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동 한 아파트단지 엘리베이터 안 안내게시대. 천안시 소식지 신청양식이 언제부턴가 비치해 놨지만 아직 기록한 사람은 없다.
“천안시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는 ‘천안사랑 소식지’를 내년부터는 신청세대에 한해 우편으로 직접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천안시가 ‘천안사랑 소식지’의 배부방법을 ‘구독신청자 개발우편 배부’로 개선한다. 즉 내년부터는 구독신청자에 한해 소식지가 발간되는 것이다. 시는 다양한 방법으로 천안시민에게 이를 알리고 신청접수를 받고 있다. “매일 20여건씩 접수되고 있다”는 공보관실측은 다른 방식으로도 받고 있어 정확한 집계상황은 9월까지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만약 현재 발간하는 15만부가 그대로 우편발송된다면 발송비만도 수억원에 이르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독신청자가 1만명을 넘길 것이라 예측하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성무용 시장때 꿈적 않던 ‘발행부수’가 구본영 시장으로 넘어오며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시측은 최근 소식지 배부방식 등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타 지역을 조사한 결과 천안시처럼 전 세대에 배부한다든가 아파트단지 배부함 등에 꽂아놓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들이 택한 방식이 대부분 ‘우편배달’임을 알게 된 천안시도 전향적으로 이같은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시는 SNS 등 주요 홍보수단이 가상공간으로 옮겨간 점도 변화를 추진하는데 한 몫 했다고 밝혔다. 몇 년 전부터 천안시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홍보블로그 등을 자체 운영해왔다. 지난 2월에는 ‘천안사랑소식지’를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때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앱도 구축했다. 그동안 지면과 홈페이지에서만 볼 수 있었던 소식지를 스마트폰으로도 볼 수 있도록 제공한 것이다.
시민들은 우편배달로 변경하는 방식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쌍용동의 한 아파트단지 경비원은 “진작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보지도 않는 소식지, 잔뜩 쌓아놓고 먼지만 쌓이다 통째로 버리는 일 더이상 안생겨서 좋다”고 했다. 신방동에 사는 이모(40·주부)씨 또한 “아파트단지에는 게시판을 활용하면 되는 것을 소식지가 무슨 필요냐”며 “꼭 보겠다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 경기도 안좋은데 예산을 아껴쓰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성무용 시장 임기 12년간 비효율적이라는 비판 속에도 큰 틀이 유지되던 천안시가 하필 시장이 바뀌면서 변화를 도모하는 것은 공직문화의 좋지 않은 습성이라며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치견 시의원은 “소식지의 효율성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의원들의 비판이 상시적으로 있었다”며 “개선점이 필요한데도 시장이 바뀌어야 큰 틀이 변경되는 사고방식은 아직도 시민이 아닌 시장 중심의 행정운영 체계의 잘못된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홍보의지만 높았던 예전방식
소식지는 한때 천안시가 모든 세대에 배부할 정도로 열의가 높았다. 매월 찍어내는 소식지만 20만부가 넘고 이에 소요되는 예산도 수억원에 이르렀다.
논란은 2000년 초부터 발생했다. 시가 지속적으로 발행부수를 늘이자 ‘효용성’의 문제가 거론됐던 것. 대부분 안 읽혀지고 버려지는데 왜 쓸데없이 찍어내고 예산만 낭비하느냐는 것이 주된 논쟁이었다.
소식지 운영방식의 비효율성은 의회에서도 해마다 지적되는 단골메뉴가 됐다. 2006년 행정사무감사에서 장기수 의원은 “현재 방식으론 낭비가 크다. 바람불면 날라가고, 보는 사람도 적다”며 신문삽입이든 우편발송이든, 또는 아파트게시판을 활용하든 대안을 찾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8년 10월 기자가 몇몇 아파트단지를 조사해본 결과 낭비실태가 심각했다. 해당 단지 경비원들도 이구동성 80%는 버려진다는 이야기를 내놓고 있었다. “왜 필요한 사람만 볼 수 있도록 조치하지 않습니까? 청소하시는 분들도 골치아프다 아우성인데….”
연두순방에서 성무용 시장에게까지 이같은 문제를 꺼내놓는 시민들이 생기자 자체조사 결과 70% 이상이 보고 있다고 주장하던 천안시가 생각을 달리 하기 시작했다.
시가 소식지 이용률 제고를 위해 시내 주요지역에 비치함을 설치키로 한 것이다. 천안시의회도 이런 문제로 배포부수를 전 세대가 아닌 일부세대로 줄일 것을 권고하며, 필요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도록 비치함을 두는 방식을 언급한 바, 천안시가 이를 시행한 것이다.
이후 비치함을 늘이며, 소식지는 점점 줄여 15만부 정도로 낮췄다. 하지만 이마저도 버려지는 소식지가 많다는 판단에 좀 더 획기적인 개선안을 두고 고민이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