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모처럼 만난 곽상용 대표. 맛난 동태탕과 함께…
2014년 12월24일 저녁, 천안시청 봉서홀은 또하나의 기록이 세워지고 있었다. ‘최고의 관객’이 몰려든 봉서홀. 자리를 다 채우고도 수십명이 서서 관람했다. 뜨겁게 무대를 달군 것은 민족굿패얼(대표 곽상용)로, 그들이 초연한 ‘왕버드나무’였다.
그간 봉서홀 무대에 오른 작품은 수백, 수천편에 이른다. 그중에는 유명배우들이 출연하며 전국방송을 탄 작품들도 많았고, 탄탄한 작품으로 입소문을 탄 작품들도 많았다. 단 1회공연이라 해도 민족굿패얼 회원들의 아마추어 공연작품이 초만원을 이룬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듯.
“회원들 모두가 홍보맨이 되어 백방으로 알리고 초대한 덕분입니다. 지역단체가 봉서홀이란 큰 무대에 서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기회가 흔히 오질 않죠. 모두들 최선을 다했고, 그렇기에 공연을 봐달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곽상용 대표는 이날 혼신의 힘을 다해 두 어깨에 드리운 책임감을 120퍼센트 쏟아냈다. 그가 맡은 10분짜리 ‘비나리’는 관객들의 호응으로 30분이 다 되어 끝이 났다. 무대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꽹가리를 이리 치고, 저리 치고…, 그의 신명나는 소리와 춤, 연주는 스스로를 하얗게 불태웠고 땀비가 온몸을 흘러적셨다.
“타악기쪽 직업병은 나 하나라더군요”
“혼절할 뻔 했습니다. 몸이 주춤거리고 힘들어지더군요. 이렇게 죽나 싶었습니다.”
열심히 움직인 때문이기도 했지만, 곽상용 대표는 몸에 심각한 이상이 있음을 알았다.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도 가슴 등에 지속적인 통증도 있었고, 한쪽 손이 장구채만 쥐면 자동으로 안으로 말려 비틀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큰 병원으로 가보자 해서 서울로 올라갔다. 손이 틀어지는 건 ‘직업병’의 하나. 그 원인을 찾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지금껏 이런 환자를 몇몇 만났지만 타악기 쪽에서는 처음이라며, 수술을 통해 지연시킬 수는 있다고 했다. 그러다 가슴통증까지 정밀검사해보기로 했다. 지역병원에서는 ‘위 식도염’같은 것이라고 판단해 몇년을 보냈지만 낫지도 않고 최근에는 3층 높이 계단도 숨이 차서 제대로 오르지도 못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심혈관 6군데가 막혔다는 것이다. 담당의사는 3군데까지 막힌 사람을 봤다고 했다. 그 이상은 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수술에 들어가 심혈관 여섯곳에 인공관을 넣었다. 수술은 잘 됐지만 그에 따라 약은 평생 달고 살아야 했다.
“수술받은 후 몸이 너무 가뿐해지더군요. 계단도 휙휙 오르고, 그동안 갑갑했던 가슴통증이 없어지고 편해졌어요. 마음 같아서는 에베레스트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위 식도염과 같은 증상이면서 몇 년을 통증 속에 살아왔던 그. 제대로 낫지도 않아 근심되던 속내가 말끔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차피 문제가 있던 몸, 조금은 번거롭겠지만 생활하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손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어릴때부터 평생 배워오고 밥줄로 삼은 풍물굿. 장구채만 잡으면 손이 비틀어지는 현상은 그에게 치명적인 병이다. “어쩌겠습니까. 받아들여야죠. 더 크고 더 위험한 병이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있는 조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노력해야겠습니다.”
천안풍물굿패의 대표적인 단체로 활동하고 있는 ‘민족굿패얼’. 그간 흥타령춤축제의 흥타령부 경연과 거리퍼레이드에서 대상을 여러번 거머쥐고, 전국대회 경연대회에서도 발군의 성적을 거둬왔던 그들. 그 한가운데 곽상용 대표가 있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최근 그에게 다가온 시련은 견디기 힘든 것이지만 목숨을 부지하고 삶을 다시한번 되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은 ‘불행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아프고 보니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것과, 또한 더 많은 봉사로 이웃들의 아픔을 보듬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