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렛대학교(총장 신민규)에서 12일 학사모를 쓰게 된 배승환(42)씨. 그는 두가지 난관을 극복했다. 생활고와 1급지체장애라는…. 한가지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인데 두가지를 안고서 졸업하게 된 배씨를 나사렛대학교는 ‘의지의 만학도’로 소개했다.
부족한 복지제도 ‘스스로의 의지 중요해’
배씨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마저도 열다섯살때 어머니의 결혼으로 아동복지시설에 입소했다. 열아홉살,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한 배씨는 직업훈련원을 통해 안산반월공단에 취업하며 독립했다.
“이제 열심히 살거야. 남들처럼….” 스스로 다짐하며 낯설기만 한 인생설계를 시작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공부에 배고팠던 배씨는 주경야독(晝耕夜讀) 하듯 노력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리고 방송통신대에 입학했다. 지역 학생회 임원활동도 하며 활기차게 생활했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공무원을 꿈꿨던 그.
그러나 불행은 그가 가장 행복해할 때 느닷없이 찾아왔다. 2001년 불의의 사고로 계단에서 넘어졌다. 하필 뒤로 넘어지면서 사지마비가 왔다. 전혀 생각지도 않고 원치도 않았던 중증장애인이 돼버린 것이다. 이후 현실을 부정하며 8년간 긴 병원생활로 심신이 지쳤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그. 하지만 세월이 약이라고 했나. 국립재활원에서 실시하는 자립생활훈련에서 재활훈련을 받던 중 장애인복지를 알게 됐고, 다시 공무원이 되기 위해 다시 작은 희망을 갖게 됐다.
배씨는 지난 2010년 37세의 늦은 나이에 중증장애인으로 나사렛대 사회복지학부에 입학했다. 어린 학생들과 공부하는 것도, 경제적인 면도 어려웠지만 그에게 그까짓 고난은 문제되지 않았다. 사회복지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한 끝에 올해 졸업장을 받게 된 배씨. 졸업과 동시에 16일부터 서울 서초구에 소재한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취업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며 회한에 젖은 것도 잠시, 배씨는 오늘 이후로 더욱 즐거운 삶, 행복한 삶이 준비돼 있음을 감사한다.
“저 같은 중도 중증장애인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부족합니다. 장애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떳떳하게 활동할 수 있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제 앞으로의 꿈은 공공분야인 장애인복지관을 설립해 나와 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싶습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