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6시40분. 피곤한 몸을 뒤척이다 대충 옷을 걸쳐입고 문밖을 나섰다. 핸드폰으로 검색해보니 일출시각이 대부분 7시35분에서 40분 정도.
어제 펑펑 눈이 내렸으나 칼바람에 손과 귀가 시릴 뿐, 산길을 걷는데 미끄럽다거나 하는 불편함은 없었다. 봉서산에는 이미 100명 가량의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었고, 또한 삼삼오오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다.
어린자녀를 목마 태우고 올라온 사람도 있었고 가족중 뒤늦게 올라와 합류하기도 했다.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정겨운 풍경도 볼 수 있었다.
일출시각보다 늦어지자 사람들은 두런거렸다. 누군가 “저 앞쪽 산이 가로막고 있어 일출시각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근거있는 이유를 대기도 했다.
그러한 잠시, 한 여성이 “저거 해 아냐, 저거저거”라고 말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산 능선을 바라봤다. “해가 맞아. 이제야 떠오르는군.” 시계를 보니 8시1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람들은 두 손을 모으고 너나 없이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가족이 행복하고 화목하게 살도록 해주세요’라든가 ‘올해는 꼭 취업할 수 있게 해달라’, ‘공부 잘하게 해달라’, ‘결혼하게 도와달라’, ‘건강한 삶을 살게 해달라’ 등등.
아마도, 사람들은 그런 소원들을 했을 것이다.
점차 해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나며 그에 따라 붉은 기운이 나무 사이로 더욱 확대되며 따사로움을 던져준다. 이글거리는 새해 첫 해의 뜨거운 심장을 이식받기 원하는 사람들은 어느새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폈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약 1억5000만 km나 된다. 이는 빛이 초속 30만km씩 달려서 8분 19초 만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이다. 따라서, 우리가 보고 있는 태양은 항상 8분19초 전의 태양이 되는 셈이다. 그 먼 거리를 달려와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준다.
갑자기 ‘받은 것이 있어야 주는 거 아니냐’는 우리사회의 삭막한 관계가 부끄러워진다. 2015년에는 좀 더 마음을 열고 새롭게, 폼나게, 따스하게 살아가길 기대해본다.
소원을 내걸고, 스스로 다짐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볍게 보인다. 소원을 빌었으니 다들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살아가면 반드시 성취할 것임을 믿는 마음으로 서로에게 덕담을 건넨다.
“자, 우리 2015년 새해에는 좀 더 힘좀 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