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일 충남도의회에 ‘사단’이 났다. 제10대 도의회 전반기 원구성하는 날, 전체의원 40명중 30명을 차지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갑자기 점령군으로 돌변한 것이다. 의장과 두명의 부의장을 비롯한 의장단 10석에 전부 새누리당 깃발을 꽂았다. 그간 배려와 타협, 조화의 정당정치는 사라지고 없었다.
10명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했지만 임시의장을 맡았던 김문규(천안5선거구) 의원의 의사봉은 매정하고 단호했다. 물은 엎질러졌고, 전반기 2년간은 주워담을 수 없게 됐다.
7일 기자는 천안시청 3층에 마련된 도의원협력실을 찾아 충남도의회 새정연 원내대표를 맡고있는 김종문 의원을 만났다. 할 말이 많은 듯, 원구성과 관련돼 새누리당이 보인 행태를 생각만 해도 부아가 치미는 듯 얼굴이 상기됐다.
새누리의원들, 도민 안중에 없나
왜 새누리당 의원들은 새정연 의원들을 안중에도 없이 의장단 10석을 통째로 차지해 버렸을까? 김종문 의원은 망설임 없이 “감투죠” 했다. “이미 그들은 공식적으로 해명했습니다. 다수당으로써 재선·삼선의원이 많기 때문에 그들을 챙겨주는 자리니 이해해달라고요. 아니, 우리가 언제 반반을 원했습니까. 10석중 기껏 두세석이지 않습니까.”
실제 새정연은 정당지지율(비례대표)이 38.54%를 얻었다. 새누리당(53.51%)에는 못미치지만 형편없는 결과는 더더욱 아니었다. 의원비율로는 새누리당이 75%, 새정연이 25%를 차지했다. 공평한 분배논리로 따진다면 의장단 10석중 3석을 배정받아야 했다.
새정연은 설마 ‘독식’이라는 비민주적이고 전형적인 구태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도 낌새가 이상해 1일 본회의에서 새정연 소속의원들은 우려를 표했었다. ‘그간 한번도 원구성에 사전협의 없다가 당일 아침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은 다수당의 독선과 횡포일 뿐으로,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자세로 원구성 협상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억울하면 많이 당선돼라” 조롱하며, 충남도의회 사상초유의 ‘의장단 싹쓸이’를 감행했다. 이들은 당일날 아침 원구성 10분전 ‘의장과 부의장이 결정됐으니 원만한 원구성을 위해 협조해달라’ 주문했고, 이후 새정연에서 독식분위기를 문제삼고자 의사발언을 요구했으나 새누리당측 임시의장에게 묵살당했다. 새정연 의원들은 5시간여 농성을 벌였으나, 더 이상 도민들에게 의회민주주의의 안좋은 모습으로 비춰질까 퇴진했다.
김종문 의원은 한숨을 내쉬며, “하필 이웃한 대전시의회는 새정연 의원들이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음에도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1석을 새누리당에 배분해, 충남도의회의 ‘치졸’한 행태와 비교됐다”고 힐난했다.
김종문 새정연 원내대표 “시스템 필요해”
김종문 원내대표는 “파트너십을 인정 않고 비민주적인 행태를 보인 새누리당과는 10대 전반기 의회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새정연) 의원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겁니까?” 기자의 질문에 김 의원은 “적어도 의장단은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 새정연 의원들은 앞으로 의장이 주관하는 행사를 보이콧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예로 ‘도의회 연찬회’라든가 ‘도의장 주관 간담회’, 또는 ‘의원연수’, ‘해외연수’ 등이 그것이다. 결국 전반기 내내 파행(반쪽의회)이 불가피하다.
의장단이 되고자 한 이유중 또한가지가 ‘업무추진비’에 있음도 간과하지 않았다. 의장단은 평의원과 달리 매월 업무추진비를 지급받고 있는데 도의장은 430만원, 부의장(2명)은 240만원, 위원장(7인)은 13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김 의원은 “지금껏 주먹구구로 써왔던 업무추진비를 부정하게 사용 못하도록 우리가 철저히 밝히고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만약 부당한 돈은 환수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업무추진비의 투명성 제고는 그들에게 족쇄를 거는 현실적 방법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편 김 의원은 유일한 한가지 방안이 있음을 넌지시 내비쳤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 다시 담을 수 없으니 전반기 2년을 흘려보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매 원구성 때마다 진통과 갈등이 반복돼 왔다. 이같은 파열음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방조례에 관련규정을 만들어 다시는 독식이 이뤄질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예로 의석비율로 적정배분근거를 마련해 놓는다면 더 이상 이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현재 벌인 일련의 사태에 잘못됐음을 공식인정하고, 전반기에 관련규정을 만들어 후반기부터는 건전한 방식의 의장단이 선택되도록 하겠다면 충분히 바람직한 민주주의 의회상이 구현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같은 상생화합을 기대하기는 요원한 일로, 당분간 의회파행은 기정사실화 돼있다.
<김학수 기자>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성명서
더위먹은 새누리당
새누리당의 충남도의회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싹쓸이는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폭력, 이보다 더 폭력적일 수는 없다.
새누리당은 충남도의회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구성을 단 한 석도 배려하지 않고 혼자 독식했다. 의장과 부의장, 운영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 모든 상임위원장까지도 싹쓸이했다. 이는 사실상 소통과 상생정치의 장인 충남도의회를 새누리당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뻔뻔한 의도를 힘으로 밀어붙인 명백한 폭력이다.
도민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새누리당의 더위먹은 용감함이 가상하기는 하지만 새누리당은 더 이상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충남도의회를 점령해 충남도정을 발목잡겠다는 의도를 도민들은 이미 간파했으며, 새누리당의 비상식과 불통정치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도민을 바보로 알아도 유분수지 이런 폭력은 용서할 수가 없다.
이에 우리는 도민들에게 새누리당의 발목잡기 불통정치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견제, 감시할 것이며, 양심있는 모든 단체와 개인들을 규합하여 새누리당 반대운동에 나설 것이다. 또한 대의기관의 역할을 스스로 저버린 새누리당의 파렴치한 행위를 바로잡고 상식이 통하는 충남도의회를 만들기 위해 본격적인 의회권력 감시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2014. 7. 8.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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