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드르륵….”
천안 쌍용3동 주민센터 옆 모퉁이. 언제부턴가 간헐적인 소리가 들려온다. 소음이라고 생각하기엔, 미세하고 경쾌해 문제삼는 사람은 없었다. 간혹 호기심 많은 사람이 소리나는 건물 창문에 눈을 대고 안을 쳐다보기도 한다.
천안 쌍용3동 주민센터 도로변 모퉁이에 자리잡은 행복사다리.
“아이옷은 직접 만들어 입히세요”
재봉공방인 ‘행복사다리’ 대표 구현희(44)씨의 천안생활은 4년 전, 그렇게 시작됐다. 쌍용역 부근에 잠시 있었으니, 대전을 떠나 천안에 정착한 지는 6년쯤. 이제는 자신의 일에 자긍심도 갖고, 더 큰 날개를 펴기 위해 준비중이다.
한때 현희씨는 세 아이를 키우는 ‘고달픈’ 전업주부였다. 게다가 경제형편도 살펴야 하는 소시민의 처지. 수입이 한정된 상황에서 아껴쓰는 것은 더 버는 일이 된다는 것임을 알고, 제일 먼저 도움될 일을 찾은 것이 ‘재봉’ 일이었다.
그녀의 손을 거친 옷들이 맵씨있게 진열돼 있다.
아이들 옷을 깁는데 그치지 않고 만들어 입히자고 생각한 그는 국가무료교육프로그램에 등록, 다양한 봉제기술을 배웠다. 열심히 하다 보니 자격증도 따고, 좀 더 욕심을 내 홈패션까지 배우러 서울로 향했다.
재봉일을 배우면서 사교성도 생겼고, 주부들이 간혹 걸리는 우울증도 해소했다. 무언가를 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무언가를 함으로써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현희씨는 점점 웃음을 갖게 됐다. 일정 수준의 기술이 생기자 가정을 벗어나 부업도 될 수 있겠다 싶었다.
2010년 이곳에 ‘행복사다리’라는 간판을 걸었다. 감개무량, 뿌듯함이 밀려왔다. 본격적으로 두 팔을 걷어붙였다. 홈패션, 패턴, 옷만들기, 문화센터 강의도 하면서 홈패션패키지, 옷만들기 패키지, 패턴, 미싱, 오버룩 미싱부자재, 의류용부자재 판매 등 사업의 지경을 넓혔다.
현희씨의 경쾌한 재봉틀(미싱) 소리는 생계고를 위한 고된 소리가 아니다. 소통하고 나누고 함께 배우는 삶터를 추구했기에, 그의 공방은 무엇보다 인간미와 활력이 넘쳤다. 이 때문에 오다가다 문틈으로 엿봤던 주부들이 한명 두명 행복사다리의 문을 두드렸다. 집집마다 재봉틀 하나씩 갖고 있던 주부들이 행복사다리를 통해 다시 먼지를 벗기고 기름칠을 했다.
“미싱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본다면 깜짝 놀랄 거예요. 갖가지 옷은 물론이고 홈패션, 신생아용품, 가방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수선하고 또한 자기만의 스타일로 덧입힐 수 있죠.” 대화 도중 바로 옆에서는 손주 옷을 직접 만들어 입히겠다는 다부진 ‘열혈할머니’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일단 가정에서 버려지는 의류나 악세서리 등이 멋지게 재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헌도가 뛰어난 재봉기술은 관련 공방들이 천안에도 상당하다. 여기서 각각의 공방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재봉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경쟁력은 ‘패키지’와 ‘패턴’일 거예요. 인기제품이 될 재료를 모두 갖춰놓는 패키지와 멋진 제품을 만들어내는 틀(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죠.”
물론 현희씨도 이같은 경쟁대열에 합류, 틈나는 대로 연구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녀는 ‘가죽’을 활용한 제품개발 쪽에도 관심을 가졌다. 미싱으로 가죽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직 가르치는 사람도, 또한 배우는 사람도 많지 않다. 집집마다 가죽제품이 적지 않은 데도 이를 수선하거나 활용하는 ‘기술자’가 눈에 띄지 않으니, 제대로 배운다면 선점효과는 물론 수요가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행복사다리는 경제적 이익보다 사회적 소통에 좀 더 관심과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사다리를 통해 좀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즐겁게 사는 것이 행복사다리가 추구하는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