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자들이 시청 브리핑실의 용도를 놓고 ‘정상화’를 요구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새 술은 새 푸대에 담아야 한다’는 듯 구본영 천안시장 당선자에게 브리핑실에 대한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구 당선자에게는 ‘브리핑실 개선’이 시장취임 후 첫 숙제이자 자칫 시련이 될 전망이다.
해법은? 천안시장의 결자해지 가능할까
구본영 당선자와 몇몇 기자들간의 ‘커피타임’ 시간, “브리핑실의 몇몇 신문사만 상대하는 이런 자리가 필요하냐”는 모 기자의 지적에 갑자기 무거운 분위기로 변했다.
지난 6월12일 브리핑실에서 구본영 천안시장 당선자의 인수위원회 가동 기자회견이 끝난 후 ‘기자실 논란’이 본격 거론됐다. 구 당선자와 브리핑실 내 기자단의 커피타임이 이뤄지면서 모 기자가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구 당선자를 향해 “현재 시청에 등록된 언론사가 100개곳이 넘고, 출입기자만 해도 200명에 가깝다”며 “도대체 브리핑실 기자단 몇몇을 상대로 별도 대화의 장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꼬집어 지적했다. 그동안 많은 기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항의성 질문이었다. 분위기는 급랭해졌고,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구 당선인과 시민들간 소통의 자리에서도 브리핑실의 기형적인 기자실 운영을 놓고 기자들이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같은 문제제기는 지난 6월24일 구본영 천안시장 당선자와 인수위원회가 주최한 ‘시장에게 바란다’는 자리에서 공식으로 거론됐다.
이번엔 다른 기자가 발언권을 얻어 다시한번 기자실 문제를 꺼내들었다. 그는 “예전보다 언론인들이 급격히 늘어난 지금 브리핑이 열리는 시간, 시청 브리핑실은 기자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난감하다”며 “몇몇 신문사가 차지하고 있는 불편한 자리들을 치우고 원래의 브리핑실 용도로 회복해달라”고 주문했다. “만약 그렇게 안된다면 언론사별로 시청출입기자 공간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2일 처음 문제제기했던 기자도 공감을 표하며 “10개 신문사가 브리핑실을 장악하고 있으며 많은 시예산이 그곳에 쓰여지며 낭비되고 있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구 당선인과 인수위에서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검토해 좋은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브리핑실을 이용하고 있는 기자도 일어나 일부 시민들의 브리핑을 막았다는 것과 관련해 “기자실에서 말(이들의 기자회견)을 막은 적은 없다”는 부분만 정정하는 수준에서 해명했다.
관이 제공하는 기자실 ‘잘못 꿰어진 것’
원래 ‘기자실’은 잘못된 관행이었다. 관청이 출입기자들에게 공간과 편의를 봐주고, 기자들은 그같은 혜택을 누리는 모종의 관계를 형성해 왔다. 관은 감시·견제의 기능을 가진 언론을 접대해 나쁠 것이 없고, 기자들은 나름 대접을 받아 즐거운 ‘윈윈’관계가 맞아떨어졌던 것. 하지만 이같이 기형적인 모순관계는 10년 전 전국적으로 기자실 폐쇄바람이 불면서 거의 사라졌다. 또한 천안시도 2005년 천안시청 이전에 따른 불당동 시대를 개막하면서 기자실을 폐쇄했다.
문제는 천안시의 경우 깊게 유착돼 있어 제대로 끊어내질 못했다는 것이다. 시는 기자실은 없앴으나 브리핑실을 만들면서 일부 공간에 칸막이 책상을 들여놔줬다. 당시 일부 지역기자들이 담당국장을 찾아가 ‘순수한 브리핑실로 운영해달라’는 내용의 입장서를 전하기도 했지만, 기존 기자실의 달콤한 맛을 즐겼던 기자들의 거센 요구와 이들을 활용하려는 시행정의 속내가 새로운 형태의 기형기자실을 생성해낸 것이다.
이후 브리핑실은 점차 기자실로 변형화됐고, 시민사회단체나 정치인 등이 브리핑실을 이용하려 할 때면 이들의 ‘검열’을 받는 상황에 이르러 가끔 부딪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한다. 또한 이들 기자들은 ‘기자단’이라는 명목하에 시행정의 해외견학 등의 일정에 의무적으로 동행하는 특권과, 외부에서 보도자료를 낼 경우 이들이 대표성을 띈 것으로 종종 오해돼 타 기자들의 언론활동에 불편을 줘왔다.
<김학수 기자>