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홍순 과장. 언덕지대가 가파르고 미끄러워 교통사고 위험이 있다는 민원이 제기됐지만 담당부서는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처리기간을 서너달로 잡더란다. 겨울이 코앞. 분통을 터트리는 것을 ‘선처리 후절차’로 중재해 해결했다. 봉서홀 대관 규정에서도 학교대관이 안된다지만 비워두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에 수용한 후 규정논란에 빠졌지만 임 과장은 ‘합법성’보다 ‘합목적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소신이다.
1월2일자 사무관급 이상 인사를 단행했다. 가장 파격적인 인사를 꼽으라면 7급으로 시작한 박재현 성남면장을 구청을 거치지 않고 본청 예산법무과장으로 올린 것이다. ‘젊은 인재’을 발탁해 함께 일해보겠다는 구 시장의 구상이 눈에 띈다.
또 한명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면 바로 ‘임홍순’ 과장이다.
그는 회계과장으로 있다가 ‘정책기획관’의 책임자로 전격 발탁됐다. 정책기획관은 공보관, 감사관과 함께 부시장 직속에 편제돼 있는 부서로, 이번 조직개편에 야심차게 신설된 부서이기도 하다.
기존 기획예산과는 정책기획, 예산, 의회성과, 국제협력, 법제송무 5개팀으로 운영됐다. 이렇듯 기획예산과의 ‘정책기획팀’으로 존재하던 업무가 정책팀, 기획팀, 조직관리팀을 운영하는 정책기획관(허가민원TF팀도 있음)으로 확대됐고, 예산법무과와 정책기획관으로 나뉜 것이다.
정책기획관의 수장이 된 임홍순 과장,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예전 정책팀장 1년, 기획팀장 4년, 조직관리팀에서 6년을 근무했던 이력을 꺼내들며 ‘최상의 카드’임을 인정한다.
게다가 모두 서른한번의 포상실적을 갖고 있는 것은 1800여 공무원중 그 뿐일 것이다. 9번의 업무유공과 6번의 창안상을 비롯해 모범공무원, 신지식인상, 을파소상, 효자상, 청백봉사상, 제안우수상, 공모장려상, 국민제안입선, 제안경진우수, 자랑스런공무원상 등 그가 천안시의 대표적인 ‘기획통’이자 ‘정책통’임을 알려준다. 참고로 포상에 따른 상금 1300만원 전액기부라는 꼬리표도 따라붙는다.
2003년쯤 초대정책팀장을 맡은 적이 있다. 무슨 일을 해야 하나 당시 성무용 시장에게 물은 적이 있다. ‘그 자리는 한계가 없는거야’ 하더란다. 지금 정책기획관 자리가 그런 자리가 아닐까 싶다.
“부담이 큰 자립니다. 모든 분야의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아야 되고, 그에 따른 정보를 수집해야 합니다. 거기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현재보다 더 나은 개선점을 찾아야 합니다. 쉽지 않은 업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어느 한 분야의 업무를 정확히 제시해주고 일을 하는 것은 쉬울 수 있다. 그러나 정책기획관의 업무라는 것은 전체를 상대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며, 설사 좋은 정책제안을 만들었다 해도 해당부서에서 이를 인정해 수용하고 성공적인 수행의지를 가져야 성과가 나오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도 그의 눈빛은 ‘해볼만한 도전’이라는 자신감이 팽배하다. 하고싶은 일이었고, 3년도 남지 않은 공직생활에 좋은 방점을 찍을 수 있는 기회로 내다본다.
그는 이미 시민단체들과의 정기모임을 제안해놓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갖고있는 좋은 정책방안들을 함께 토의하고, 그중 시가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다듬어 해당부서에 검토를 의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생각이다.
“얼만큼 양질의 정보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는가는 중요한 일입니다. 그중 좋은 정책들이 어떤 것들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며, 또한 어떤 식으로 천안시 형편에 맞춰 진행할지 아이디어를 짜내는 일들이 필요합니다.”
정책·기획된 것들이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정책기획관에 ‘조직관리’팀이 포함됐다. 적임자가 제 자리에 배치될 수 있도록,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직제를 연구하는 팀이다.
정책기획관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일을 해낼 수 있는 ‘팀원’의 구성도 중요한 일. 팀장급 이하 인사발령에 따라 정책기획관의 출발점이 달라질 수 있다. 임 과장은 8일 인사발령을 보고 ‘괜찮다’고 생각한다. 신경써준 것 같다고 했다. 팀장급으로 이제선(예산법무과), 이주홍(회계과), 김응일(동남구 산업경제과)씨. 여기에 기존 박승복 기획팀장이 자리배치돼 12일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