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트리가 쌍용도서관 로비에 세워졌다. 언뜻 크리스마스 트리 같지만 트리를 장식한 것은 소원을 적은 갖가지 색종이였다. 정월대보름때 소원종이를 연에 매달아 날리거나 소원을 적은 달집을 태우기도 하지만 소원을 적은 종이를 트리에 매다는 건 생소한 풍경. 하지만 쌍용도서관을 방문한 많은 사람들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소원종이를 매달았다.
2015년 새해, 사람들은 어떤 소망을 품고 있을까. 보란 듯이 매달린 소원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고 읽으면서 마법사의 주문처럼 강력해지는 듯한 착각이 인다.
가장 많은 관심은 당연 ‘가족의 건강’이었다. <우리가족 모두 건강하자>거나 <우리가족 다 건강하고 100살까지 살게 해주세요>라는 글귀도 있다. <우리가족 모두 건강했으면…, 할머니·할아버지 아프지 마세요>라며 걱정해주는 손녀도 있었다.
다소 ‘이기적인’ 애교를 담은 소원들도 눈에 띈다. <2015년 전교1등해서 활짝 웃겠다>는 학생을 비롯해 <올백맞게 해주세요>라든가 <제발 고등학교 2학년때는 전교 30등 안에 들게 해주세요>라는 말도 있다. <로또 1등아, 내 품으로 와라>라거나 <2015년 개그맨 시험 합격하게 해주세요>도 있었다. <아무개 누나랑 결혼하게 해주세요>라는 말도 있고 <뽀로로 장난감 갖게 해주세요>, <내년에는 미국 꼭 가자>, <피아니스트 되게 해주세요>, <여친 생기게 해주세요>, <40㎏ 되게 해주세요>, <운전면허 얼른 따게 해주세요> 등도 있었다. <우리가족 아무 일 없이 한해를 잘 넘기고 내년에는 엄마, 싸우지좀 말자>며 눈웃음 표시를 찍어놓은 이도 있었다.
눈물이 찡한 내용도 담겨있다. <아빠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아프지 말고>라든가 <우리 아버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참을 수 있을 만큼의 아픔만 주세요>라는 글귀도 눈에 띈다. <집이 빨리 팔리게 해주세요>라며 몇동몇호까지 적어놓은 효녀도 있었다. 또한 <형, 무단횡단 하지 말자>라고 쓴 내용을 보면 동생이 정의로운 건지, 아님 형이 위험한 무단횡단을 밥먹듯 하는지 궁금해진다.
<날개가 생기게 해주세요>라는 약간 4차원적 소원도 적혀있었고, <상상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새해에는 저도 놀랄 정도의 창조력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는 글귀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바보, 멍청아>는 무슨 말일까. 좋게 해석하면 ‘내가 너 좋아하는데, 너는 왜 그걸 모르니’라는 메시지 아닐까 싶다.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한 글들이 쓰여졌지만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는 ‘행복’이었다. <행복한 일들만 가득가득>이라든가 <행복하게 지내자>, <우리가족 오랫동안 행복하기를> 등등.
덕담이나 소원을 말하는 것은 ‘밑져야 본전’인 게다. 불이익을 당할 이유가 없다. 연말연시 자신과 타인에게 좋은 말들을 많이 건네는 것은 현명한 일이며, 그러다 덜컥 소원이라도 이뤄진다면 더없이 좋은 일일 것이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