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의회(의장 주명식)가 달라졌다. 2015년도 본예산 심사결과 75건 ‘144억9843만원’을 삭감했다. 일반회계는 68건에 114억6650만원, 특별회계는 7건에 30억3193만원이 발목을 잡혔다. 삭감비목과 삭감액이 ‘역대최고’라는 말이 나온다.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천안야구장 편입토지 매입비 등과 관련해 69억원을 모두 삭감했다. 천안시가 10년동안 추진해온 천안야구장은 총 토지보상액 540억원중 69억원이 아직 미보상액으로 남아있다. 건설도시위원회(위원장 주일원)는 추진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 12월12일 토지보상에 대한 감정평가 적정성 여부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타당성 조사와 감사원의 감사를 요청해놓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반려견놀이터 조성’ 4000만원과 ‘쌈지공원 조성비 토지매입비’ 5억원이 삭감되기도 했다. 이들 비목들은 구본영 시장의 야심찬 공약이기도 하다. 구 시장의 공약중 ‘한뼘미술관 조성’도 2억중 1억원을 삭감했다. 이들 외에도 눈에 띄는 것은 전 부서에서 받아보는 신문구독료를 절반으로 뚝 자른 것이다.
전액삭감 사업들 ‘줄줄이’… 예전같지 않네
의원들의 시각에서 마땅찮은 사업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총무환경위원회(위원장 전종한)는 성과관리지표개발(2000만), 전시시설물유지보수(600만), 반려견놀이터 조성(4000만), 먹을거리장터 운영(3500만), 먹을거리장터 시설물설치(3000만)를 문제삼았다. 특히 반려견놀이터 조성은 구본영 시장의 99개 공약사항중 하나라는데 눈길을 끈다. 다른 상임위원회는 사업검토는 없이 예산절감 차원에서 전체 또는 부분삭감을 가했다.
예산절감도 두가지 이유로 삭감됐다. 일부예산을 깎아서 ‘아껴서 진행하라’는 의미를 담고있는 사업이 있는가 하면, ‘그같은 사업을 하기에 예산이 아깝다’는 뜻의 전액삭감을 단행하기도 했다.
전액삭감된 비목을 살펴보면 기사검색 뉴스사이트이용료(3600만), 전자신문스크랩 운영및저작권료(3000만), 쌈지공원조성비 토지매입비(5억), BIT버스정류장안내단말기 추가설치(1억5000만), BIT버스정류장안내단말기 노후설치(2억2100만), 쌍용봉명역주차장 임대료(8000만), 횡단보도 안전대기장치 유지보수(6000만), BIS차내장비 교체(4억3300만), 안서신배수지 증설공사(30억), 빗물재이용시설설치 사업빗물저금통설치(2800만)가 그것이다. 예비군육성을 위한 지원사업비 3억원은 총무환경위에서 전액삭감됐다가 예산결산위원회에서 1억6500만원을 살리기도 했다.
행정 신문구독료예산 ‘절반 싹둑’
복지정책과 540만, 여성가족과 270만, 노인장애인과 306만, 체육교육과 270만, 문화관광과 324만, 홍대용과학관(31만2000원), 동남구보건소 152만, 서북구보건소 162만, 시민문화여성회관 10만5000원, 두정문화회관 90만, 성환문화회관 54만, 사적관리소 153만6000원, 천안박물관 120만, 천안박물관(흥타령) 96만, 동남구주민복지 270만, 서북구주민복지 180만, 도시계획과 270만, 도시재생과 270만, 교통과 270만, 재해예방과 180만, 건축과 360만, 건설사업소관리과 360만, 건설사업소시설과 180만, 차량등록사업소 144만, 동남구산업교통과 180만, 동남구건설과 270만, 동남구도시건축과 180만, 서북구산업교통과 180만, 서북구건설과 180만, 서북구도시건축과 180만, 상수도급수과 126만, 상수도관리과 360만, 하수도하수과 96만, 하수도환경사업소 96만, 공영개발개발과 108만.
부서별로 나열한 금액은 바로 내년 1년치 신문구독료다. 천안시는 예년처럼 이들 신문구독료를 확보하려 했으나 천안시의회가 ‘반기’를 들었다. 부서별로 올라온 내년 신문구독료를 일괄적으로 ‘반액’ 삭감한 것이다. 언론사에 잘 보여야 하는 정치인들의 생리로는 ‘충격적’인 결단이다. 의회사무국이 상정한 신문구독료 910만8000원도 예외없이 절반으로 싹둑 잘랐고 의정활동홍보비 7000만원도 2000만원을 깎았다.
신문구독료와 관련해 매서운 칼날을 들이댔지만 살아남은 곳도 있다. 공보관, 총무과, 기획예산과, 회계과, 정보통신과, 기업지원과, 축산식품과, 환경위생과, 산림녹지과는 총무환경위원회(위원장 전종한) 소관으로,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손을 대지 못했기 때문이다. 총무환경위는 다만 홍보업무와 관련한 업무추진비 3700만원을 절반으로 삭감한 것으로 대신했다.
실제 부서별로 매일같이 적게는 몇부에서 많게는 수십부씩 배달돼오는 신문들이 손때조차 타지 않고 버려지고 있음을 의원들이 잘 알고 있었고, 부서들도 대부분 ‘봐준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의회 입장에서는 ‘신문구독료’가 계륵같은 존재였다. 삭감하자니 언론눈치가 보이고, 놔두자니 낭비예산 아니냐는 비판에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수년동안 행정사무감사에 신문구독료 현황자료 제출만 요구하고 있었던 의회는 ‘벼르던 일을 행했을 뿐’이라는 분위기다. 덧붙여 의회는 브리핑실의 잘못된 운영행태가 건전한 언론환경을 해치고 있다는 판단아래, 의지를 갖고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