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사 출신이자 시인인 조재도(57)씨가 북면지역아동센터에서 글쓰기반을 운영하고 ‘글모음집’을 냈다.
7명의 아이들이 36가지의 주제로 괴발개발 쓴 글로, 꾸밈이 없어 아이들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고민도 자정작용을 통해 해소된다”는 조 작가는 아이들이 글을 쓰는 4개월동안 많이 자랐다고 즐거워한다.
북면지역아동센터에서 글쓰기반이 운영된 것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올해 처음 실시한 ‘예술인 파견사업’ 때문이다. 예술인 파견사업은 각 지역이나 기업에 필요한 예술인을 파견해 일상생활에서 문화적 향취를 드높이고자 하는 취지의 사업이다.
아이들 생각 읽히는 글모음집 발간
조재도 작가의 수업시간이 즐거운 아이들.
‘가장 행복했을 때’라는 주제에서 아이들은 방송프로그램인 런닝맨을 볼 때라든가 알라딘 점핑에서 라면 먹을 때, 수영할 때, 휴대폰 게임할 때 등이라고 말한다. 두 아이는 가족들과 여행갔을 때라고 했다.
‘나의 버릇’에서 초등학교 3학년 아이는 이렇게 글을 썼다.
<나의 버릇은 소리지르기다. 나는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른다. 내가 갖고 있는 걸 뺏거나 나의 물건을 가져갔을 때도 소리를 지른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데, 이 버릇은 여든까지 안갔으면 좋겠다> 또한 ‘긁기’가 버릇이라는 5학년 아이는 가려워서 손으로 긁다가 피가 나고 딱지가 생겼다며 버릇을 고쳐야겠다는 의지를 담아내기도 했다.
아이들은 어느 때 무서워할까? 밤이 되거나 나쁜 꿈을 꾸었을때, 또는 텔레비전에서 치타가 영양을 잡아먹었을 때란다. 거짓말했을 때라는 6학년 아이도 있었다.
그는 <나는 거짓말을 하고 들킬때 가장 불안하다. 내가 들킨 거짓말은 숙제를 안했는데 했다고 해서 들킨 것이다. 거짓말을 해서 안들켰을 때도 마음이 불안하다. 거짓말 한 것이 들통나 내가 거짓말쟁이라고 소문이 나기 때문이다>
또다른 6학년 아이는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이라고 했다.
<평소에 엄마 아빠가 부부싸움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요즘들어 불안하고 무섭다. 웃는 표정이지만 마음속은 초조하고 불안하다.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은 사소한 것에서도 일어난다. 그래서 작았던 불이 점점 커진다. 너무 힘들어서 가출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말하면 속이 뻥 뚫릴 것 같은데 그걸 말하기가 싫다. 너무 두렵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친구, 괴롭힘, 우리집, 나의 장래희망, 가장 듣기 싫은 말, 울고싶을 때, 시험 등등의 주제에서 아이들은 처음 감추었던 속마음을 글로 표현하며 점차 쾌활해졌다.
최승원 북면지역아동센터 대표는 “행복한 웃음소리가 작문교실에서 새어나온다”면서 “투박한 것 같으나 살아있고, 어설픈 것 같으나 진정으로 작문을 즐긴 아이들에게 작문수업은 또하나의 도약이며 삶을 풍요롭게 하는 쉼표로서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