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릉…”, 전화가 걸려왔다.
“아, 여보세요.” 허스키하면서도 또랑또랑한 말소리, 바로 3년 전 전래놀이강사로 소개했던 이영균씨(52)였다. 그동안 그의 소식이 끊겨있던 것은 아니었다. 활동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최근에는 불당동 저녁산책음악회나 라면데이에서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아이들과, 때론 어른들과도 뛰놀며 민속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한번 찾아뵐께요.” 며칠 후 그의 새로운 소식을 듣기 위해 성환으로 향했다.
“제일 재밌는 건 달팽이놀이”
2일 오후 성환읍에 위치한 남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앞은 신입생들로 붐볐다. 동아리들의 홍보탁자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선배들의 구애열기가 뜨거웠다. 가입여부를 고민하는 신입생 사이를 뚫고 지하 커피숍으로 내려갔다. “어서 오십시오. 못뵌 지 오래 됐는데도 여전하시네요.”
10평 남짓한 작은 커피숍을 운영한 지도 어언 12년째인 노총각 이영균씨. 활달한 성격탓에 지나가는 학생들과의 인사와 수다는 그칠 줄 모른다. ‘발랄한 수다맨’, 그에게 전래놀이강사는 안성맞춤의 취미다.
2008년 산림청이 정식으로 인증한 ‘숲해설가’란 딱지도 있지만, 그의 주된 일은 ‘놀아줘’였다. 2009년 서울 대방동에 본부가 있는 사단법인 ‘놀이하는 사람들’ 협회 회원이 되면서 단시간에 놀아줘의 고수가 돼버린 그. 컨셉이 딱 맞았다.
그가 사는 아파트단지는 그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2시간씩 아이들과 노느라 정신이 없다. 처음 삐죽삐죽 눈치만 보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놀이를 주도하며 즐거워한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난 요즘 20여명의 아이들이 함께 한다. 놀이의 규정이 또한 재미있다. 그날그날의 놀이에서 ‘레드카드’는 두가지 이유로 꺼내들 수 있다. 욕을 하거나 놀이 중간에 나가면 레드카드를 받는다. 또하나, 다툼이 생겼을 때는 본인의 말을 들어주는 것으로 정했다.
“이같은 규정 속에서 사회화가 자연스럽게 학습되는 겁니다. 내 위주가 아닌 ‘우리 위주’가 되는 거죠. 선을 밟았다고 하는데 본인이 한사코 안밟았다고 하면 믿어줍니다. 아이는 놀이가 끝난 후에도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고 고쳐나가게 될 겁니다.”
‘천안시민들 중에서도 전래놀이를 즐기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같은 질문은 그동안 숙제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 부분이 해결될 전망이다.
전래놀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2014년 2월에 ‘(사)놀이하는사람들 충남지부(지부장 홍사열)’를 창립했다. 창립 다음달인 3월부터 매월 이들은 아산 온양온천 하부축제에 참여했다. 적게는 20여명에서 많게는 100명 가까이 놀이를 즐겼다. 작년가을 천안KYC 지원을 받아 천안 종합운동장에서 전래놀이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장소가 괜찮더라구요. 누구나 찾아오기 쉽고, 놀이공간이 넓어요. 위험요소도 없죠.”
올해 놀이하는사람들 충남지부는 상반기 아산, 하반기 천안에서 매월 전래놀이를 펼치기로 했다. “3월부터 6월까진 매월 셋째주 토요일 오후 1시에서 4시까지 아산 신정호에서, 그리고 8월부터 11월까지는 천안 종합운동장 정문쪽에서 전래놀이를 하고싶은 모든 사람들과 함께 놀 거예요.” 이를 위해 전래놀이강사 10명 정도가 함께 한다.
전래놀이는 ‘달팽이놀이’를 비롯해 ‘어미새끼’, ‘고누’, ‘칠교’ 등 수십가지가 넘는다. 그중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어하는 놀이는 뭘까? “달팽이놀이가 최고인기입니다. 다음으로 깡통술래잡기나 땅따먹기, 까막잡기, 긴줄넘기 등이 있지요. ‘오징어놀이’나 ‘팔방치기’, ‘공기놀이’도 있지만 위험하거나 요령이 부족해 인기가 없습니다.”
요즘 청소년문화는 또래끼리의 어울림 또는 사이버상의 놀이가 대부분. 그에 비하면 전래놀이는 남녀노소가 따로없으며 자연 속에서 몸을 쓰는 놀이라는 점에서 이영균씨는 전래놀이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