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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장은 시민민원 해결사”

구본영 시장 ‘시민과 대화의 날’ 첫운영/ 답답한 민원인, 시장과의 독대에 대체로 만족감 표시

등록일 2014년07월2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섬기다’의 사전적 용어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공경하여 받들어 모시다’이다. 극존칭이기에 ‘신을 섬기다’ 또는 ‘임금을 섬기다’ 등에 쓰인다. 구본영 신임 천안시장은 자신에게 부여된 4년간의 임기를 ‘섬김시정’으로 삼았다. 그만큼 시정의 대상인 천안시민들을 높여, 탈권위적이고 서민적인 시장이 되겠다는 다짐이다. 또한편으로 ‘섬김’은 ‘긍휼’과 함께 기독교에서 많이 쓰는 용어이기도 하다. 아내를 섬기고, 자녀를 섬기고, 이웃을 섬기는…, 아가페적 사고관이기도 하다. 실제 구 시장의 가족(아내와 남매자녀)은 교회를 다니고 있다.

시민과 대화의 날(7월15일)
-(가칭) 부성3지구 개발 관련
-사유지 도시계획시설(도로)지정 요청
-문화예술분야에 대해 건의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책임전가 등 직무소홀
-병천정수장 사유지 점용 원상복구
-하수처리원인자 부담금 환급
-시민편익을 우선 생각하는 행정
-묘지(납골당) 설치신고 수리 관련
-성정동 선경아파트 앞 버스승강장 이전 관련
-기업지원센터 설립 제안
-장애인 정책보좌관 신설 제안
-개인택시 신규먼허 취득관련 경력 불인정 민원
-전씨시조단소 건축물대장 말소 요청
구 시장은 모두 99개의 공약을 내놨는데, 가장 파격적인 공약이 ‘시민과 대화의 날’ 운영이다. 매월 15일 시장실 문을 개방하고 시장을 만나고 싶어하는 민원인들과 대면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이는 섬김시정 실천의 시작이기도 하다.

‘시민과 대화의 날’을 운영하겠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7월15일(화) 첫날은 시민들이 13건의 민원을 갖고 시장실을 찾았다. 시장은 이들에게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45분까지 꼬박 시간을 할애했고, 제기된 민원들은 해당 부서장책임제 방식에 따라 각 과장(부서장)들이 시장과 함께 문제풀기에 나섰다. 이날 오전 4건의 민원에 대응하는 구 시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

시민참여방법/ 시 홈페이지(www.cheonan.go.kr) ‘시장과의 대화’ 또는 전화(041-521-5333).

13건중 오전 4건의 민원 ‘대화 엿듣기’

오전 10시 정각. 첫 방문객은 국제비즈니스파크 무산에 따른 피해관계자들이었다. 4명의 대표자들이 찾아왔으며, 신청인인 정세진씨는 전직 시의원이던 사람이다. 그는 무조건 1번 아니면 안된다는 ‘억지’를 부려 성공했다.

첫번째 민원인들

이들이 구본영 시장을 만나러 온 것은 국제비즈니스파크 사업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책임이 천안시에 있음을 각인시키고, 해당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시가 최선을 다해달라는 다짐을 받기 위해서다. 시장이 바뀐 상황에서 ‘일관성 있는’ 책임 촉구가 이들의 바람인 것. 한 피해대표는 “공청회 등을 열어주셔서 여길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구상해줘야 한다”며 “안되면 천안시와 전 시장에게 소(訴)라도 해야 하는 처지”라고 입장을 전했다. 그간 진행된 복잡한 상황에 대해 민원인들의 질문은 대체로 담당과장이 답했으며, 구 시장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로 가장 무겁고 매서운 첫 민원인들을 돌려보냈다.

두번째 민원인들

두번째로 구 시장을 찾은 이들은 관습도로 문제로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었다. 토지주가 사유재산 침해를 들어 관습도로를 막으면서 3년째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교회와 원룸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은 “하루빨리 천안시가 땅을 사들이거나 도시계획도로로 수용해 처리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멀쩡한 땅이 하루아침에 맹지로 변하고, 통행이 불편한 이들을 상대로 시는 ‘협의매수’를 시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매수가 쉽지 않지만 뾰족한 해결방법도 없는 상황. 구 시장은 “담당부서에서 계속 시도해보라”고 주문했다.

세번째 민원인들

야생화연구회에서도 4명이 문을 두드렸다. 홍융표(들꽃세상 대표) 회장은 함께 온 회원들을 소개한 후 시간을 아끼자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가 원하는 바는 ‘종합상설전시관’이었다. 이미 성무용 전 시장과 안희정 도지사에게 밝힌 바 있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던 차, 시장과의 단독대화가 가능해짐에 따라 ‘때는 이때다’ 싶어 부리나케 찾은 것이다. 그도 첫번째 방문을 원했지만 세번째로 만족해야 했다.

