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연극이 천안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 오른다. 무대는 작지만 느낌도 적을 거라는 생각은 오산. 예술의전당측은 ‘꿈꾸고 싶은 여름밤, 2014년 8월을 주목하라’며 거창한 기대를 품게 하고 있다.
8월 13·14일 양일간 오후 7시30분 천안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 올려질 공연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한여름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이다.
가격은 1·2만원으로 팝콘에 영화 한편 보는 값 정도. 그럼에도 예당측이 ‘볼만한 연극’이라고 자신있게 추천한다면 가족끼리, 또는 연인끼리 가볼만한 공연 아닐까. 예당측은 한술 더 떠 ‘무더위 속에 스트레스와 더위를 씻어줄 문화콘텐츠’라고 유혹한다.
한국적 작품으로 탈바꿈
예당측이 소개하는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밤의 꿈’은 올해로 12년째다.
임전배 팀장은 “세계인이 사랑하는 작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가장 한국적으로 잘 풀어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작품”이라며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배우들과 신인들을 한 자리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2005년부터 에딘버러, 바비칸센터, 글로브극장 등에서 셰익스피어의 연극 ‘한여름 밤의 꿈’으로 영국에서 다섯차례 공연을 해왔던 극단 여행자의 연출가 양정웅씨. 그가 서양 희곡작품에 우리나라 전통의 옷을 입혀 실험적 연극을 올려온 건 십수년이 돼간다.
‘한여름밤의 꿈’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우리 전통미학과 연희 양식을 바탕으로 풀어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원작에 등장하는 요정들은 한국의 도깨비로 재해석된다.
요정 ‘퍽’은 쌍둥이도깨비 ‘두두리’로, 요정의 왕 ‘오베론’과 여왕 ‘티태니어’는 성(性)을 바꾸어 도깨비여왕 ‘돗’과 바람둥이 도깨비 ‘가비’로 재탄생되어 극적 해학성을 배가시킨다. 사랑의 미향을 맡고 엇갈리는 남녀 항(亢)·벽(壁)·루(婁)·익(翼) 등은 우리 별자리 이름을 사용했다.
올해로 탄생 450주년을 맞은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한국은 아시아에서 셰익스피어 공연 빈도수가 가장 높은 나라다.
지난 4월4일부터 오는 9월28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 충무아트홀, '2014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제2회 한국 셰익스피어 문화축제'를 연다. 장르도 정극, 실험극, 원어극 등 다양하다. 천안예술의전당은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2014년도 기획공연 대표연극으로 (극단여행자)의 ‘한여름밤의 꿈’을 준비했다.
예당측 정연일 공연기획팀장은 “책 속의 활자로만 접해왔던 셰익스피어의 영감을 우리정서로 재해석한 연극을 볼 수 있는 것은 즐거운 문화적 선물 아니겠냐” 한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