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브랜드 ‘FAST 천안’을 철거하려면 교통시설물, 시내버스표지판, 가로등 등이 크게 훼손되고 맨홀뚜껑, 가로등 등을 교체하는데 수백억원이 소요될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천안시 도시브랜드 BI ‘FAST 천안’ 철거작업 주장과 관련, 천안시가 인위적인 변경이나 철거가 아닌 ‘사용자제’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시는 지난해 7월 BI(Brand Identity)와 심벌마크인 CI(Corporate Identity) 사용 발전방안을 자체적으로 검토하고 CI는 지속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10년이 넘도록 사용한 BI는 인위적으로 변경하거나 교체할 경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시민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사용을 자제하기로 했다. 특히 간단하게 정비가능한 본청, 사업소, 구청, 읍면동 등 청사내 표지판과 각종 시설물 등에 부착된 BI는 제거하는 방향으로 정비하고 맨홀, 가로등 등 영구적인 시설물에 표시된 BI는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천안시가 도시브랜드 슬로건인 ‘FAST 천안’을 사용중지한 이유는 뭘까.
시는 “고속성장 시대를 연상하고 내실 보다는 외향을 중시하는 ‘빨리빨리’ 문화의 부작용으로 인한 거부감과 함께 건강, 힐링의 시대와 동떨어진 이미지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각종 행사, 공문서, 현수막, 직원명함 등에 사용을 중지하는 등 시민들의 거부감과 부정적 이미지 최소화에 노력하고 있음을 전했다.
한편 지난 20일 열린 천안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전병욱 부시장은 “도시브랜드 제정은 천안의 빠른 발전상을 브랜드에 함축하고 대외홍보 등 대도시를 향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제정한 것”이라며 “그러나 급격한 고속성장시대를 연상시키는 ‘FAST’라는 의미가 10여년이 지난 현재의 시대적 상황과 다소 부합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새 시장은 새 브랜드? '도시브랜드의 굴욕'
2004년 12월, 천안시는 도시브랜드를 ‘FAST 천안’으로 확정시켰다. 일부 시정자문위원들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FAST(빠른)’가 예전 삼남의 교통중심지였고, 이후로도 교통요충지로 자리잡은 만큼 천안시 이미지를 가장 적절히 표현해 내고 있다는데 이견은 없었다. 다만 빠르다는 것이 천안의 특징이 될 수는 있지만 삶의 질과 관련한 위상을 높이는데 부족하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시는 주민여론수렴 결과와 일부 자문을 토대로 ‘무난하다’고 판단했다. 시는 일부 부정적 시각에 FAST의 개별이니셜로 보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F(first)는 제일, A(abundance)는 풍부, S(satisfy)는 만족, T(technology)는 첨단의 뜻을 추가적으로 부여했다. 연구용역을 맡았던 호서대 문화콘텐츠연구팀의 ‘작품’을 성무용 시장은 기회가 날 때마다 설명하고 다녔다. 하지만 사람들이 개별의미까지 고려하기는 무리였다.
문제는 도시브랜드를 ‘시대적 변화’ 때마다 바꿔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도시브랜드’라 함은 도시이미지를 나타내는 고유한 이름으로 봐야 한다. 새로운 시장이 들어설 때마다 교체해야 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고속성장’을 연상시키는 것이 딱히 현재상황과 부합되지 않는 이유도, 현재와 부합하는 도시브랜드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도 갖고 있지 못하다.
빠르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느리게 가야 할 것도 빠르게 가는 것을 문제삼을 뿐이다.
‘FAST 천안’은 성무용 시장때 많은 예산을 써서 전문가 용역을 거쳐 만든 것이다. 전문가 자문도 거쳤지만 당시 의회나 시민사회단체의 이렇다 할 반발이나 언론비판도 마땅히 없었다. 시민들의 불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앞으로 빠르다는 의미의 패스트(FAST)가 시대변화에 따라 10년 후에 또다시 적합해질 수도 있다. 패스트의 강점을 어떻게 살려 도시를 구현하고 세계에 천안이란 도시이미지를 각인시킬 것인가를 숙고하는 것이 현재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때만 되면 보도블럭을 뜯어내는 일처럼, 도시브랜드를 떼어내면 막대한 세금만 누수되고, 도스브랜드는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그래도 도시브랜드를 바꾸려면 성무용 시장때 만든 도시브랜드가 당시 잘못 만들어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차라리 설득력이 있다. 당시 이 일에 침묵했던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한 단대교수는 “이근영 시장때는 도시브랜드로 베스트(BEST)를 썼는데, 성무용 시장때 이를 바꿨다”며 “당시 개별이니셜을 사용하는 혼용방식은 구태였으며, 패스트(FAST)가 삶의 질을 담보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브랜드가 문제된다면 명확한 논리를 갖고, 시민사회에도 그 의견을 충분히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의 관심속에 하나의 도시브랜드를 탄생시키기는 것도 어렵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도시브랜드는 도시의 역사와 숨결속에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정권의 상징처럼 그때그때마다 바뀌는 상황에서는 ‘캐치프레이즈’처럼 가볍게 사용할 일이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