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분 천안차문화협회 회장이 침향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22년 전. 이후 틈틈이 배워온 향도를 이젠 가르치는 입장으로 전환해 2014년 8월 ‘천안교육장’을 문열었다.
20여년간 천안차문화협회를 이끌어온 전재분 회장. 그에겐 오랫동안 간직해온 비밀이 하나 있다. 가까운 차인들조차 알아채지 못할 은밀하고 고요한…, 어쩌면 전재분 자신조차 어느날 문득 알게 된 사실에 가깝다. ‘차인’으로 알려진 그가 향(香)에도 조예가 깊은 ‘향인’이라는 것을 말이다.
향에 빠져있던 22년 ‘이젠 향인으로…’
전재분 회장은 22년 전 일본에 갔다가 우연히 ‘향’에 빠졌다.
관심이 코브라의 그것처럼 꼿꼿이 고개를 들었다. 차인으로 활동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속에서 ‘향도’에 대한 갈증이 심했다. 향이 주는 매력은 강렬했다.
일본에 갈 때마다 향도를 배웠다. 1인 10만원 이상을 내야 향을 접할 수 있을 만큼 귀했고, 당시 향 한 개에 20만원이 넘을 정도로 비쌌다. 그래도 전 회장에게 있어서 향은 차보다 중독성이 강했다.
일본을 비롯해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등 여러나라를 다니면서 향은 차(茶) 다음으로 최대 관심사였다.
“별 말을 다합니다만, 요것 하나가 티코값이에요.”
그는 손바닥보다 훨씬 작은 침향가격을 알기 쉽게 차에 비교했다. 침향 중에서도 고급에 속하는 것들은 금보다 비싸다.
깜짝 놀라자 그 반응이 재밌는지 또다른 침향을 조심스레 보여준다.
“이건 그랜저 값이죠.”
22년동안 아름아름 모아놓은 침향과, 관련 도구들이 집안 곳곳을 채웠다.
“여행을 하다 눈에 띄는 게 향과 관련된 것들이었고, 또한 생각없이 구입했던 거 같아요.”
중국이 문화부에 향도협회를 만들지만 않았어도 이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일은 없었다.
중국 문화부에 향도협회가 생기자 한국협회(회장 정진단)가 생겨나고 딱 20명만 자격증을 얻었다. 이들 중에서 다시 전국 춘천·울산·부산·서울, 그리고 천안의 5개 향도교육장이 문을 열었다. 전재분 회장 또한 자격증을 얻고 2014년 8월에 ‘천안교육장’을 개설했다. 곧바로 8월과 11월 1·2기 교육생을 배출했다.
서양은 향수, 동양은 향(香)
“침향은 막힌 기혈을 뚫어주고 건강을 회복시켜주며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 줍니다.”
전재분 회장은 정진단 한국향도협회장이 쓴 ‘중국향도’란 책을 소개하며 향에 대한 이력을 설명한다.
중국의 침향은 예로부터 향감별, 합향제도, 향도구제작, 향보, 향사, 향방, 미학 등은 독립적이면서 완전한 체계를 갖추어 왔다. 이를 ‘향학’이라 한다.
<베르사이유에 향수가 있다면 중국 황실엔 향이 있었다>는 말은 향의 가치와 역사를 잘 표현하고 있다. 역사 속의 양귀비는 매일 향을 세군데에 피워놨다고 한다. 우리나라도도 ‘금동대향로’를 통해 백제시대 발달한 향문화가 존재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 침향의 가격은 그랜져 한 대 값과 맞먹는다.
침향은 나무의 결정이다. 물에 잠기는 것이 침향이며 반이 잠기면 잔향, 물에 뜨면 향숙향이라 한다.
침향은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향료이다. 침향은 목질이 아니며 실제로 침향나무라는 식물도 없다. 장목과, 올리브과, 서향과 식물의 수종이 특정한 조건하에 생기는 향료다.
현재 라오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에서 나는 침향의 품질이 높은 편이다. 캄보디아 침향은 생결향의 깊고 단맛과 꽃향기가 진하여 중동에서 선호하고 있다.
베트남 침향은 중부 산간지역에서 생산되면 혜안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단맛과 시원한 맛이 특징이며 생결, 숙결이 거의 같은 향을 낸다. 향기가 강하고 단맛에 신맛, 매운맛이 더해진 베트남의 홍토침이 비교적 유명하다.
