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 손이 찌릿찌릿, 풀었다 놨다 하기를 수십번, 결국 팔뚝보다 큰 물고기를 낚았다. 이런 긴장감을 언제 맛봤을까.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모처럼 해외에 나가 여유있게 낚시를 즐겨본 이은욱옹(78). 두달도 더 지났지만 아직도 ‘부들부들’ 감흥이 밀려온다.
오랫동안 건설업에 종사했던 그.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현장까지 누비며 산전수전 다 겪어봤다. 젊을때 열심히 사는 것은 미덕 아닌가. 그러나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절대불변할 것 같던 마음 속 진리는 조금씩 변해가고, 그것을 인정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돌이켜보면 인생은 무엇이든 쉽게 가르쳐주질 않는다. 삶의 지혜를 좀 더 젊을 적에 알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생각하면 자신이 줄어든다.
“새옹지마라고, 다 아는 말인데도 그 뜻을 늦게 깨달았습니다. 열심히 배우는 건 좋지만 극단으로 치우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걸 젊은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뭐든 배우고 즐기는 자세는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하다. 컴퓨터도 배우고, 어렵다는 스마트폰 운영체계도 배운다. 늙은이들에겐 ‘스마트폰 강사’로도 유용하기 때문이다.
5년 전부터는 사진기술도 배우기 시작했다. 나이를 먹었다고 가만히 앉아있니 좀이 쑤셨다. 카메라는 배우기 쉽고 성취욕도 높다. 뭐니뭐니 해도 출사를 통해 몸을 움직이는데 제격이다. 간혹 좋은 작품들은 선물도 하고, 전시회에 출품한다. 비록 좋은 성과를 못얻어도 좋다. 심장뛰는 긴장감과 기대를 언제 해보겠는가.
“사진을 배워보니 늙은이들에겐 ‘사진활동’이 최곱니다. 다른 취미활동에 비해서도 그다지 돈 들어갈 일이 없고, 하기 나름이죠. 몰입도도 높아 치매 등에 걸릴 일도 없습니다.” 그의 말을 듣노라면 카메라 홍보대사가 따로 없다.
그는 대뜸 젊은이들에게 세가지를 권한다. 먼저 ‘주어진 환경에서 긍정하는 법’을, 두번째는 원효대사가 깨달은 것처럼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으니 어려운 일도 이겨내고 극복해가란다.
세번째는 그가 가장 늦게 깨달은 바다.
“아내를 대신할 사람은 이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혼자 먹어서 그 맛을 알겠으며 큰 물고기를 잡아와도 이를 칭찬해주고 맛있게 요리해줄 사람이 없다면 재미가 있겠습니까.”
아내가 몹쓸 병들에 걸렸을때 혼자서 애태운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앞이 깜깜하다. 요행으로 회복된 요즘, 아내가 있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뒤늦게 철이 드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