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오 이동녕 선생의 생애를 재조명하는 무용작품이 천안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천안시립무용단은 제11회 정기공연으로 4일과 5일 저녁 8시 ‘석오 이동녕 100년의 꿈’을 공연한다.
이동녕 선생은 임시정부 이승만 대통령 대행(1919년), 국무총리 대행(1924년)의 위치에서 임시정부와 운명을 함께 하며 고락을 나누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존경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또한 윤봉길 의사의 마지막 일기에서 이동녕 선생의 초상화가 발견될 만큼 신흥무관학교를 통해 독립군 양성에 힘썼던 인물이다. 이번 작품은 항일무장투쟁의 전사들을 배출한 신흥무관학교 설립 102년된 해로, 천안 목천출신 독립운동가인 이동녕 선생의 독립의지와 민족애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동녕 선생은 생전에 자주 ‘산류천석(山溜穿石)’을 자주 인용했다. 산에 흐르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뜻으로, 광복이 되는 그날까지 투쟁하겠다는 그의 신념이 엿보인다.
서정성과 논리적 구성이 뛰어난 김성옥 시인이 대본작가로 참여한 이번 작품은 장르간 경계를 무너뜨린 과감한 시도와 역동적인 에너지, 그리고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이야기 전개가 특징이다.
김종덕(47) 천안시립무용단 신임 상임안무자
천안에 무용의 ‘새로운 바람 불어라’
지난 6월23일 천안시립무용단에 부임한 김종덕(47) 상임안무자. 천안시립무용단이 그를 통해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그는 “작품을 구성하고 연습하는 과정은 민주적이어야 하되, 안무자는 절대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는 단원들에게 먼저 기본기를 철저히 연습시키고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무용인이 가져야 할 자세와 긍지도 그에겐 중요한 교육이다.
김종덕 상임안무자는 서울시립무용단을 거쳐 2001년 ‘창작춤집단 木(목)’을 설립해 활동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겸임교수를 비롯해 한양대 강의교수, (사)한국춤협회 이사, 우리춤연구소 연구원, 서울국제무용콩쿨 이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그를 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대표이사는 “이 시대에 주목받는 춤꾼이자 안무가, 교육자로 뛰어난 기량과 재능을 갖고 있으며 글솜씨 또한 대단하다”고 격찬했다.
그는 대학에서 공부벌레였다. 세계적인 무용단 공연, 건축디자인전, 유명 무용가들의 워크샵 등을 보고 배우기 위해 전국을 누볐으며 교양과목도 매스컴과 현대사회, 공연예술의 이해, 연기법과 연출법, 조명과 무대미술, 미학 등 공연예술에 관계되는 모든 수업에 열의를 보였다.
그의 무용작품은 ‘서정성’이 뛰어나다. 스스로는 “청소년기 문학에 심취했던 탓이기도 하고, 김성옥 시인의 뛰어난 감수성이 내게 영감으로 작용해 작품에 녹아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상징성과 은유적 표현의 시는 관객들에게 작가의 의도를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으며 오랜 잔상으로 그 작품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채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자 평론가는 전통의 재창출과 변형보다는 한국인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그려내는 그를 언제부턴가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순간적인 느낌을 극대화해 작품의 이미지에서 요구되는 내용을 선명한 빛깔로 채색해 놓는 재주가 있다”고 했다.
그의 작품 ‘한여름날의 꿈’에 대해 평론가 김예림씨는 “음악과 영상, 그리고 눈가루가 내리는 무대까지 동화적 색채가 짙은 그의 작품은 편안하고 쉽게 관객을 동화시킨다”고 했고, 작품 ‘꼭두의 눈물’과 관련해 평론가 문애령씨는 “아무런 장치나 소품 없이 순수한 움직임으로 채운 묵직한 무대와 드라마 속의 서정성을 녹여 앞세운 개성적 연출의 맥 찾기가 돋보인다”고 했다.
춤추는 시인, 혹은 시를 쓰는 무용가로 알려진 김종덕씨는 자신이 추구하는 춤의 세계에 대해 “찰라적이고 순간적인 인상과 사건을 포착해 극대화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불과 30분 작품에 인간의 생로병사를 다 담으려고 하는데, 이것은 결국 아무것도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안무철학에 대해서도 ‘시대정신’을 꺼내든다. 한국 전통성의 기반에 현대인에 맞는 춤언어를 창출해내는 것. 시대를 반영하면서 창출되는 춤언어이면서, 우리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가진 춤이 필요하다는 그. 그래서 그가 천안시립무용단 상임안무자로 첫 시도하는 창작품이 춤사위로 풀어낸 이동녕 선생의 생애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