그는 삼거리공원이나 천안박물관 옆 초가집을 손봐 미술품이나 난, 화훼, 농특산물, 야생화 등 전시·판매가 상시가능한 종합상설전시관을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잠깐 생각에 잠긴 구 시장은 현재 설치된 초가집을 활용한 전시회는 편히 쓰되, 별도의 설치물이나 장비대여 등의 지원은 어렵다는 견해를 내놨다.

홍 회장은 이밖에도 천안12경을 경관의 자격요건에 맞게 천안8경으로 바꿀 것과, 자신의 동네에 광케이블이 들어오지 않아 지역방송을 보지 못하는 불편함, 그리고 한국생활음악협회의 높은 위상을 고려해 예술의전당 내에 사무실을 둘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구 시장은 이마저도 “12경은 경관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당장 바꾸기는 어렵다”는 점과 “한국생활음악협회에게 예당의 사무실을 내주는 것은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어 이해를 구했다.

네번째 민원인

오전대화의 마지막은 교장 출신의 이백령씨가 찾아와 개인민원을 처리함에 있어 공무원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시골집이 있는 동면지역에 배수로공사와 오폐수관로 등의 공사를 진행함에 있어 “무사안일과 책임전가 등 직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해당면장은 “그릇된 정보로부터 발생한 민원인의 오해일 뿐”이라며 구본영 시장 앞에서 해명했다.

민원인들 ‘대체로 긍정적 평가’

첫 시민과의 대화는 성공적이었을까?

하루 진행으로 평가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오전 4건의 민원을 대하면서 ‘취지도 좋지만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는 평작 이상의 결과를 선보인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와 두번째 민원인들은 기대한 답변을 얻어갔다는 점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세번째와 네번째 민원인들의 현장분위기는 좀 더 딱딱하고, 특히 홍융표 야생화연구회장의 4가지 건의중 3건에 거절의사를 밝혀 살짝 냉랭한 분위기까지 연출됐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높지 않다는 느낌이 강했다.

다음날 기자는 이 두 민원인들에게 소감을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먼저 고희를 넘어선 이백녕씨는 유도를 배운 무도가답게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어제의 만남을 이야기했다. 그는 “긍정적으로 들어주시는 듯 했고, 문제해결을 찾아 지시하려 하더라”며 의외로 “굉장히 만족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옛날 신문고같은 역할로, 대단히 좋은 제도이며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가장 부정적일 것 같은 세번째 민원인, 홍융표 회장은 어떤 입장일까?

“이미 신청접수할때 담당자와의 대화에서 쉽게 관철될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며 시장과의 대화에서도 ‘임기응변’ 정도의 대답밖에는 들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같은 생각은 ‘적중’했다. 특히 12경에서 필요없는 4경을 없애자는 견해는 받아들이겠지 싶었는데, 이마저도 ‘당시 경관만 찾은 게 아니라 천안관내 홍보를 위한 넓은 포석이었지 않겠냐’며 오히려 두둔하는 모양새를 취재 적이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 회장은 “그럼에도 열어놓고 행정을 펴나가시는게 보기 좋았다”고 했다. “권위를 내세우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반대로 시장이기 전에 시민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 자세를 낮췄다”고 평가했다. 그가 좋게 본 결정적 이유는 이날 대화를 마치고 얼마 안돼 광케이블 민원문제로 담당부서에서 성남 시골을 찾아왔던 것이다. “그네들, 참 빨리도 왔다”며 유쾌해 했다.

접해본 민원인들은 대체적으로 후한 평가를 내줬지만, ‘시민과의 대화’는 이대로 좋을까?

다른 건 몰라도 일단 두가지는 문제점으로 남는다. 첫째 다양한 민원인들의 욕구가 ‘날 것’으로 시장과 부딪칠 거라는 우려다. 혹여 무조건 문제해결만을 바라는 악질민원인을 상대로 험한 분위기가 오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대비책이 세워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가지, 민원인과 시장의 독대는 자칫 담당공무원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절차와 과정이 담당자, 주무팀장, 담당과장, 담당국장, 부시장을 거쳐 최고책임자인 시장에게 향해 있는데 이같은 부분이 생략된 채 시장과의 독대는 자칫 사실여부를 불분명하게 하고 시장 앞에서 해명 위주가 되는 담당공무원들의 사기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시장과의 대화’를 담당하고 있는 주무팀장은 “적정선의 컨트롤이 필요하다”고 공감을 표하며 “누구든 좋은 아이디어와 문제점에 대한 개선책들이 있으면 알려달라”며 적극 검토(개선)해나갈 뜻을 밝혔다.

구본영 시장은 이날 하루종일 13건의 ‘다양하고도 다소 거친’ 민원인들을 상대하면서 “조금만 쉬고 하시라”는 당부에도 “하나도 힘들지 않다”며 강행하는 의지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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