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규(43)·박혜진(36)은 닮은꼴 부부다. 둘다 ‘박씨’이고 대학CC(커플), 거기에 같은 건축과를 나왔다. 진규씨는 ‘구조설계’를, 혜진씨는 ‘건축설계’를 전공.
인연이라는게 참 묘하다. 남남이 어느날 갑자기 호감을 느끼면서 가까워지고, 그러다 ‘썸’도 타다 정이 붙고 결혼까지 하게 됐다. 그리고 훌쩍 10년이 흘렀다.
10년이란 세월은 그들 부부를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다른 공간에 데려놨다.
바로 숲속이다. 결혼 전 둘 다 건축일을 보았지만 아이가 생기자 아내 혜진씨는 육아에 전념하게 됐다. 진규씨는 건축일을 하며 열심히 돈을 벌었지만 버거운 삶.
“하루종일 일에 야근까지, 간혹 거래처와의 다툼은 사람을 지치게 했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배부른 소리일 수 있다. 그래도 마음은 자꾸 딴 쪽으로 기운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3년 전 나무사업이다.
2013년 직산에 ‘칠자화’ 3만㎡를 심었다. 올해 5월경에는 안성에 3만㎡ 규모로 ‘아로니아’를 재배할 예정이다. 주말농장도 광덕과 차암동에 마련해 최근 분양을 시작했다.
광덕면쪽은 순수재배만을 원하는 사람들 위주로, 차암동쪽은 함께 어울릴 숲속가족을 찾고 있다.
“회사일을 그만 둔 건 아니에요. 건축일과 나무사업을 병행하는 겁니다. 제가 나무쪽에 치중할 수 있도록 회사동료들이 분담식의 역할을 하고 있죠.”
처음 아내 혜진씨가 싫어할까 고민이 없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농사일’에 원래 관심이 많았는지 오히려 더 즐기는 파트너가 돼버렸다.
“차암동 주말농장은 돈이 목적이 아니에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놀자라는 개념이죠. 각종 채소도 재배하면서 천연비누나 화장품도 직접 만들어보고 아이들 북아트나 서각, 목공예뿐 아니라 음악회도 함께 열 거예요. 물론 언제든 바비큐 같은 것도 즐겨먹을 수 있어요.”
혜진씨는 꿈이 ‘독서치료사’란다. 사서어머니모임 회원이기도 한 그녀는 육아교육도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이 찾아오길 희망했다.
“아홉살, 여섯살 우리아이들이 벌써부터 초록이미지 채소정원(차암동 주말농장)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애들이야 흙장난도 하고 여러 공예도 접하고 고기도 구워먹고 등등 하는 것들을 좋아하지 않겠어요.”
부부는 자신들의 꿈을 위해 농장 옆에 200㎡의 널찍한 하우스를 설치해 놓았다. 그리고 이곳이 하나의 새로운 문화공동체로 자리잡길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