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요산(仁者樂山)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등산을 남달리 잘 하거나 줄기는 사람을 산악인(山岳人)이라 하고, 산악을 애호하거나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을 산악회라 한다. 천안에는 수백 개의 산악회가 운영되고 있다.
요산요수(樂山樂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의 준말로 지혜있는 자는 사리에 통달하여 물과 같이 막힘이 없으므로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의리에 밝고 산과 같이 중후하여 변하지 않으므로 산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아 산을 오르고 산에 안겨 산을 즐기고 평안을 느끼고 깨달음을 얻고 인격을 수양하고 있다. 산은 우리들에게 무엇인가를 준다. 이런 말들이 있다. “자연은 산의 예술이다”(단테), “자연의 힘은 교육의 힘보다 항상 더 컸다”(볼테르).
산은 무한한 어머니 품 안인 것 같다. 항상 포근한 마음, 변함없는 어머니 마음 같으니 말이다. 나는 산의 숨소리, 산의 음성, 산의 속삭임을 들어 보았다. 틀림없이 산의 숨소리, 산의 음성, 산의 속삭임이 있는데 모두들 귀먹고 마음 닫혀 듣지 못하고 있다.
산을 사랑하고 그 품속에 안겨 사랑하는 마음으로 산의 음성, 산의 숨소리, 산의 속삭임을 들어볼 수 있어야 진정한 산악인인줄 안다. 산을 사랑하는 마음은 신을 사랑하는 마음이요, 산의 숨소리와 속삭임, 음성을 듣는 산악인이 되자.
1975년 12월 4일 겨울 천안에 처음으로 천안산악회가 창립되었다. 창립초대회장은 천안검찰지청 이국헌 지청장, 부회장 공창억, 초대총무 천안BBS 천안지부장 김성열이었다.
창립회원들은 천안지역사회 사회단체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200명이 가입되었다. 창립총회는 성불사 입구 야산에서 출발하였다. 매달 산을 골라 천안 근처 산과 버스를 타고 원거리 산행을 계속했다. 가을이면 시민들과 어울려 산행대회를 개최하였다.
천안산악회 창립목적은 푸른 하늘을 우러러 믿음과 소망을 푸른 산을 오르며 덕행과 인내를 푸른 마음에 하늘과 산의 진실을 새기려는 신념이다.
천안지역의 산을 둘러본다. 금북정맥에 솟은 성거산, 흑성산 남쪽에 뻗쳐있는 광덕산(華山)에 의지하며 고을이 설치됐다. 동헌은 남향이고 왕자산(王字山)을 진산으로 삼았다. 왕자산에서 뻗어온 수조산(水潮山)이 안산(案山)이다.
직산지역의 산을 살펴본다. 천안 목천 사이에 금북정맥(차령산맥) 연봉 등이 가로막고 있다. 청룡산이 내려오면서 성거산이 우뚝 솟아 몇 고을의 경계에 걸쳐 있다. 그 하나의 기슭이 평이하게 달려와 읍성을 마주보고 있고, 또 서북으로 달려가 성산(蛇山·城山)이 되었으며 또 동쪽으로 달려가 고을 관아 뒤의 진산(鎭山)이 되었다.
위례산 성거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들은 입장천이 되고, 입장천은 진위천과 합쳐 안성천을 이루어 서해로 주입된다. 서해로 흐르는 안성천 유역 범위에 있어 산과 하천 경계가 뚜렷하다. 금북정맥이 분수령에 경계하여 동쪽에 의지하고 성거산을 조산, 위례산이 진산이 된다.
목천지역의 산을 살펴본다. 목천의 모든 산은 다 안성의 청룡산(靑龍山)을 조산(祖山)으로 하고 있다. 위례 성거의 여러 산이 뒤에서 끌어안아 호위하고, 물이 모여드는 어귀의 기이한 모양(都水口奇格)이라 이름하여 병천(竝川)이다. 산지(山地) 은석산, 작성산, 흑성산, 서림산, 정랑봉, 세성산 등이 안배되어 있어 금북정맥 열두골짜기마다 작은 마을들이(十室之邑) 형성되어 사이사이 취락을 이루어 농경생활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병천(竝川)천 유역을 범위로 금북정맥을 배산으로 하여 산맥이 경계를 이루고 흑성산을 진산으로 하여 남향에 고을이 앉아있다. 북으로 부소문령(扶蘇門嶺)은 안성군(安城郡)으로 통하고 서북으로 만일령(晩日嶺), 정항령(井項嶺)(우물목이고개)은 직산으로 통하며 길이 험하다. 동으로 장교치(將校峙)는 진천으로 통하고, 서쪽으로 납은고개(納銀峴)(납안들고개)은 천안으로 통하며, 남으로 어르목고개 빙항령(氷項嶺), 밤티고개 율치(栗峙)는 전의로 통한다.
정감록에 십승지지(十勝之地) 진목간(鎭木間)이라 하여 명문세가 명사들이 칩거 우거, 한거한 곳이었다. 흑성산에 올라 확 트임을 바라보고 의론하는 이들은 이르기를 이곳에 진영을 설치하면 청주의 상당산성(上黨山城)과 더불어 동서로 대치하여 가히 한양도읍을 밖으로부터 보호할(外護) 곳이라 했다. 독립기념관이 건립된 적합한 곳이다.
천안, 직산, 목천지역 산골짜기마다 마을들이 형성되어 마을을 중심으로 산천지명 유래 전설 역사가 전해온다. 우리고장의 산을 산행하며 우선 가까운 곳부터 전해오는 이야기 잊혀져가는 지명 이야기들을 흥미를 갖고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호기심이나 위문을 풀어내는 것은 정신건강을 얻을 수 있는 산행애서 얻는 건강에 덤이다. 천안 인근 산들은 뜻있는 등산가들의 착한 솜씨덕분에 눈에 잘 띄거나 산행코스들이 잘 개발되어 있다. 이왕이면 고을마다 이야기거리들을 다듬어 흥미있는 산행 하루길 등산코스를 개발하여야 한다. 그리고 홍보 안내하며 등산 관광지도를 만들어 역사가 살아있는 관광명소 천안을 창조할 수 있다.
산은 살아있다. 산은 의리에 밝고 산과 같이 몸가짐이 정중하고 견실하여 변하지 않는 어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천안의 산들을 사랑하는 천안산악인들의 시대정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