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이요? 잘 한다고들 합니다. 많이 부족하죠. 그래서 더욱 열심이죠. 무대에 서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얼마나 준비돼 서는가 하는 건데… 무대에 설수록 어렵습니다.”
미르5 회장 송장헌씨의 ‘멋진’ 드럼연주.
천안시 공무원밴드 ‘미르5’의 회장 송장헌(서북구청 위생청소과)씨가 뒷머리를 긁적인다. 천안을 상징하는 ‘오룡쟁주’, 그 오룡을 밴드명으로 착안한 ‘미르5’로 지었지만 거창한 이름 만큼 밴드 수준을 끌어올리기에는 아직 할 일이 많다.
낮에는 공무원, 밤에는 연주자
한여름밤의콘서트에 나선 미르5 1기생들.
천안공무원밴드 ‘미르5’의 탄생비화를 아는가?
어느날 음악에 문외한이던 송장헌씨가 음악학원을 찾아 등록했다. 그가 선택한 악기는 드럼.
“속성으로 가르쳐 주십시오.” 닦달하며 매일 두세시간씩 두드려댔다. 다행히 리듬을 타는데 두려움이 없었다. 2주 후. 2012년 11월 그는 공무원들로 구성된 밴드를 구성했다.
그에게 ‘공무원밴드’는 하나의 사명이었다. “첫째 공무원들의 취미로, 둘째 공직사회에 활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죠. 셋째 서산·공주·예산·당진에도 있는 공무원밴드가 수부도시이자 2000명에 가까운 공무원들이 생활하는 천안에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넷째 공무원밴드로 봉사도 할 수 있고요, 다섯째 밴드교류를 통한 지역 공무원간 유대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입니다.”
송장헌씨의 혀 내둘리는 추진력에 공무원밴드 ‘미르5’는 제 모습을 드러냈다.
시청에서 인접한 종합운동장 내 시립관현악단이 쓰는 휴게실 한켠에 비집고 들어가 일주일에 한번 사용하는 연습공간을 마련했고, 음향 등 필요한 장비는 외상으로 구입했다. 모양을 갖추자 왕년에 악기 하나 똑부러지게 다뤘었다는 공무원들이 문을 두드렸다. 먼저 미르5 1기는 평균 45세의 조금 나이있는 공무원들 8명. 약간 미숙한 연주실력을 열정으로 눌렀다.
2기는 평균나이 30의 젊고 패기있는 8명의 공무원들이 참여했다. 실력 또한 상당하다. 그리고 3기? 이들은 구성중에 있다. ‘미르5’는 어정뜨는 공무원까지 33명이 함께하는 거대 밴드집단이 돼버렸다.
송장헌씨는 실력있는 공무원들 몇몇을 소개한다.
“베이스기타 김수영(풍세면)씨와 퍼스트기타 전기혁(동남구세무과)씨는 공직에 입문 전 대학에서 밴드활동을 했고, 드럼 김효겸(목천읍)씨는 학창시절 인디밴드에서 활동했습니다. 트럼펫을 연주하는 정승철(서북구 자치행정과)씨는 군악대 출신이며, 보컬 겸 건반을 맡은 김아영(동남구보건소)씨는 직접 작사·작곡 능력을 갖춘 실력자입니다. 여기에 색소폰 연주에 손색없는 김기봉(자치민원과) 과장님이 단장을, 정형교(천안문화재단) 본부장이 고문을 맡아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물론 장헌씨도 지금까지 2년간 매일 두세시간씩 ‘악착같이’ 드럼치는 연습을 빼먹지 않고 있다. 배울수록 더 어렵다는 그의 한마디, “지금 생각하면 너무 터무니 없는 일을 벌였구나” 생각한다나.
급한숙제는 ‘안락한 연습공간’
10월30일 미르5는 당진시로 출정했다. 당진시청 음악동아리가 초청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진 문예의전당에서 ‘소아암아동돕기 아이사랑음악회’에 참여했다.
어디는 2000만원을 지원한다, 연습실을 제공한다, 평일 공연도 배려하는 등 분위기가 좋지만 수십개의 동아리가활동하는 천안시청의 경우 형평성이다 해서 별도지원이 없는 상황. 반차를 쓰며 밴드팀원들이 당진으로 향했다.
아이사랑음악회는 미르5가 올해들어 5번째 공연무대다. 불당동의 한 먹거리장터에서는 간단한 통기타공연으로 끝냈지만 이들 밴드팀은 수도사업소 분수대 앞에서 펼쳐진 일봉음악회와 지난 7월 시청 야외 수변무대에서 펼친 한여름밤의 음악콘서트, 그리고 10월3일 천안흥타령춤축제때 ‘직장인밴드 음악스케치’에서 실력을 뽐냈다.
“아직 미르5는 많이 부족합니다. 눈치보여 위축되는 연습실 공간도 있어야 하고, 기수당 3명씩 배정한 보컬도 트레이닝이 필요합니다. 색소폰 연주자도 함께 무대에 서면 더 좋을 것이고, 다들 연습을 많이 했으면 좋겠지만 각자 맡은 업무가 달라 함께 시간내기도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다들 열심을 내려 하니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천안에 멋진 공무원밴드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