태국남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지역의 영목침향은 크기가 크고 생산량도 많으나 깊고 무거우며 비릿한 맛이 많이 나는 편이어서 조각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다양한 침향과 관련 도구들.
단향은 인도, 호주, 인도네시아, 하와이, 남태평양의 여러 군도, 아프리카 일부지역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다.
향품으로는 인도의 단향이 품종이 좋다. 단향의 향기는 두텁고 강렬하며 바람을 거슬러 향기를 전하기도 한다.
침향만큼 우아한 향기는 아니지만, 향기가 차갑고 진하여 순간 가슴을 틔워주는 듯하다. 단향의 향기는 침향과 달리 움직임이 없고, 널리 깔리며 오랜 시간 남아있어 향수의 정향재료로 많이 쓰인다.
기타향료로 동물향에는 사향과 용연향이 있다. 사향은 사향노루 수컷의 분비물로서 향기가 강렬하며 움직임이 강하다.
용연향은 고래의 위장 배설물이다. 용연향은 정향제로 많이 쓰이며 그 향기는 안정적이고 오래 간다. 용연향을 태운 연기는 덩어리 혹은 구름같이 피어오르며 그 연기를 가위로 자를 수 있다.
양귀비도 좋아한 향의 역사
정진단 한국향도협회장이 집필한 ‘중국향도’…
전재분 회장이 시범삼아 향을 피우고 있다.
품향은 당송때부터 부드럽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감성을 토로하고 명상을 하고, 깊은 영감을 얻었다. 향연이 서서히 오르면 사색은 붉은 탄불을 따라 자연으로 돌아간다.
사람은 마음과 눈, 코, 귀, 몸, 의를 통해 향과 인연을 맺어 스스로를 느끼면서 큰 깨달음의 길로 다가간다. 향으로 마음을 수행하고 인성을 키우며 평화를 지키고 세상에 널리 전하면서 향학이 가져다 주는 행복과 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하라. 코로부터 온몸으로 퍼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정말 황홀하다. 숨을 들이키고 내뿜는 것이 이렇게 편안하고 즐거운 것인지 과거에는 미처 몰랐다. 그야말로 하루가 상쾌하다.
침향은 진한시대에 기반을 세워 당나라때 완성했으며, 송나라때 최고의 빛을 발하였다. 이후 청나라 중엽부터 쇠퇴하기 시작해 중국개혁 개방 전까지 중국역사상 200년 가까이 맥이 끊어지다시피 했다. 그러나 200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침향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은 변함없으며 침향의 깊고 그윽한 경지에 감동받고 있다.
인간의 본능으로 시작해 인류는 향을 피우고 향수를 뿌리고 향을 만드는 여러 가지 후각의 즐거움을 창조해냈다. 정진단 한국향도협회장은 향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후각만의 만족이 아니라 신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하고 기를 양생한다. 사람들은 먹는 음식만 건강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보이지 않는 냄새와 우리의 체질과의 밀접한 관계를 간과한 생각이다. 호흡의 질이 높아지면 음식을 먹거나 걸음을 걷고 말을 하는 것이 모두 아름다운 예술이 될 수 있다.”
향 문화는 신석기시대 말기부터 싹이 트기 시작했다. 5000년 전부터 황하와 장강유역에서는 도기로 만든 훈향로를 사용했다. 그 시기의 향은 제사와 일상생활에 쓰였다. 진나라 때는 이미 향이 후각적인 향수를 넘어 몸과 마음을 양생한다는 관념이 형성되면서 후기 향문화 발전의 핵심이념이 된다. 한무제(기원전 156~기원전 87)때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향로가 내륙으로 들어오면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궁정의 향 예절은 한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이다. 귀한 수입향료와 정교하게 제작된 향로는 한나라 귀족들이 흔히 주고받는 선물이 되었다. 송나라때 향문화도 최고의 빛을 보았다. 향료의 수입량이 막대해 조정에서는 향료전문매장을 규정하고 납세하는 방식으로 향료를 국가관리품목으로 지정했다. 송나라의 귀족들은 가마에도 훈향을 하고 향낭, 향구를 달아 향기가 그윽한 향차를 만들었다고 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향문화는 일정 규모로 발전해 왔다. 그중 향 문화의 불씨를 지켜온 곳은 대만이다. 대만은 중국의 모든 전통문화, 특히 향문화를 반세기동안 묵묵히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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