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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화재단 “폐지는 없던 걸로…”

지역인사들 75명중 72명이 존치의견, 논란 자체가 헤프닝

등록일 2014년09월0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구본영 천안시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천안문화재단을 ‘존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구본영 인수위원회의 문화재단 해체입장은 존폐논란 3개월만에 일단락됐다. 천안시로부터 의견수렴을 위탁받은 천안시민간단체공동협력센터가 각계각층 75명에게 인터뷰한 결과를 시가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숙제는 남았다. 문화재단이 해산되는 상황은 없어졌지만 ‘전면적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여론수렴에 참가한 각계각층 75명은 대체로 천안시는 하드웨어(뼈대)에서, 문화재단은 전반적인 프로그램 운영과정에서 미흡했다는데 공감했다. 이들은 문화재단에 대한 주된 불만요소가 ‘지나친 행정의존성’, ‘지역문화예술계와 소통·협력사업 부재’, ‘인적운영의 부적절성’에 있음을 지적했다.

문화재단 운영의 문제점에 대해 천안시는 ‘시의 정책실패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다수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문제의 밑바탕에 깔려있다는데 인식을 갖고, 해결과정에서 신임시장의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결과분석자료를 공개했다.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구본영(천안문화재단 이사장) 시장은 “재단 이사들과 협의해 천안시 문화예술분야의 장기적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문화재단 이사회의 역할과 기능에 심각한 부실이 있음을 공감해 “문화예술전문가와 일반시민, 민간단체에도 문호를 넓혀 재단운영을 시 주관이 아닌 재단이사회와 시민이 중심되는 조직으로 운영되도록 개선해나가겠다”는 계획을 전달했다.

이사장 자리도 관에서 민으로 넘어가는 기간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시가 해야 할 일을 위탁운영하는 방식의 문화재단이었기에 안정화때까지 시장이 이사장을 맡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구 시장은 이를 좀 더 빠른 시일 내에 민간으로 넘기겠다고 말했다.
 

인수위 정비의견이면 될 것을…
 

기자회견에 나서 기자들에게 질문받고 있는 구본영 천안시장.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다. 조사결과에도 나타나듯 천안문화재단이 많은 장점에도 불구, 자칫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폐지(해산)되는 악수(惡手)를 둘 뻔했다.

인수위의 폐지판단이 무리했다는 의견이 많다. 의견수렴에 참여한 한 인사는 “사람의 역할이 부족하거나 왜곡됐다고 조직의 존립기반 자체를 흔드는 건 옳지 않다”고 했고, 다른 인사는 “인수위가 문제를 제기했으니 그들로부터 풀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문제제기 자체가 바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눈에 띄는 의견들

지역문화진흥기반 조성
-천안 문화예술계에 현황파악을 위한 아카이브 구축(단체·문화예술인·동아리 등)
-예술가, 향토사랑예술가 등 인적자원 개발.
-지역 신진예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 조성.

새로운 사업방향
-문화예술단체에 관행적으로 집행하는 예산이 많다.(객관적인 평가와 개선노력 필요)
-시립예술단 등의 공익사업 강화
-예총 중심을 극복할 문화예술계의 다양성 확보전략 필요
-지역문화유산, 역사, 문화예술을 접목하는 사업추진 필요

지역특성 반영한 사업
-이주민이 많은 특성 반영한 공동체강화 문화사업 필요
-정주의식 제고프로그램 개발
-청년들을 위한 문화프로그램 및 커뮤니티 활성화 필요

참여폭 확대
-기금조성 통해 풀뿌리단체 및 동아리 지원사업 시행
-기득권 단체(천안예총) 중심으로 민간을 이해하는 시선 극복
-다향한 주체들이 문화공간 운영토록 지원

시민중심
-큰 축제보다 작은 행사와 프로그램 필요
-시민 누구나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생활문화공동체 형성
-작은공연장 및 풀뿌리 문화예술동아리 육성프로그램 필요
-엘리트 문화예술에서 생활문화예술 중심으로 변모


심각한 병일수록 핵심을 꿰뚫어 정확히 진단(해법)해야 하는데,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인사도 있었다. 그는 “그냥 2년동안 문화재단을 운영하며 문제점들도 있을 것이니 한번 정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구본영 시장 당선자 인수위원회는 지난 6월30일 전문성 부족, 재단설립취지 부응 미흡, 시민신뢰 실추 등을 이유로 들어 천안문화재단 해체를 권고한 바 있지만 이후 75명(재단·공무원·문화예술계·언론인·의회·시민단체·인수위)에게 심층인터뷰한 결과에서는 3명만이 “해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을 뿐이다. 나머지 72명은 존속 및 개선이 바람직하다고 했고 인수위가 폐지이유중 하나로 주장한 ‘전문성 부족’은 거론되지도 않았다.

지나친 행정의존성, 지역예술계와의 소통·협력사업 부재를 지적한 문제 또한 당초 예산문제 등으로 1·2·3단계 인력·사업예산 지원계획을 세운 ‘근본계획’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문화재단 자체의 문제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의견수렴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는 “재단이 아직 걸음마 단계로 큰 성과를 내기 이르다”거나 “설립타당성 용역보고서에 따른 로드맵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이해했다.

다만 실무책임자급 인사의 부적절성과 관련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퇴직공무원이니 공무원방식으로 풀어나갈 것이라는 한계, 밑도 끝도 없는 시와 재단 사이의 밀월관계를 의심했다. 어떤 이는 단도직입적으로 “재단은 시청 내 인사요인을 발생시키는 조직으로 활용돼 왔다”며 전직 부시장과 구청장이 공채모집을 통해 본부장 자리를 꿰찬 부분을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재단 이사회 또한 건전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차라리 모든 것이 의심스럽다면 ‘퇴직공무원은 천안문화재단에 들어갈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들어놓으면 어떨까. 재단의 정관이나 내부규정에 못박아 놓는다면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좋은 방법일까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 혹여 ‘부적절한 관계’는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유능하고 선량한 인재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또다른 문제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구 시장은 “문화재단 이사회에서 논의의 장을 열고 최선책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는 타 지역의 문화재단 또는 문화재단 이외 수많은 산하기관 등에 포함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문화재단 존폐문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애초 성급하게 만들어졌다거나 설립과정 자체가 전반적으로 졸속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설립을 추진한 천안시와 이를 승인해준 천안시의회가 ‘졸속’이었다는 책임문제가 따른다. 게다가 용역을 수행한 업체와 이를 자문했던 용역보고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부실책임도 함께 언급돼야 할 사안.

“재단설립에 천안시 의견 위주로 끼워맞춘 타당성 용역보고서 자체가 문제가 많다”는 한 인사의 지적은 앞으로 곱씹어봐야 할 총체적인 문제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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