 성환은 평택이 더 가깝다 할 수 있는 곳이에요. 천안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무엇보다 문화예술을 즐기기가 쉽지 않다는 주민들의 말을 많이 듣게 됐습니다.”
이에 맏딸 푸르나씨는 고향을 위한 일로 재능기부를 하면 어떨까 제안했고, 동생들은 흔쾌히 “한번 해보자”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난해 ‘제1회 지역주민을 위한 연주회’였다.
4인조를 뜻하는 콰르텟(quartet)을 사용해 ‘J콰르텟’을 구성한 4남매와 연주단체 ‘앙상블카멜리아’가 함께 했다.
무료음악회라지만 은근히 걱정 많았던 음악회. 다행히 성환문예회관(시민문화여성회관 성환분관) 객석이 대부분 채워졌고, 연주때는 숨소리 하나 들려오지 않을 만큼 관객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오는 5월10일 저녁 7시 ‘제2회 지역주민을 위한 연주회’가 성환분관 대강당에서 펼쳐진다.
“1회때의 관객반응으로 약간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올해는 1만원의 관람료를 받습니다. 연주가치를 매긴 부분도 있지만 수익금 전액을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의 오케스트라 교육에 사용토록 하고자 함입니다.”
막내 의환씨가 취지를 설명한다.
공연은 철저히 연주자가 아닌 ‘대중’에 맞췄다. 대중이 좋아하는 OST 곡들과 약간의 클래식곡을 넣었다.
키쿠지로의 여름 ‘썸머’나 클래식 ‘사랑하면 할수록’,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왔던 ‘인생의 회전목마’ 등의 OST곡과 모차르트, 베토벤의 곡들이 연주된다. 천안동성중학교 합창단(지휘 이재규)의 ‘숲속’도 선보인다.
승근씨와 네 자녀연주자들은 입을 맞춰 말한다.
“시내에서도 멀다 생각하지 말고 꼭 와보세요. 아주아주 재미있을 겁니다.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특히 성환주민들은 물론이고 직산주민들도 모두 와서 보세요. 여러분들이 익히 아는 주옥같은 명곡들만 선정해 들려드릴 겁니다. 모든 무거운 마음 던져놓고 성환 문예회관을 찾아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