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자로 나선 정연정 교수는 선거구 조정이 지역이기주의로 읽힐 수 있는 만큼 충청권 선거구 증설 역시 이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갈등의 핵으로 휩쓸릴 가능성이 높다며, 이 부분을 충청권 정치인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0일 오후 2시 천안NGO센터에서 ‘충청권선거구 증설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해관계가 같다 보니 새누리당 충남도당과 새정치연합 충남도당이 손을 잡고 한국지방정치학회, 충남발전연구원과 함께 주관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충남의 정치권들은 ‘합심해 능동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인 정연정 배제대 교수의 말처럼 “목적은 충남이 한 석이라도 더 가져와야 한다는데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 속내이긴 했지만, 토론은 좀 더 넓은 틀에서 논의되고 다뤄졌다.
이명수(아산·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인사말에서 “선거구가 합리적으로 조정·증설되기 위해 충청권 의원들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며, 충남의 정치적 대의성·대표성 강화로 국가발전에 역할을 증대시키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토론회에 30명 안팎이 참석해 ‘맥빠진’ 토론회가 된 것은 선거구 증설에 무관심한 도민들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어 아쉬움을 던져줬다.
새누리당·새정치연합 충남도당과 한국지방정치학회, 충남발전연구원이 함께 주최·주관한 선거구 증설 관련 정책토론회에 겨우 30명 안팎이 참석해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복경 교수 “쉽지 않은 문제들 산적”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복경 서강대 교수는 ‘바람직한 선거구 획정방안과 선거구 개혁방안’을 주제로 삼았다. 서 교수는 현행 선거구획정 제도의 특징과 문제점을 짚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총의석수 규정만 있을 뿐 지역구 의석과 비례의석 할당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이런 제도적 결함은 지역구 의석 확대압력을 비례의석 축소로 해결하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의석할당과 선거구경계획정이 구분되지 않은 점도 특징이다. 시도경계와 시군구경계를 존중한다는 기준만 있을 뿐으로, 4년마다 광역시도의 총의석수 증감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선거구 인구편차 기준을 법에 명시하지 않은 채 헌법재판소 판례에 의존하는 현행방식도 문제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당시 4대1의 인구편차 규정에서 3대1로 제안했고, 2014년에는 또다시 2대1의 인구편차를 바람직한 규정으로 제시했다.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준비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이밖에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운영과 권한규정이 미비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서 교수는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대한 구성시점, 위원구성의 구체적 원칙, 활동내용 및 기간에 관한 규정을 두고있지 않다”며 “모호한 규정은 선거구획정위의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국회 내 여야정당간 협상의 재량적 여지만을 보장하게 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 교수는 선거구획정제도의 개선방안에 대해 “선거구획정의 기준이 되는 제도를 마련하고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소재를 제3의 독립기구로 신설하고, 획정위의 재량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준과 획정위 결정에 대한 여야정당들의 임의적 수정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부연설명했다.
정연정 교수 “도·농 대표성격차는 더욱 심각해질 것”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정연정 배재대 교수는 ‘선거구 증설과 지방정치인의 역할’이란 주제로 단상에 올랐다.
정 교수는 위헌판결을 내린 헌법재판소의 뜻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기존의 선거구 획정결과가 전체적으로 표의 등가성을 훼손하고 있으며, 인구편차기준에 근거한 획정이 권역간, 소지역간 대표체계를 불균등하게 구성해왔다는 것이다.
현 선거구는 ‘인구편차기준’으로 돌아간다. 우리나라 1개 선거구당 평균인구수는 20만1098명이다. 이를 기준으로 인구편차 ±50%를 적용하면 최대 30만 이상, 최소 10만 이상으로 정했다. 이것은 최대와 최소 선거구가 3대1로 표의 등가성 측면에서 위헌소지가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이를 2대1로 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결했다.
정 교수는 “하지만 비민주적 요소를 바로잡기 위한 헌법재판소 판결에 역설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헌재가 인구비례를 2대1로 조정으로 인해 농촌과 도시간의 대표성 격차는 더욱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헌재 판결로 향후 선거구는 증설 37개, 통폐합 25개로 나타난다. 여기서 통폐합 대상지역의 대부분은 비수도권인데 반해 증설지역은 대체로 수도권에 분포해 있다.
이에 일부지역은 인구수를 실질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청송지역의 경우 ‘교도타운’을 만들겠다는 발상과, 일부 자치단체는 ‘주소지 이전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한편 충청권(충남·충북·대전)은 현재 25석의 선거구수가 현상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천안, 아산, 유성은 인구상한선을 초과하는 지역이며 공주, 부여·청양, 보은·옥천은 인구하한선을 충족하지 못하는 지역이다. 전국적으로는 통합수요가 많아 모두 증설될 수 없고, 인구하한선 또한 모두 일괄적으로 통합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지역간 갈등과 저항이 심화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정 교수는 “또다시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담합, 타협이 이뤄진다면 충청권의 선거구 증설은 요원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특정 지역기반에 매몰되지 않고 보다 효과적인 대표체계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구 획정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선거구 획정이 공정한 기준에 따라 이뤄지도록 현행 공직선거법 25조의 특례조항을 전면폐지해야 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토론자들 ‘원칙과 정치발전 측면에서 논의’ 한목소리
발제가 모두 끝난 후 토론자들의 시간이 이어졌다.
성태규 한국지방정치학회 명예이사는 헌재 판결이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다며 “단순한 지역구 획정문제로 보기 보단 전체 정치발전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수의 지역불균형을 맞추려면 비례대표를 조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제가 사는 경기도엔 선거구 평균인구수가 17만8000명인데 세종시는 8만명 뿐이며 전북은 13만4000명으로 이는 제가 가진 투표권이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주권적 평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례대표의 경우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그들이 가져간 투표수보다 의석수를 더 가져갔다며 상대적으로 당시 자유선진당과 통합진보당이 피해를 봤다고 말하며 “지지받은 만큼의 의석수를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유병선 아태정치학회 총무이사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수가 적다고 주장하며 늘리는 것은 오히려 국회의원수가 많다고 생각하는 국민반발에 부딪치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욕심을 가지고 입으로는 민주주의 운운하며 접근하면 누가 모르겠냐며 먼저 국민이 호감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선제 고려대 교수는 매10년마다 인구조사해서 인구수에 의해 의석수를 할당하는 미국방식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도 시스템화해 자동으로 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동완(당진) 국회의원은 “총의석수를 손대면 국민불신을 받는다”고 전제하며 “도농혼합형을 도입해 도시는 중선거구제, 농촌은 소선거구제로 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수현(공주) 국회의원은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당황스럽게 한다”는 점을 밝히며 “비록 개인이 희생되더라도 새로운 대한민국, 민주주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바라보고 바람직한 방향에서 개헌논의까지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